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영어를 친하게 만들어 주는 영어선생(1화)

“영어, 네가 뭐길래 나를 평생 불안하게 해?”

by 유승희

주부 학생의 영어 극복 여정


“요즘 뭐해?”

“요즘? 나 영어 공부하잖아.”

“아! 정말? 나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선생님, 제가 으쓱해져서 어깨가 올라갔어요. ‘나도 해야 하는데. 대단해!’라는 말을 들으니 해낸 기분이 들어요. 저는 이미 영어를 공부하고 있잖아요.”


시작이 반이다. 인정받는 순간 좋은 기억이 심어진다. 잘하지 못해도 인정받으면 더 잘 하고 싶어진다. 잘하고 있는데 인정받아도 계속 잘하고 싶다. 나는 칭찬 효과를 믿는다. 오랜 기간 나에게 단련된 학생들은 모두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 심지어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 법대 동생은 나로 인해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영어에 관심이 가서 힙합을 즐겨듣게 되었고, 미국으로 변호사 연수도 다녀왔단다. 영어를 좋아하는 룸메이트 언니의 반짝이는 눈이 그 당시 궁금했단다. 어떤 이에게 내가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 힘이 난다.


영어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하는 공부다. 무료함이 일상이 되어가는 주부들에게 영어는 내 아이가 배워야 하는 과목이 아닌 나를 일으키는 동기가 되어준다. 자녀를 더욱 이해하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공부 중 하나다. 학생으로부터 ‘영어 자신감이 생긴다.’ 혹은 ‘덕분에 영어가 재밌다.’라는 말만큼 즐거운 게 없다. 남들이 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어가 더욱 두렵다고 한다. 인생을 살며 발목 잡힌 적이 많았다고 한다. 과연 남들이 모두 영어를 잘할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남들이 모두 영어를 잘한다면 영어 강사 직업이 사라져야 맞지 않을까.


수십 년 동안 갖고 있던 영어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어를 시작한 자신을 보며 드는 성취감이 예상보다 더 크다고 한다. 새로운 수업을 시작할 때 나는 학생을 만나 대화해 본다. 사람 간의 대화를 해야 하는 외국어는 학생도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서로를 면접해 보는 것이다. 학생과 선생 서로 간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면 일을 그르치는 분야다. 이 때문에 꼭 거치는 시간이다. 나 또한 모두를 학생으로 받을 수 없다.


17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경험은 그래서 값지다. 경험이 나의 자산이 되고 강의력을 높일 수 있다. 가르치는 경험을 통해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운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를 듣고, 지향하는 목표를 나눈다. 토익, 텝스, 토플 같은 영어 시험 과목이라면 이미 목표 의식이 뚜렷하므로, 단기간 점수를 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영어 회화는 목표가 되는 시점을 길게 잡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긴 목표를 머리에 심어두면 마음이 조급하지 않다. 그로 인해 해이해질 것 같다면 큰 오산이다. 일정 기간 뒤, 영어를 바라보는 자신이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영어 실력이 늘어있는 자신을 보면서 신난다. 신이 나면 공부가 즐겁다.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영어로 된 무언가를 보기 시작한다. 진정한 자신만의 영어 세계가 시작된다. 하루라도 영어 한 줄을 읽지 않으면 어색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과정을 함께 걸어가며 이끌어 주는 것이 내 직업이다. 남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움을 주고 나 자신도 성장한다. 어찌 이 직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녀가 영어를 잘했으면 한다면, 나도 배우면 된다.


“영어 학원을 얼마나 보냈는데 이 정도밖에 못 해?” 마음이 조급할수록 아이를 채근한다. 나도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나는 포기해도 내 아이는 포기할 수 없다. 내려놓는 마음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마음은 공부하는 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잔소리하는 당사자가 오히려 배우면 된다. 어려운 부분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 양육자가 육아가 흔들릴 때 육아서를 읽는다. 자녀의 영어가 불안하면 자신이 영어를 배우면 된다. 그 효과는 무엇일까? 엄마 자신조차 영어가 힘들다면, 도전해 보자. 영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면 아이는 자연스레 영어에 관심이 간다. 세상 전부가 엄마일 시기의 어린아이들에게는 특히 효과가 크다.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머리에 ‘기억의 방’이 만들어진다. 그 방에는 엄마의 영어 공부하는 모습이 들어있다. 영어에 대한 좋은 인상의 방이다. 배우는 것을 함께하면 아이와 공통 분모가 생기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영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언어의 특성상 계속 연마해야 한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면서도 매일 공부한다. 다른 외국어 공부도 하루 30분은 꼭 한다. 시간을 쪼개서 사는 삶을 택했다면, 긍지를 갖고 계속 연마해야 한다. 내가 공부하는 시간은 학생들에게 때론 동기부여가 된다. ‘선생님도 하는데 나도 해야겠다.’ 혹은 ‘외국어는 근면 성실해야 하기 때문이구나. 그럼, 나라도 못 할 것 없지.’ 배움에 게으른 선생은 계속 나아갈 수 없다. 먼저 선, 날 생. 먼저 그 길을 개척해 가는 사람은 겸손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정확한 길을 알려줘야 학생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이대로만 하면 됩니다.” 이보다 더한 확언이 있을까? 그 말 하나 믿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인생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릇된 욕심이 아니다. 욕심이면 좀 어떠리. 진심은 늘 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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