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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Sep 02. 2016

신들의 정원 팔라우

간이 부었는지 좋은 데만 다닌다. 2010년 2월

왜 그랬을까? 지금에 와서 기억을 떠올려 보려 해도 정확히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다. 왜 다음 여행지로 선뜻 팔라우를 꼽았는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 스스로를 교묘히 설득시키는 갖가지 이유들.


몰디브를 다녀온 이후로 회사일이 복 터졌다. 밤과 낮의 구분이 사라지고 주말도 휴일도 사라졌다. 출근 시간대에 길이 막히기 전에 사무실을 나서 집으로 향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1년이 넘어갔다. 월급은 통장에 고스란히 쌓여가고 있었고, 야근과 주말 근무로 얹어 받은 수당도 더해졌다. 여전히 돈 쓸 여유가 없는 상태라 생각은 다른 곳으로 튀었다.


내 차는 우리 아버지가 처음으로 샀던 차로 94년식 쏘나타II였다. 처음 아버지로부터 이 차를 받아올 때도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연습용으로 2,3년 타고 새 차를 사야지 하고 가져왔던 차였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보고 배운 절약의 습관의 산물인지, 쓸만한 차를 버릴 수가 없어 여태 타고 있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고 나와 밖에 주차된 차를 타고 집에 갈라치면 양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네 개로 겨우 얼음 같은 운전대를 잡고 운전했다. 앞 유리에 맺힌 성에는 닦고 닦아도 다시 끼어 사라지지 않았고 추위에 움츠린 발 끝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펼쳐지지 않았다. 겨울왕국이 개봉한 이후였다면 엘사의 Let it go라도 들으며 마음을 달랬겠지만...


이미 충분히 오래된 차였는데 추위까지 더해져 통장에 모인 돈을 차를 바꾸는 데 써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일하느라 부족한 시간에도 새 차를 검색하고 가격대를 고민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 보니 결국 "기왕이면 병"이 온몸에 퍼져 날이 갈수록 더 좋은 차를 보면서 예산이 불어, 처음 생각했던 예산의 두배까지 가 버렸다. Sophy와 나는 제대로 놀지도 못하던 날들의 보상으로 새 차를 그리며 은근히 들떴다. 하지만 Sophy나 나나 다행히도(?) 차 욕심이 없었다. 차는 그저 교통수단일 뿐. 운전하기 힘든 겨울도 조금만 더 참으면 지나갈 시간들.


그래, 새 차 살 돈이면 럭셔리한 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올 수 있지 않겠어?

라는 것이 Sophy와 나의 Cool한 의견 일치였다. 그리고 덤으로 나는 Vintage Car Driver의 지위를 버리지 않아도 되고.


여행비 마련의 심리적 버팀목이었던 94년식 쏘나타II. 명차이긴 했다


결국 새 차 대신 여행이라는 결론을 얻은 우리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왕 새 차 살 돈으로 가는 여행, 최대한 럭셔리한 곳을 가자!라고 생각하여 정한 곳이 바로 팔라우였다. 물론 더 럭셔리한 곳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피땀 흘려 번 돈 펑펑 쓸 수도 없는 일이고, 더 럭셔리한 곳은 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긴 휴가가 필요한 곳들이기 때문에 팔라우는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팔라우를 여행지로 선택한 그때는 막 새로운 여행지로서 팔라우가 떠오르던 때였고, TV에서도 아름다운 팔라우의 자연을 신들의 정원이라 소개하던 때였다. 그래서 여행사에서 전세기를 띄워 여행객들을 모아 가는 팔라우 여행의 태동기였다.


아무튼 우리는 팔라우를 가는 것으로 정했다. 돈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줄곧 일만 했던 1년 이상의 시간들을 보상받아야 하니 돈은 생각지 말자. 가장 중요하고도 원론적인 결심은 끝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일에 치여 한창 바쁘던 때에, 지난번 몰디브로 다이빙 여행을 같이 다녀왔던 JungWon이 다음 여행으로 팔라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음이 기억났다.


그때는 도무지 시간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가자고만 하고 먼저라도 잘 다녀오라고 대답했었지. 그래서 이번에 다시 물어봤다. JungWon은 우리에게 같이 가자고 물어봤던 때에 팔라우를 다녀왔다고 한다. 무지무지 좋은 곳이니 꼭 가 보란 말까지 해 주니 우리의 결정에 설득력이 더 보태졌다. JungWon은 자기가 이용했던 스쿠버다이빙 전문 여행사 연락처를 알려줬다.


'스쿠버다이빙 전문 여행사라니... 그런 게 있는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해 봤다. 전화를 받으신 여자분은 본인도 스쿠버다이빙을 한다며, 팔라우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를 해 줬다. 당연히 다 좋은 얘기들이었겠지.


일단 알겠다고 얘기하고는 집에 돌아가 Sophy와 의논을 했다. 우리도 딱히 별로 아는 바가 없지만 좀 더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다 좋은 얘기밖에 없는데 곧이 곧대로 믿고 가도 되는 걸까? 하는 등의 괜한 의심을 발동해 보려 했지만, 어차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둘이서 머리를 맞대 봐야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게 우리의 이른 결론이었고, JungWon이 이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믿고 여행사의 안내에 따르기로 했다.


다음날 다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본격적인 상담에 돌입했다. 여행사에서 띄운 전세기가 항공편의 전부였기 때문에 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는 없었다. 한 대의 비행기가 목요일 밤에 출발해서 다음 월요일 새벽에 귀국하여 다시 팔라우를 갔다가 목요일에 돌아오는 식의 주 2회 노선이었다. 여행사의 조언으로는 목요일 출발 편이 조금 피곤하긴 해도 밤과 새벽 시간을 이동에 쓰고 그나마 낮 시간을 여행에 쓸 수 있어서 효율적일 것이라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 그대로 하기로 하여 금, 토, 일요일을 꽉 채워서 쓰는 여행 일정이 잡혔다.


회사에서 하던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고, 월요일이 삼일절이었기 때문에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가는 데 문제는 없었다. 짧은 일정 치고는 비용이 꽤 되는 편이긴 했지만, 이럴라고 그렇게 박 터지게 일한 거 아니었겠는가.


여행의 시작은 인천공항에서 여행사 담당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전화로 상담을 해 주신 그분이 우리의 여행 일정 동안 같이 다니신다고 한다. '그럼 깃발 들고 다니는 그런 여행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설명을 들으니, 우리를 인솔해 주시는 가이드는 스쿠버다이빙에 특화된 경로를 안내해 주시는 것이라 하고, 이 여행에 참여하는 여행객은 우리를 포함해서 4명이 전부였다.


처음에 나는 모든 승객들이 스쿠버다이빙 여행으로 오는 건가 생각했었는데, 비행기에는 그냥 보기만 해도 스쿠버다이빙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위기의 그룹들이 대부분이었다.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그럼 팔라우에 스쿠버다이빙 말고 뭐하러 가는 거지?'


여행사의 전세기는 여러 경로로 모집된 여행객들을 태우고 팔라우로 출발했고, 아직 깜깜한 새벽에 팔라우에 도착하고부터는 여행사 가이드와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온 4명은 "일반" 여행객들과는 전혀 다른 길로 움직였다. 오히려 이렇게 작은 그룹이 공통 관심사로 만나서 다니는 게 더 재밌고 친구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도 같았다.


여행사 가이드분의 이름은 Angela. 처음 문의 전화를 걸었을 때 "저도 스쿠버다이빙을 해요."라고 소박하게 했던 소개로부터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 분은 무려 스쿠버다이빙 강사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앞으로 이 분 의견에 굳이 어쭙잖은 의심 같은 건 할 필요 없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다른 두 여행객은 각각 따로 오신 여자분들. 한 분은 싱글녀, 한 분은 무려 얼마 전 아기를 낳았는데,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몸조리(?) 차 혼자 다이빙하러 온 거란다. 뭔가 혼란스러웠다.


팔라우 공항에 있던 팔라우의 지도. 산호초의 모양이 돌고래를 닮았다


아직 새벽 4시도 안 된 깜깜한 시간이었지만, 팔라우 현지의 다이브 샵에서 나온 작은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중 나온 현지 다이브 샵의 한국인 강사님과 가볍게 인사를 하는 동안 스텝들이 우리의 짐을 버스에 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지만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고, (몰디브 때와는 달리) 내가 들인 비용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버스는 깜깜한 팔라우의 도로를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내일 아침 햇살이 비치면 어떤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까?라는 것은 기우였을 뿐. 베개에 머리를 댔다가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동이 터 오는 팔라우의 바다


잠이 충분치는 않았지만, 신들의 정원이라는 팔라우의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겼다. 내가 처음 다이빙을 했던 꼬따오에서 산 마스크, 몰디브 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방수 카메라 세트, 햇빛에 타는 걸 막기 위한 티셔츠, 선글라스, 선크림을 챙기고, 나는 눈이 나쁜데 마스크를 써야 하니 1회용 콘택트렌즈를 꼈다.


짐을 들고 정해진 시간에, 나오라는 곳으로 나가면 그 뒤로는 준비된 일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편하기도 하고 마음도 놓였다. 모두들 나와 같은 설렘 때문이었는지 제시간에 모였고, 새벽에 우리를 데려다준 버스가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우리를 팔라우의 환상적인 바닷속으로 안내해 줄 다이브 샵이 있어서 잠깐 팔라우의 눈부신 햇빛을 느끼는 동안 이미 다이브 샵에 도착했다.


소박한 외관의 팔라우 다이브샵 입구


다이브 샵에는 우리 일행 5명 외에도 이미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와 있었다. 우리가 3일 동안 쓸 렌털 장비들을 고르는 동안 다른 팀의 다이버들은 거의 모두들 개인 장비를 들고 와서 세팅 중이었다. 우리는 정말 그 사람들에 비하면 초짜 다이버들이어서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에 비해서 일찍 좋은 곳을 왔다는 뿌듯함의 이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몸에 맞는 장비들을 대충 맞추고 나니 앉아서 쉴 틈도 없이 보트에 올라탔다. 오늘의 다이버들은 모두 합해 20명 정도였는데, 2대의 보트에 나눠서 탔다.


다이브샵의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배를 탈 수 있다


우리 보트에는 우리 일행과 다른 한 팀이 같이 있었다. 그 팀은 두 가족이 같이 온 것 같았는데, 첫눈에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두 분, 20대 정도의 자식 세대가 4명 정도였는데, 어르신 두 분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했다. 아이들은 그 기에 눌려 출발하기 전부터 주눅이 들어 있었다. 어르신들은 마치 교관처럼 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장비 준비에 대한 "명령"을 내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즐거움이나 설렘은커녕 초조함과 부담감으로 얼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숫제 훈련 캠프나 마찬가지였다.


보트가 출발하자 보트는 두 대의 엔진이 내는 굉음으로 뒤덮였다. 무거운 기운이 퍼져 나오는 옆 팀 때문에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부담스러웠는데 차라리 잘 됐다랄까. 주변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이내 말없이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의 여유와 해방감을 즐겼다.


바다에 교통 표지판이라니!


팔라우에서는 주로 코로르에 숙소를 잡는데, 많은 다이브 포인트들이 보트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그래서 보트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적 부담도 있고, 뱃멀미가 있는 사람은 미리 약을 먹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보트를 타고 있는 동안에도 엔진 소리 때문에 서로 얘기를 나누기도 녹록지 않다. 팔라우의 보트들은 모두 두 대의 엔진을 달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예전에 한 다이버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이 다이버를 구조하기 위해 보트가 출발했지만, 이 보트도 바다 한가운데에서 엔진이 고장이 났다.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다이버의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 사고 이후로 팔라우의 보트는 법적으로 꼭 두 대의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훨씬 더 안심할 수 있지만 두 배의 엔진 소음이라는 아주 사소한 불편을 겪어야 한다.


엔진 소음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 지도 수십 분, 엔진의 소리가 "우우웅~~~" 하면서 낮아지기 시작했다. 오! 이것은 다이브 포인트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 우리를 안내해 줄 다이브 마스터들은 엔진 소리가 잦아들기 전부터 이미 무언가 준비를 하던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우리도 수트의 지퍼를 올리고, 머리에 두건을 두르면서 한편으로는 팔라우에서의 첫 다이빙 준비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들뜬 기분을 추스르는 노력이 무상하게 우리의 주의를 한 순간에 끌어들이는 일이 생겼으니, 출발부터 계속 외면하려 해도 할 수 없었던 옆 팀에서 사달이 났다. 어르신 한 분이 버럭!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내용을 듣자 하니, 아이 중에 한 명이 오리발을 빠뜨리고 챙겨 오지 않은 것이다. 이 팀은 렌털 장비가 아닌 개인 장비들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본인의 잘못이다. 방금 전까지만도 설렘과 기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던 것만 같던 팔라우의 바다는 이내 질책과 타박의 목소리, 원망의 눈빛, 심지어 공포 분위기까지 내려앉고 있었다. 우리는 이 무거운 분위기가 우리에게 번질세라, 남의 일인 듯 애써 외면하며 팔라우 바다로 뛰어들었다.


물 밑은 짙은 푸른빛이 깔려 있었지만, 분위기는 물 밖보다 차라리 밝을 테지! 몰디브에서의 아쉬운 다이빙과 1년이 넘는 사무실 생활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으로 온 마음을 즐거운 다이빙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내려가고 싶은데 내려갈 수가 없네? 온몸을 버둥대기만 할 뿐 계속 물에 떠 있기만 한다. 숨도 가빠지고, 마음도 급해지고.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다행히 천천히 내려가고 있던 다이브 마스터가 나를 챙겨주러 왔다. 버둥대는 나를 슬쩍 당겨 내리고는 주머니에 납 웨이트 하나를 넣어 줬다. 그러니 아까보다는 내려가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마음도 진정이 되었다.


입수 때 물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일은 초보 다이버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 초보 다이버가 몸을 잘 못 가누고 움직이면 가라앉기가 어렵고, 가쁘게 숨을 쉬면서 잠수를 더욱 어렵게 한다. 첫 입수 때는 웻수트가 말라 있어서 더 큰 양성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면 하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는 벌써(?) 세 번째 다이빙 여행이니 초보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필요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부족한 잠과 뜨거운 햇빛, 침울한 분위기의 동행객, 대책 없는 초보 다이버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팔라우의 바닷속에 와 있다.


(개인적으로) 몰디브보다 훨씬 아름다운 팔라우의 바다




다이빙 당일의 준비


아침에 일어나서

당연한 얘기지만, 아침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여기서는 다이빙에 필요한 내용들 위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다이빙 여행의 아침은 꽤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는 편입니다. 아침 시간에 바닷속 생물들이 활기찬 풍경을 만들기도 하고, 아침 바다의 날씨가 비교적 평온하고 쾌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 준비는 늦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본인과 다른 일행들을 위해서 좋습니다.


곧 물에 담글 몸이기 때문에 면도, 식사 후 양치질 외에는 굳이 씻을 필요가 없다는 건 편리한 점입니다. 여자분들의 화장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도 없거니와, 개인적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가 없겠네요. 함께 다니는 여자분들은 대부분 다이빙 동안에는 화장을 하지 않는 것 같던데, 그 와중에도 꿋꿋이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나는 분들이 간혹 있기는 합니다.


선크림은 햇빛에 나가기 전 30분 정도 미리 발라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선크림은 얼굴, 뒷목, 앞가슴, 손등, 발등, 무릎 종아리 등 바깥으로 노출되는 거의 모든 곳을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늘에 있거나 심지어 옷으로 가려진 부분도 적잖이 타는 곳이 열대의 바다입니다.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안 발랐다가 여행을 마치고 그제야 피부가 울긋불긋 타버린 사실을 깨달으면서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은 양의 선크림도 해양 생물과 산호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저는 선크림 대신에 후드티와 두건으로 선크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바다에 나가게 되면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로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침 시간 동안 가능하다면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여기서 얘기하는 화장실 문제란 '큰일'을 말하는 겁니다. 좀 예민한 편이거나 아침에 서두르는 분위기가 편치 않은 사람이라면 전날 저녁에라도 배 속을 비워 두는 것이 좋겠지요. 물론 바다에 나간다고 큰일을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우리 인간도 어차피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준비물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람막이 재킷입니다. 열대의 바다에서 추울 거라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겠지만, 의외로 스쿠버다이빙 중에는 추위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특히 보트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돌아오는 길에는 젖은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오기 때문에 상당히 춥습니다. 거기다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온몸이 떨릴 정도의 추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만 막아도 큰 추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얇은 바람막이 재킷이나, 그게 아니면 우비로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없다면 타월로 재킷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타월은 보통 리조트에서 별도로 챙겨주는데, 타월을 사용하는 룰(회수나 교환 등)이 어떻게 되는지, 필요한 만큼 제공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리조트에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이나 다이브 샵에 따라서는 타월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꼭 미리 확인해 두세요.


카메라가 있을 경우에는 카메라의 메모리나 배터리가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세팅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날 저녁 미리 준비를 다 해서 아침에는 들고만 갈 수 있게 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이브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다이브 모드로 세팅되어 있는지와 배터리가 충분한지를 확인합니다. 만일 배터리가 충분치 않다면 아쉬운 대로 다이브 샵으로부터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여러 가지 물품을 챙기는 데 있어서 방수가 되는 수납공간은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드라이백"이라고 불리는 방수백은 크기와 색깔도 다양하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한 두 개씩 장만해 두면 스쿠버다이빙 외의 경우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핸드폰, 지갑 등의 작은 물건들을 넣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수 케이스를 쓸 수 있습니다. 완벽한 방수와 충격 방지 성능을 자랑하는 고급 방수 케이스도 있지만, 주방용으로 사용하는 밀폐용기들도 고급 방수 케이스 못지않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젖은 옷이나 간식 등을 담기 위해서 비닐 지퍼백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정 없을 때는 면세점에서 받은 비닐백은 매우 훌륭한 대용품이 됩니다. 모양은 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크기, 모양, 색상이 다양한 Dry bag. 다이빙 여행에서는 거의 필수품이다


경험이 묻어나는 비상용 물품 리스트 중에는 방수밴드와 손톱깎이가 있습니다. 물에 노출되면서 물러진 피부와 흔들리는 배, 거친 주변 환경 때문에 작은 부주의로도 쉽게 다칠 수 있습니다. 작은 상처라도 다이빙하는 동안에는 상당히 신경 쓰이고, 상처가 커질 위험도 있습니다.


방수밴드는 완벽히는 아닐지 몰라도, 이들 상처를 덧나지 않게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물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뿐만 아니라 손톱도 쉽게 손상됩니다. 꺾이거나 찢어질 수도 있고, 그까지는 아니더라도 끝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갈라진 손톱 끝은 수트나 래시가드에 계속 걸립니다. 그래서 손톱깎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피곤해서 일어난 손톱 밑의 거스러미(정확한 이름이 뭘까요???)나 장비에 삐져나온 부분들을 정리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니모와 도리가 물속에서도 상처를 지켜준다니 안심! 문제는 가격


방수연고는 상당히 유용하다. 단, 바를 때는 어금니 꽉 깨물어야 한다


다이브 샵에는 보통 그 지역의 다이브 포인트 지도가 있습니다. 이 지도의 사진을 찍어 가거나 로그북에 그려 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서 어느 포인트를 가는지, 이동 방향은 어떤지, 섬과 햇빛, 조류의 방향을 미리 알아 두고 가면, 다이빙을 할 때에도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팔라우의 다이브샵 벽에 붙어 있던 다이브 포인트의 지도


식사

아침 식사는 무리하지 않도록 합니다. 본인의 소화 능력과 컨디션을 고려하여 양을 조절하세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침 식사가 너무 맛나더라도 과식은 금물입니다. 음식들 중에 평소 본인과 잘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우유나 요거트를 먹으면 금세 배가 쓰려오는 사람이라면 굳이 먹을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평소에는 잘 먹는 토마토를 아침에 조금 과하게 먹었다가 토마토 껍질이 잘 소화가 안 되는 바람에 그 날 종일 컨디션을 망쳤던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김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편이라는군요.


멀미가 걱정되는 사람은 다이브 샵이나 스텝에게 물어보면 멀미약을 준비해 줄 겁니다.


배에서 유의할 점

배를 타고 다이빙을 나가는 경우에 첫날 자리 잡은 곳이 투어 내내 각자의 자리로 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그만 배에서 특별히 자리 신경 쓸 일이 있겠냐마는, 아침이라도 여전히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자리를 잡는 정도는 생각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베에 올라 출발하기 전에는 본인의 장비가 정상적으로 준비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이브 샵에서 잘 챙겨주는 편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마스크, 수트, BCD, Fin 뿐만 아니라 웨이트 벨트나 그 전날 배에 두고 내렸던 물품들도 확인합니다.


지역에 따라, 다이브 샵에 따라 배 위의 환경은 많이 다릅니다. 화장실은 신경이 많이 쓰이는 점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배에는 화장실이 없거나 열악할 수도 있음을 미리 알아 두어야 합니다. 또 어떤 화장실은 밖에서 잠기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때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화장실에 갇혀서 못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배의 엔진 소리 때문에 아무리 소리쳐도 듣는 사람이 없더군요. 결국 누군가 다른 사람이 화장실을 쓰려고 할 때 다행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뭐, 이런 것도 여행의 소소한 재미난 얘깃거리가 되긴 합니다.


다이빙 여행 중에 당하는 부상 중에 많은 부분이 의외로 배에서 생긴 사고에 의한 것입니다. 사고라고 해서 큰 사고는 아니고, 배 위에서 미끄러지는 경우, 또는 머리나 발을 기둥이나 턱에 찧는 경우, 배의 나무 가시에 찔리는 경우, 웨이트나 공기탱크, 공기탱크 사이 틈에 끼이는 경우 등의 사고들입니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다이빙을 하는 동안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대부분의 배는 엄청난 엔진 소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쉬는 동안에도 계속 엔진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잠을 자기도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귀마개를 준비해 가면 그나마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입수 전 체크

첫날의 다이빙 때는 신경 써야 할 것이 좀 있습니다. 일행들의 장비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스쿠버다이빙이 늘상 같이 다니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이 훨씬 많은 일이기 때문에 서로서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물속에 들어가면 정말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때 확인할 수 있는 표시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입니다.


제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핀(오리발)입니다. 제일 눈에 잘 띄고 색깔 구별도 쉽기 때문이죠. 그래서 누가 어떤 색깔의 어떤 모양의 핀을 신고 있는지 봐 둡니다.


다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머리에 쓰는 두건과 마스크입니다. 그 외에 카메라나 특이한 색깔의 수트로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제일 잘 봐 둬야 할 사람은 스쿠버다이빙을 이끄는 강사나 가이드의 복장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체로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같이 다이빙하고 있는 그룹이 외국인들로 가득 찬 그룹인 것을 깨닫고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매 다이빙 직전에는 버디 체크라는 것을 합니다. 이는 교육 과정에서도 배우기 때문에 절차를 잘 숙지하고,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버디 체크 외에 마스크의 김서림 방지제를 바르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합니다. 친절한 강사와 같이 다이빙을 한다면 강사들이 매 다이빙 전에 김서림 방지제를 바르도록 알려줄 것입니다. 김서림 방지제는 빈틈없이 꼼꼼히 발라야 합니다. 대충 발랐다가는 약간 덜 바른 조그만 공간에 김이 끼게 됩니다. 물속에서 계속 그 조그맣게 흐릿한 부분을 보면서 다니는 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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