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를 돌아다니기 전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들른 츄로스 카페. 마드리드에서 제일 유명한 츄로스 카페라고 하니, 그 정도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려나.
츄로스로 유명한 San ginés(산 히네스) 쵸콜라테리아
그라나다에서 충격의 비주얼을 선사했던 츄로스에 비해 이곳의 츄로스는 우리가 기대하던 예쁜 모양을 하고 나타났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착한 가격과 함께. 역시 여기도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은지.
산뜻한 기름 향을 발산 중인 돌돌 말린 츄로스. 곱창 아님.
그래, 이게 우리가 알던, 우리가 기대하던 츄로스의 모양이 아니었나. 설탕도, 시나몬도 없이 기름 냄새만 풍기는 것이 나는 더 좋았다.
가격도 착하다. 쵸콜렛과 츄로스 6 가닥이 함께 나오는 게 4유로 (2017년 기준)
외관이 멋진 Mercado de San Miguel(산 미겔 시장). 마드리드 여행 가이드에 항상 나오는 그 시장. 그래서 멋있고 깨끗하긴 한데, 관광지화 되어 그런지 가격이 조금 비싼 편.
외관도 이쁘고 내부도 이뻐서 사진 찍기는 좋을 것 같다. 가격이 조금 비싼 느낌이었지만, 여행의 추억을 만들긴 괜찮을 듯.
그리고 세비야에서 후숙 되지 않은 걸 사서 먹지 못했던 체리모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매장 청년에게, 배워 놓고도 써먹을 일이 없어 다 까먹은 스페인어로 오늘 저녁에 먹을 거라고 얘기해서 잘 익은 걸로 하나 샀다. 우와우~ 세상에 이렇게 단 과일이 다 있다니!
달기로는 평생 먹은 과일 중 최고였던 체리모야 (Cherimoya 또는 Chirimoya)
유능한 가이드를 따라다니면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도 하게 된다.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Central이라는 재즈바인데,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오늘의 공연은 찰스 맥퍼슨 쿼텟의 공연. 최대한 가까이 앉겠다고 앉은 곳이 약간 구석이었는데, 마침 연주자들이 대기실과 무대를 오가는 길목.
재즈 카페인데, 혼자라면 이런 데가 있는 줄도 몰랐을 듯?
그래서 저 키 큰 베이스 연주자 아저씨가 우리에게 "¡Hola!" 하고 웃으며 인사하며 지나갔다. 공연 입장료를 내고 맥주 한 병씩만 시켰는데, 안주로 준 올리브가 어찌 이리 맛있는 거니?
가까이 앉아서 더욱더 컸던 현장감! 근데 재즈는 역시 어려움... ㅠㅠ
들뜬 기분으로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들른 Museo del jamón. 이름은 박물관이지만, 일종의 술집 이름이다.
약간 관광객용 가게 같지만, 그만큼 규모도 있고 구색도 있고 심적 부담도 적을 것 같아서 들러 봤다.
상당히 번잡스러운 분위기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맛을 봐야 한다는 강박에 이것저것 시켜봤다. 생각보다 큰 가격 차이에 주저했지만,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큰지 궁금하지 않냐는 이민영 가이드의 말릴 수 없는 호기심에 비싼 것(Jamón Ibérico)과 싼 것(Jamón Serrano)을 같이 시켜봤다. 오, 이런! 안 먹어 봤으면 하몬 선택의 기준이 가격이 될 뻔했군. 비싼 하몬이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다양한 가격대의 하몬들. 가격 별로 비교해서 먹어보면 아... 비싼 이유가 있구나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호텔을 떠나기 전, 마트에서 사 온 하몬과 와인으로 호텔 로비에서(호텔 허락을 받았다.) 우리만의 소박한 파티를 열었다.
1시간 정도 남은 시간을 금으로 만들어줄 연금술. 맘 같아서야 밤새 먹고 마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바로 옆에 일에 열중하는 아저씨에게, 우리끼리만 이러기 미안해서 혹시 맛이라도 보겠느냐고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업무 중이라 괜찮다며 사양했다.
그러다 잠시 후, 우리가 들고 있는 여행용 와인잔을 보더니 "그거 플라스틱 잔이야?"라고 묻는다. 우린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와인잔이 신기해 보여서 물어보는 건 줄 알았더니, "와인을 플라스틱 잔에 먹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라고 하더니 자기가 주방으로 가더니 유리잔을 얻어다 줬다. 와우~ 멋진 아저씨. 당신이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기억을 업그레이드시켜 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