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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r 16. 2020

상어 파티

다이빙 여행 | 코코스 아일랜드 - 6

상어를 찾아다니는 우리의 집착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이곳은 Night diving 역시 모두 상어를 보러 가는 다이빙이다. 라이트를 켜고 물에 뛰어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상어의 형체가 원을 그리며 바닥을 돌고 있었다. 억만장자 악당이 조직의 배신자를 처단하려고 바닥을 열면 나타나는 상어가 그득한 그런 수족관이 이런 모습이었을 거다. 다행히 난 배신자도 아니고, 상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녀석들은 아니란 것도 안단 말이지.


우리가 내려오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엄마상어 뚜루루뚜루


여기서 우리가 보는 상어들은 그렇게 크지도 않고 (사람 키 보다 작다.), 사람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낮에 봤을 때보단 꽤나 분주해 보이는 것이, 브리핑 때 들었던 사냥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어가 이리저리 움직이면, 우리는 상어 구경을 하겠다고 라이트를 비추면서 움직였다.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꼭 상어가 우리를 이용해서 사냥감 몰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사냥개를 몰고 다니는 기분이 드는데, 이게 또 장관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녀석들은 변죽만 울리고 사냥은 언제 하는 것이지? 주변을 맴도는 Yellow snapper들은 상어의 먹잇감은 아닌 것인가? 그렇다고 Yellow snapper들이 상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상어를 계속 피해 다니다 한 순간 확 피하는데, 정말로 물속에서 "확!" 소리가 들렸다.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부산스러움은 잠깐, 사냥 다운 사냥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떤 한 녀석이 돌 틈에 뭘 발견했는지 모르겠지만, 난폭스러운 움직임을 보였고, 한 순간 주변의 상어들이 발광을 했다. 그 주위로 모래 먼지가 터지고, 틈틈이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이는 게, 분명 어떤 한 물고기가 희생되었겠거니 했다.


그야말로 광란의 Feast!


아직 기대하던 Hammerhead 무리를 못 봐서 아쉬운 맘이지만, 암흑 속에서 광란의 사냥을 보고 나니 좀 흥분이 되는 면이 있다.




낮 동안의 다이빙에서 Hammerhead는 날이 갈수록 조금씩 우리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마음속의 기대심과 조바심은 경쟁하듯 나란히 높아진다.


먼발치에서 Hammerhead의 무리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분명히 멀지 않은 어딘가에는 우리가 원하던 그런 광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리는 아니었다. 


Hammerhead가 끊임없이 줄줄이 어디론가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손에 닿지는 않지만.


그래서 우리는 정찰병처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이리로 저리로 움직였다. 마우스피스를 문 입으로는 무슨 소린지 나도 모를 주문을 외웠다. "헹어행아앙냐양냐..."


그러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 베또 선장이 가리키는 손 끝에, 하얀 햇빛의 커다란 원 아래에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이거다, 이거! BBC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바로 그런 장면이다. 일반인(?)인 내가 이런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


허벅지에 불이 나도록 쫓아 달려간 사람은 젊은 강사 3명뿐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0qjO_M3RM


텅 빈 바다 공간에서 움직이는 Hammerhead 상어들은 금방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멍하니 사라진 그곳을 보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게 어디야.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것을 직접 봤잖아. 이번 여행은 성공이라구.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던가, 마지막 남은 하루 역시 어제보다 더 근사한 풍경을 보려고,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기 저 아래에 보이는 상어의 모양새가 좀 다르다. 작고 날씬한 Reef shark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첫날 옆 팀에서 봤다던 Tiger shark인 것 같다. 깊고 멀리 있어서 쫓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통한 몸매에 큼지막한 것이, 심상치 않는 녀석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좀 돌고 있는 와중에 이 녀석이 우리와 같은 수심에 마주쳤다. 크기도 꽤 큰데, 거의 눈앞에서 마주쳐서 사뭇 놀랐다.


Tiger shark라면 백상아리, 황소상어와 함께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3대 상어이지만, 우리는 함께이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이럴 때 쓰는 표현 맞아?) 역시 이번에도 어제의 그 멤버들은 집요하게 이 녀석을 쫓아갔다. 혼자인 녀석은 떼거지로 몰려온 인간이 귀찮은 듯 소란 떨지도 않고 유유히 헤엄쳐 가 버렸다. 우리가 아무리 남은 힘 다 털어서 오리발을 차도 쫓아갈 수가 없었다.


"다이빙 중에 상어를 만나면 어떡하나요?"란 질문에 대한 대답
이렇게 보니 사람보다 조금 큰 정도일 뿐인 녀석이로군.
https://www.youtube.com/watch?v=LPhIrp3DmO4


Tiger shark도 눈 앞에서 봤어. 이제 코코스에서 아쉬울 건 없을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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