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18/18
여행 기간과 날씨
2018년 8월 중순 대략 일주일. 서울이 낮 기온 40도로 역대급 기록 찍을 때 돌로미티 정상은 14도 정도가 나왔다.
전체 일정과 경로
0일 차 : 인천 - 로마
1일 차 : 로마 - 티볼리 - 치비타 디 바뇨레조 - 아시시
2일 차 : 아시시 - 몬테풀차노 - 몬탈치노
3일 차 : 몬탈치노 - 시에나 - 몬탈치노
4일 차 : 몬탈치노 - 시르미오네 - 카레자 호수 - 키우사
5일 차 : 키우사 - 오르티세이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 - 파소 가르데나 - 파소 지아우 - 코르티나 담페초
6일 차 : 코르티나 담페초 -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 브라이에스 호수 - 산 비토
7일 차 : 산 비토 - 베네치아 공항
어쩌다 가게 된 걸까
Sophy가 선배 언니들이랑 이태리로 놀러 가자고 의견 일치 봤다는데 운전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덜컥 납치를 당했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토스카나 언덕의 풍경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어디선가 "돌로미티"라는 곳이 그렇게 경치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또다시 돌로미티를 열심히 찾아봤다. 갈 때까지도 별 기대도 않던 돌로미티... 전반부에 다녔던 토스카나 풍경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곳이었다.
유럽 렌트카 여행 책에 "유럽 운전은 왕 쉽고 재밌음. 단, 이탈리아는 예외임. 이탈리아는 별도 챕터 참고하셈."이라고까지 되어 있었다. 과연 이탈리아의 운전은 명성처럼 험했지만, 결과적으론 우리나라보다 양반이었다.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료 수집
네이버 카페 "유빙"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 "처음 떠나는 유럽 자동차 여행"을 참고했다. 다른 책들은 본인 여행기 위주인 반면, 이 책은 렌트카와 운전에 관한 실용 정보로 구성되어 있어 취향에 딱이었다.
2022년 7월자로, 같은 저자의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 책이 새로 나왔다.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352854
여행 인원
인원은 부부 1쌍, 개인 2명 총 4명이고, 세 식구인 셈이라 트렁크 짐이 좀 됐다.
렌트카 예약
처음엔 트렁크 실을 공간이 좀 되는 미드사이즈 4인 탑승 가능 오토 차량을 예약했었다.
중간에 일정이 바뀌면서 이전 예약 변경이 안 되어서 취소하고 어쩔 수 없이 바뀐 일정에 예약이 가능한 미니밴을 예약했다.
가격은 훌쩍 뛰었지만, 렌트한 차를 받아 보니, 원래 예약 차량으로는 짐칸도 모자라고 편치 않았을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었다.
렌트카 여행 고수들에 따르면 스펙에 나온 인원수와 짐 용량이 and가 아니라 or이고, 예약 차량과 다른 차량이 나올 수 있어서 가급적 큰 차를 예약하기를 권한다고 한다.
예약은 허츠에서 했고, 예약 변경 때문에 허츠 한국 사무실에 전화했는데 상담원께서 너무 친절히 잘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로마 떼르미니 사무소가 단점이 좀 있다고 근처 다른 사무소로 연결해 주었다.)
준비물
블랙박스 대용으로 남는 아이폰과 차량용 폰 거치대를 이용해 운전 경로를 촬영했다. 아이폰 용량이 충분치 않아 저녁마다 아이패드로 에어드롭을 이용해 동영상을 이동했다. 다음에는 고프로와 간편하게 카피할 수 있는 외장하드를 준비해 볼까 한다. 원래는 사고를 대비한 목적이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돌려보니 재밌어서 영상(고속 재생)으로 편집해 봤다. 편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가끔씩 TV에 틀어놓고 있으면 여행의 추억이 다시 떠올라 그 기분을 오래 곱씹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내비게이션은 WAZE와 ZTL Radar를 이용했는데 구글맵보다 더 편한 것 같았다. WAZE는 일주일 정도는 무료 사용이 가능해서 여행 기간 동안 무료 사용하기에 딱이었다.
USIM을 6GB짜리로 사고, 여행 내내 내비게이션 켜고 다니고 가끔 SNS 사진 업로드하니 거의 딱 맞게 쓴 거 같다.
돌로미티 트래킹을 위해서 바람막이 재킷과 등산화를 가지고 갔다. 한여름임에도 산 정상은 꽤 추워서 바람막이 재킷이 필수이고, 얇은 장갑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화는 오랜만에 꺼내서 가지고 갔는데 신어보니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밑창 안쪽이 다 부서져서 신어보지도 못하고 버렸다. ㅠㅠ (뭔가를 오랜만에 꺼냈으면 괜찮은지 확인을 꼭 해 봐야겠다.)
경로
1일 차 : 로마 - 티볼리 - 치비타 디 바뇨레조 - 아시시
티볼리는 분수가 많은 옛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이다.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영감을 받은 곳이라 한...(카더라)다.
2일 차 : 아시시 - 몬테풀차노 - 몬탈치노
토스카나의 대표적인 도시들이다. 특히 몬탈치노는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3일 차 : 몬탈치노 - 시에나 - 몬탈치노
시에나는 한 때 피렌체와 쌍벽을 이뤘다는 도시이다. 전통 경주마 축제인 Palio di Siena는 언젠가 꼭 직접 한 번 보고 싶다.
4일 차 : 몬탈치노 - 시르미오네 - 카레자 호수 - 키우사
시르미오네는 알프스 아래 거대한 가르다 호수에 삐죽 튀어나온 곳인데, 현지인들의 유명 휴양지이다. 최근에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카레자 호수는...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이때 받은 신비로운 감흥이 돌로미티에 대한 감동의 준비가 된 것 같다.
5일 차 : 키우사 - 오르티세이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 - 파소 가르데나 - 파소 지아우 - 코르티나 담페초
오르티세이가 돌로미티에 가면 많이 가는 곳이다.
곤돌라가 있어 접근성도 좋고, 경치도 좋고, 부대시설도 잘 되어 있고 산 중턱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병풍같이 둘러진 장엄한 산들을 보며 식사를 하니 이게 웬 호강인가 싶었다. 단, 곤돌라 운영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니,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6일 차 : 코르티나 담페초 -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 브라이에스 호수 - 산 비토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는 풍경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곳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이 무지 많이 온다.
입구에 차로 줄 서는데, 마치 명절 고속도로에 있는 느낌이었다.
7일 차 : 산 비토 - 베네치아 공항
운전
나 혼자 했다. 나머지 세 명이 나를 운전사 시킬 속셈으로 데리고 간 것 같지만, 운전을 좋아하던 나에게는 다른 운전자가 있었더래도 넘기고 싶지 않을 만큼 이탈리아의 절경은 최고의 힐링이었다.
첫날 엄청 쫄아서 운전도 신경 쓰이고, 결정적으로 교외의 로터리에서 진입로 표시를 제대로 못 봐서 역주행으로 진입할 뻔했다. 하지만 조금 익숙해진 둘째 날부터는 정말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운전했다. 카레자 호수 올라가는 길에선 잠깐 쫄기는 했지만...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도시에는 ZTL이라고 하는 자동차 제한 구역이 있다. 이게 (이탈리아 답게도) 획일적으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눈에 잘 띠지도 않는데 귀신같이 잡아서 엄청난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객들에게는 무려 "공포의 대상"이라고 까지 불리기도 한다. 가기 전에 엄청 걱정했지만, 굳이 도시에 진입하지 않는다면 차가 다닐 수 있는지 없는지 구별이 가능하고, 도시 입구에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내 차에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지도 않고 주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쓸 일이 없었지만, 여행 중 장거리 이동에는 크루즈 컨트롤이 꽤 유용했다. 특히, 아무리 이탈리아라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추월차로와 주행차로는 꽤 잘 지켜지는 편이었다. (물론 추월차로에는 추월하는 차들이 그득...-_-;;;)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한국에 비해 운전이 훨씬 수월했다.
(근데 왜 옆에는 낭떠러지인 산길에서 코너를 돌면 꼭 길 중간으로 돌진해 오는 차들이 있는지...)
숙박
토스카나에는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라고 하는 농가민박집이 있다. (알쓸신잡에도 나온)
분위기가 좋고 음식도 좋아서 여기에 머무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고 엄청난 힐링이 된다. 하지만 역시 좋은 데는 일찍 매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묵은 곳들도 너무 분위기 좋고 쾌적했다. (근데 숙소에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서...ㅠㅠ)
돌로미티의 숙소는 스위스에 준하는 가격에다가 역시 일찍 매진된다.
음식
역시 토스카나의 음식들이 좋고 직접 소시지를 만드는 로컬 음식점(기사식당 또는 정육식당 같은 곳)에서 먹은 소시지, 햄, 라드 같은 것들은 입안에서 맛이 폭발했다.(...만 이런 음식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먹기 힘들지도...)
토스카나의 적막한 밤 속에서 먹는 정찬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낭만적이었다.
돌로미티는 상대적으로 토스카나보다는 못했지만, 조금 지치고 으슬으슬한 기운의 저녁에 먹은 "해산물 수프"는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자동으로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어흐~!" 소리가 절로 났다.
사진
토스카나 시그니처 사진을 찍기 위해서 GPS 포인트까지 찍힌 정보들을 미리 알아 갔다.
https://www.locationscout.net/locations/331-tuscany (대략 이런 사이트)
정말 딱 그 지점이 아니면 사진이 그렇게 나오지 않는 식이었다. (조금만 옆으로 가도 방해물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8월의 토스카나는 이미 추수가 끝나서 찬란한 녹색의 언덕을 찍을 수는 없었다.
돌로미티는 운이 좋게도 절묘한 날씨와 타이밍에 인생 사진을 건지게 되었다. 사람들한테 무보정 사진을 보여줘도 이거 보정한 사진이냐고 물어볼 정도.
결론
유럽 렌트카 여행은 탈만 없으면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 ("탈"의 대부분은 도난 사고라 하니, 짐 간수를 잘해야 한다.)
이동에 드는 돈, 시간, 노력을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풍경은 멋지고 운전은 편하다.
특히 이탈리아는 가 보면 가 볼수록 근사하다. 가도 가도 더 멋진 곳들이 나오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편집한 주행 블랙박스(고속 재생)+멋진 곳 사진 영상 링크를 달아본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i35QMfevvWSzuavNFnFBoOfVLQBJUH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