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먹자고 가는 여행

스페인 미식여행 - 1 | Casa de Tapes Cañota

by 탱강사

여행을 업으로 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언젠가부터 미식에 눈을 뜨더니 급기야 미식을 주제로 한 여행 상품을 만들었단다. 그 첫 시도로 스페인 미식여행을 간다고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하는데, 아내 Sophy가 나보고 갔다 오란다. "응? 나 혼자?" 자기는 휴가 내기 애매한 시기라 못 가니, 나 혼자 맛난 거 많이 먹고 오라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여행을 떠나기 전, 같이 갈 일행들과 만나는 오리엔테이션 자리가 있었다. 인솔하는 친구가 여행에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데, 제일 인상적인 것은 소화제를 꼭 챙겨 오라는 것이었다.


멤버는 아주 이상적이다. 여행 경험도 어느 정도 있고, 성격들도 무난해 보이는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다. 특이하게도 아빠가 돈을 대주고 가기로 한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딸이 한 명 있었는데, 모두들 멋진 아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나는 아내가 갔다 오래서 혼자 왔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혹시 갔다 오면 집에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냐'고 악담(?)을 한다.


우리집 마님이 이렇게 쿨합니다, 여러분.




파리를 경유하는 비행기라 에어프랑스를 탔더니 매 식사에 나오는 작고 귀여운 술들이 인상적이다. 미식여행이라고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코냑도 병샷(?)으로 기분을 내 본다.


에어프랑스 기내식은 역시 치즈와 와인이지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브랜디(코냑)를 한 병(!) 마셨다.


우리의 첫 스페인 도시는 바르셀로나. 안전벨트도 없는 공항버스는 몸을 잡아주지 않았지만, 풀려있던 마음은 다잡아준다. 여긴 바르셀로나라구.


까딸루냐 광장 뒤쪽의 어두컴컴한 거리에 자리 잡은 우리의 숙소. 너무 밤이라 분위기는 가늠이 안된다. (나중에는 꽤 마음에 들었던 숙소이다.) 우선 짐을 풀고 저녁을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한다.


바르셀로나로 미식여행을 왔으니 늦은 시간이라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로 나가자는 의견에, 다행히(?) 같은 방을 쓰는 Y님은 동의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Bodega1900. 상당히 유명한 타파스바인데, 늦은 시간이라 오히려 자리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퇴짜를 맞았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Tickets. 유명세로 치자면 어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이곳 역시 예약이 없으면 자리가 없다고 한다. (두 달 전부터 열리는 예약 사이트는 10분이면 마감된다고 한다.)


난감해하는 우리에게 Tickets의 직원이 카운터에 비치된 명함을 하나 집어주며 여길 가 보라고 한다.


명함이 너무 인상적이다.




그렇게 찾아온 Casa de Tapes Cañota. 아마도 Tickets의 분점 같은 개념의 식당일 것이라는 우리의 추측.


다행히 우리가 앉을 자리는 있었고, 아늑한 분위기, 오묘하게 귀엽고 유머러스한 인테리어, 무엇보다도 우리의 허기진 배와 온 식당에 퍼진 고소한 음식 냄새들이 우리를 주저 없이 앉게 만들었다.


메뉴판이 너무 귀엽다. 하지만 주문은 그냥 서버가 추천해 주는 걸로 다 시켰다.


제일 먼저 시킨 것은 스페인 음식으로 첫 번째로 떠오를 하몬. 손으로 잘라 만든 것이 훨씬 맛있다는 서버의 얘기에, 비싸지만 그걸로 시켰다. (그러길 잘했다.) 그리고 와인.


손으로 자른(Hand carved) 하몬이 훨씬 비쌌지만, 그럴라고 온 여행이니까...
서버 아저씨의 저 미소가 식욕을 더욱 돋워주는 느낌


우리보다 조금 늦은 비행기로 온 다른 일행들도 잘 찾아와 합류했고, 먹을 입이 많아지자, 우리가 주문하는 음식의 가짓수도 늘어났다. 스페인의 타파스는 양이 적어 여러 가지를 시킬 수 있어서 좋다는 그럴싸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새우 튀김을 입에 넣었을 때 저 수염들이 아사삭 부서지는 식감이 끝내준다.
문어!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하다니!
일하는 서버들
홍합이야 당연히 맛있는 거지만. 여행의 기분이 맛을 증폭시키지.
늦은 시간이었지만, 역시 이 동네 사람들의 저녁은 더 오래 간다.


가이드 이민영님 소개 : https://www.facebook.com/minyoung.lee.5623293
미식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여행 전문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