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윤형근 작품을 만났다. 그날 기록에는 서울을 그리워하며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전시를 세번 보러 가던 나의 20대가 있었다. 전시회가 거의 없던 섬에서 생활을 갑갑해하는 기록이 가득했다. 할 수 없이 등지고 무시하려 두었던 미술관행은 나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코로나. 신생아 육아…. 마스크를 쓰고 떨리는 마음으로 어둑어둑한 날씨에 들어간 현대미술관에서 나는 윤형근 작품을 만났다. 아들과 나는 서로 앉아 그림을 보며 한참 시간을 보냈는데 내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남편은 사진을 남겨주었다. 첫 번째 사진이 마음에 무척 들었고 한동안 내 프로필 사진이 돼주었다. 3년 전 그때의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곧 너는 만나게 될 거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인제야 보내본다. 윤형근 화백의 침묵과 고요는 나의 3년을 대변한다.
"왜 그런 그림을 그리세요?"
"화가 나서요."
윤형근 선생님의 화가 나서 그리신 그림을 사랑해요.
2024.06.26.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살롱드까뮤 선생님들과 미술관 나들이. 날이 좋은 참 좋은 날이었다. 3년이 지나 돌아온 나의 전시회 나들이 나날들. 오늘따라 유독 남편에게 고맙다. 나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다 준 우리 남편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