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쇠라_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1883-1884
6월 중순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와 함께 축축한 습기가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잠깐 햇살이 비치나 했는데 어느새 흐려진 하늘은 분무기 손잡이를 움켜쥘 때 나오는 물처럼 가벼운 비를 뿌렸다. 새털처럼 바람 따라 춤을 추며 비가 내렸다. 우산을 접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선 순간, 새털 같던 비가 내 몸에 엉겨 붙는 느낌이 들었다. '아! 찝찝하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한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창밖에서 부는 바람이 피부에 닿자 마음까지 상쾌해졌다. 젖은 머리를 말리기 위해 드라이기를 켰다. 윙, 소리와 함께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따스한 바람이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바람은 한낮 볕을 흠뻑 받으며 제자리에 멈췄다. 그곳에는 여유롭게 쉬는 사람들, 물놀이와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듯 멈춰 선 그 시간 내 마음도 노곤노곤해졌다.
모두가 멈춘 시간, 저 멀리 보이는 검은 연기는 하늘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뿌연 하늘이 장마철 습도처럼 내 마음에 엉겨 붙을 때 딸아이가 그림을 보며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점, 우울해. 쇠라의 작품들은 다 우울해. 회색 세 방울 넣은 느낌이야."
정말 그림 속 하늘은 회색 세 방울을 넣은 느낌이었다. 회색 세 방울 속에 지구의 공기를 더럽히는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₂), 황산 화합물(SOx), 질소산화물(NOx)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동남아시아 기후처럼 변해가는 우리나라, 지난봄 거셌던 산불처럼 기후 위기에 처한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연기로 뿌옇게 변한 하늘은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프랑스 파리의 북서쪽에 있는 도시 아니에르(Asnières)에는 센 강이 흐르고 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이 떠올랐다. 일자리를 찾아, 성공을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사람들, 집값이나 물가가 너무 비싸 서울 근교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처럼 프랑스 젊은이들도 파리에서 새 인생을 살아보려 모였을 것이다. 파리 근교 아니에르에서 살며 파리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위안을 받고 쉬는 모습은 마치 요즘 시대의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의 줄임말)을 즐기는 듯하다. 귀, 눈, 코를 활짝 열고 자연을 만끽할 때는 침묵이 꼭 필요하다 알려주는 것 같다. 침묵 속에 머물다 어린 시절 방학 때면 한두 달 지냈던 시골로 추억여행을 떠나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 가는 길에 시냇물이 흘렀다. 시냇물에서 물고기랑 가재 잡으며 놀던 아이들은 내가 등장하면 내 귀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ABC" 노래를 불렀다. 이때 나의 첫 별명 'A'가 생겼다. '애희'라는 이름은 '에이'로 불리다 알파벳 A로 변형된 것이었다. 새침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못 들은 척 시냇물 위를 가로지른 다리를 지나갔다. 드넓은 간척지 논 옆에는 아주 큰 저수지가 있었다. 모험하듯 저수지 둑에 올라 물귀신이 나올지 모르는 저수지를 바라보았다. 깊고 넓어 사람들이 많이 빠져 죽었다는 설이 있었던 저수지였지만, 나에게는 놀이터였다. 저수지에서 나오는 물은 양수기의 힘을 빌려 동맥처럼 곡식들에게 수분을 날랐다. 저수지에서 나와 논 주변을 흐르는 냇가에서 아이들은 놀고, 여자 어른들이 빨래를 했다. 더러워진 옷감 위에 빨랫비누를 문지르고 손으로 조물조물, 싹싹 비빈 후 방망이로 탕탕 친 후 거품이 빠져나갈 때까지 시냇물에 흔들며 빨래 끝! 을 외쳤다. 밤이 되면 남자 어른들이 삼삼오오 냇가에 모여 그물을 휙 던졌다. 민물새우와 민물고기, 다슬기 등을 잡아 민물고기 조림을 맛있게 해 먹었다.
물놀이를 하다 강물을 입에 넣어 갈증을 해소하는 사람을 보며 저 멀리 공장에서 내뿜는 폐수는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린 시절 빨래와 놀이, 먹거리를 함께 해결했던 시냇가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초록 자연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싱그럽고 아름다운 자연에게 고맙다 인사하며, 잘 가꾸고 싶다. 돌이킬 수 없는 시절이기에 불편함으로 다가온 그림은 다시 한번 내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구입해 먹은 배달음식과 포장음식 대신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여 요리를 해야겠다. 포장 용기, 배달 시 이용되는 연료, 음식 쓰레기는 줄일 수 있겠지? 우리가 만든 기후 위기를 조금이나마 탈출해 아이들에게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을 남겨주고 싶다. 어릴 적 나처럼 시냇가도 놀이터처럼 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
#미술로글쓰기 #그림으로글쓰기#조르주쇠라 #쇠라 #아니에르에서의물놀이 #회색 #검은연기 #어린시절#기후위기 #살롱드까뮤 #마더로그 #꾸준히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