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미식 여행 - 12 | 마드리드의 레스토랑들
마드리드라면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하나? 라는 의문을 품던 우리가 제일 먼저 간 식당은 보틴(Botin)이다.
Sobrino de Botin 또는 La Bodega de Botin, 보틴 레스토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유명 식당으로, 어떤 가이드북에도 마드리드의 필수 방문 코스로 소개되는 곳이다.
그렇게 유명한 곳이라면 방문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바쁜 시간대가 아니라 그런지 자리를 잡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과연,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외관은 물론, 식당 내부 구조나 벽과 바닥, 테이블 등 모두 세월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이 식당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새끼돼지 구이인 Cochinillo Asado와 오징어와 그 오징어 먹물로 만든 오징어 덮밥(Chipirones en su Tinta)을 시켰다.
하, "오징어와 그 자신의 먹물로 만든"이라니. 이런 이름의 요리가 사 먹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돈을 내는 것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는지 조금 의문스럽긴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수제버거니, 수제돈까스니 하는 것의 원류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부자(父子) 덮밥(ㅠㅠ)이라는 오야코동의 느낌도 좀 들고. 먹을 때 오징어와 먹물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면서 먹어야 되려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먹물에 버무려진 오징어도, 그 유명하다는 새끼 돼지 구이도, 맛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가이드 이민영님의 얘기대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식당에서 밥 먹었어!"라는 자랑거리 이상의 특이점이 없었다.
"마드리드의 청담동"이라고 부를만한 동네에 있는 레스토랑인 Lúa.
미슐랭 1 스타를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스페인의 수도, 미슐랭 1 스타, 이래 저래 바르셀로나의 레스토랑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려나?
숨겨진 듯한 아담한 문을 들어서, 은은한 조명의 작고 조용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에다가, 미슐랭 1 스타인 걸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을 거라는 이민영 가이드의 귀띔에 사뭇 기대와 호기심이 일어났다.
이때쯤 되자, 일행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창의적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지나치게 창의적"이었던 초반에 비해 중반을 지나며 다소 신선한 느낌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고전적인"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미슐랭 1 스타의 한계" 운운하는, 이제 갓 미식에 눈뜬 사람치곤 주제넘은(?) 평가까지 하게 된다.
이것이 절대적인 맛에 대한 평가인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감각이 "미슐랭 가이드"라는 권위에 휘둘린 것인지는 누구도 단정하긴 어렵다.
마드리드의 청담동이라는 동네에 좀 더 캐주얼하면서도 힙한(?)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Los tortillas de gabino"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미슐랭 가이드에 빕구르망급(가성비가 좋은 곳)으로 소개된 곳인데, 오너의 자존심으로 입구에 스티커를 붙여 두거나, 굳이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배가 덜 고파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망정, 오히려 사전 정보 없이 와서 자유로운 분위기에 먹어서 그런지, 이전 레스토랑들에 비해서 훨씬 새롭고 재밌는 저녁 식사가 되었다.
계산하며 나오는 길에도 레스토랑의 오너는 음식, 레스토랑의 경영 철학, 요리, 다른 여행지 얘기 등을 해 가며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 것이 인지상정.
가이드 이민영님 소개 : https://www.facebook.com/minyoung.lee.5623293
미식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여행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