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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류 Jun 12. 2024

오페라는 엄마로부터.

<목요음악회> 2023.07.12. 일기의 연장 편


내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엄마는 늘 책을 보거나 오페라를 들으셨다.


아침이 되면 나의 엄마는 우리를 일어나라 깨운 적이 없었다. 클래식 시디가 50개 담아져 있는 상자에서 하나 꺼내 시디를 크게 틀고 엄마 할 일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음악선율에 천천히 잠이 깨서 눈을 뜨고 wake up, 일어나는 get up을 하면 엄마는 집안일을 하며 눈인사로 "잘 잤어?" 한다.


성당 옆 문화센터에서 목요일마다 하는 목요음악회가 있었다. 엄마는 삼 남매를 데리고 목요일만 되면 그곳으로 가서 커다란 스크린에 암막이 된 커다란 방에 옹기종기 클래식, 오페라 등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 앉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곳에서 잠을 잤다. 잠을 자다 일어나 듣기도 다시 잠을 자기도 잠을 자다 못 듣기도 한 목요일들이 흘러가 내 몸에 혈관을 타고 흐른다.

30대가 되어 오페라를 들으며 감동하여 눈물이 흐르는 나를 볼 때면 엄마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흘러 아이에게 가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 좋다.

엄마와 함께한 이태리 로마 아트 트립.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Magic flute》 이틀 연달아 눈물 흘리며 감상했다.


요즘은 찬란한 60대 학교생활을 시작해서 바쁘시지만 그 와중에도 엄마는 늘 책을 보신다. 그야말로 내가 외국에서 늘 보던 사람들 중 한 사람처럼 늘 한 손엔 책이다.

이제야 보이는.. 내 엄마는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다. 그야말로 내가 최근에 봤던 내향육아책 속 저자 같다. 엄마는 다소 무례했던 외향적인 일부 사람들로부터 기분이 언짢았던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저자처럼 사람들과 수다보다는 책을 읽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런 엄마 밑에 두 딸은 파워 외향적 사람들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엄마가 마음으로 의지를 많이 하던 장녀인 언니네가 미국을 간지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나와 엄마 그리고 항상 생각나는 언니와 마침 미국과 한국 시차가 맞아서 영상통화를 했다. 첫째 둘째 조카의 재롱과 날로 늘어가는 영어실력에 감탄해 주며 기분 좋게만 있던 나와 다르게 엄마는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다. 그런 엄마를 보고 언니도 눈물을 훔쳤다.

나는 그 둘을 놀렸다.

메롱메롱 또 우나?


보고 싶다! 나는 둘 다.

가까이 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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