비교와 허영이 만든 크랩 멘탈리티 사회
싱글파이어란 유튜브 채널에 인터뷰 영상이 올라가며 예상치 못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댓글로 질문과 비판을 받았고 그에 대한 장문의 대답을 올렸는데 스팸처리가 되어
댓글의 인기순이 아니라 최신순을 눌러야만 보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채널에 Q&A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할 말도 많고 힘이 들던 와중에
여기에 글로 길게 적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좀 자세히 시간이 되면 적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 10억으로 결혼은 못한다 애 있으면 50억 도 모자라다 90억 도 모자라다
이런 글이 제가 본 대한민국의 아주 큰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에 현실이 왜곡된다고 생각하고 정말 일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일만 하게 된다고 봅니다. 월급 200만 원으로 한 푼도 안 쓰고 40년을 일해야 10억이 모입니다. 근데 10억으로는 결혼도 못하고 애도 못 키우나요? 200만 원 월급 받아도 결혼도 하고 애도 키우고 잘만 살아갑니다.
여유는 없을 수 있겠지만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만 원짜리 옷 입는 아이들보다 10만 원짜리 옷 입는 아이들이 10배 더 행복하게 자라나요? 더 비싸고 더 넓은 집에 살면 인생이 더 행복해지나요? 별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부족해서 돈을 더 더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럼 얼마가 있으면 만족하고 그 돈으로 뭐 할지 기준이 있나요? 멕시코 어부 이야기를 모두 들어봤을 겁니다.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친구들 만나고 여행도 가고 그럴 수 있는 시간은 항상 타임리밋이 있습니다. 돈만 가지고 그런 시간을 놓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젊을 때 더 일하고 더 벌어라고 조언 주신 분들에게 지금 당연히 여기며 사용하는 시간이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할 수 있다고 저도 감히 조언을 드려봅니다. 부모님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항상 짧고, 내 젊음도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자식의 어린 시절도 아주 잠깐일 거고요. 가족과 함께 했어야 할 시간에 일만 한 사람은 그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돈 좀 덜 벌고, 덜 쓰고 시간을 더 많이 쓰면서 살아도 되는데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걸 왜 일만 했지 하는 후회를 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의 가치관은 쌓아온 경험으로 형성된다면 제가 쌓은 경험은 돈은 중요하지 않고, 시간이 훨씬 중요하단 경험이었습니다.
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대한민국의 정말 큰 질병 중 하나가
이 비교, 허영, 과시적 소비와 문화라고 생각하고 이 질병이 팬데믹이 된 계기는 SNS라 생각한다.
나의 마지막 월급도 200만 원이었다. 물론 평균에 못 미치는 저소득잡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도 보통 3~400 선이지, 대단히 많이 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다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애도 키우며 가끔 여행도 가며 잘 살아간다.
물론 여유는 없겠지만 월급 받고, 대출 이자 갚고, 가끔 치킨도 시켜 먹는 게 보통의 인생 아닌가.
월 200씩 한 푼도 쓰지 않고 40년을 모아야 10억이라는 금액을 모을 수 있는데
이 돈을 가지고도 결혼, 연애 생활도 못한다고 말하면 한국에서 대체 몇 명이 결혼할 수 있는 건가.
예전에 올렸던 KB에서 나온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다시 보자.
보고서에서 정의하는 금융자산 10억 이상을 보유한 개인은 전체 인구의 0.93%로 추정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1%도 안 되는 사람만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울 수 있다고 글을 적어대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결혼도 포기하고, 연애도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간다.
그 결과가 대한민국 출산율의 박살이지, 무엇이 문제겠나.
왜들 그렇게 서로 비교하며 가랑이 찢으며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친구들도 말도 안 되게 비싼 유모차를 사더라.
가격과 가치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 나는 10분의 1 가격에도 유모차를 살 수 있는데 뭐가 다르냐 물었다.
애가 없는 나는 모를 거라고. 커뮤니티란 게 중요한데 너무 싼 유모차를 끌면 그룹에 낄 수가 없단다.
그룹에서 주기적으로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비싸서 부담스러운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지방 소도시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도 그런 비교와 급나누기를 하며 산다고 한다.
이런 걸 우리는 어디서 배워서 왜 하게 되었을까.
친구가 신입으로 취업을 했었다. 일 때문이 아니라 직장 상사들이 툭툭 던지는 가벼운 말들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싼 옷을 입냐, 무슨 학생들 가방 아니냐, 학생용 화장품 아니냐, 왜 안 꾸미냐.
상사들은 월급보다 비싼 명품백도 들고 다닌다며 자기는 그럴 여유는 없다고 말하던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씀씀이가 커졌고 이건 싼 거라며 몇십만 원짜리야 라는 말도 하게 되더라.
그 친구도 시간이 지나 신입이 오면 가방이 그게 뭐냐고 묻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남자들은 보통 차로 이야기가 가는 것 같다.
차가 없으면 차를 사게끔 만들고, 차가 낡거나 오래되면 이제 새 차 사야지.
큰 차로 바꿔야지. 좋은 차로 바꿔야지. 하며 다 같이 소비와 지출을 키워나가는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하는 가장 큰 소비는 집일 텐데 신혼부부에게 새 집에서 이런 비교, 과시를 하면
문제는 더 커지긴 한다. 대출을 크게 내고 영원히 빚만 갚으며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새 집을 위해 새 가전과 가구를 맞추며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보통 새 집 이전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은 살면서 한번뿐이라는 이유로 평소에 꿈도 못 꿀 비싼 패키지도 덜컥 구매하곤 하더라.
배당투자를 위해 시드를 모으고 배당을 재투자하며 씨앗을 키우고, 물을 주며, 이제 수확의 시기가
다가온 지금. 자산형성기에 시드는커녕 대출 이자만 갚고 있는 사람들이 내게 결혼은 못 할 거라며,
결혼과 출산으로 그런 여유는 사라질 거라 생각하는데 애초에 시작 지점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일도 꾸준히 열심히 했고, 남들 쓰는 정도만 썼는데 이렇게 힘들다고? 남들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아주 작은 각도가 벌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각도의 차이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고 본다.
크랩 멘탈리티라는 말이 있다. 게를 통에 넣어두면, 한 마리가 밖으로 기어 올라가려 할 때
다른 게들이 다리를 붙잡아 끌어내린다. 결국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게가 바보 같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사회와 무엇이 그리 다른지 모르겠다.
서로 도와주고 밀어주면 한 마리는 밖으로 나갈 테고 그 길을 따라 다른 게들도 나갈 수도 있을 텐데.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많이 아끼고, 모으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려하면
“그걸로 결혼이 되냐”, “그 돈으로 애를 키우냐”,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기준은 계속 올라가고, 사람들은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소비를 하고 원하지도 않는 삶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를 비교하고, 서로를 평가하고, 서로를 끌어내린다.
나는 통 밖으로 벗어난 사람으로서 누군가 올라가려 할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적어도 그 다리를 붙잡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