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8. 로마 바티칸
로마 경험이 나보다 많은 Sophy의 계획에 따라 바티칸 투어에 하루를 온전히 할애하기로 했다. 항상 후기가 좋은 그 여행사의 일일 투어 상품을 예약해 두었다.
모임 장소에 오니 이미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음... 우리 부부가 나이가 제일 많은 듯? 일찍부터 좋은 곳을 여행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는 이 친구들을 보니, 그러지 못한 내가 가여운 느낌도 든다. (와... 이런 곳은 젊은 남자가 귀하구나...)
지금은 여행사의 높은 자리에 계시다는 시골 프로그래머 출신의 L 가이드를 따라 바티칸의 입구로 갔다.
아닛! 아침부터 이 성벽을 둘러싼 인파 무엇?
이런 풍경은 매일매일 있는 일이란다. 겨울이 되면 그나마 조금 덜해지는 정도?
그래서 얼마나 빨리 입장을 하는지가 오늘 투어의 관건. 하지만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데 익숙하지 않은가. 작전대로 착착 움직여서 아주 빠른 시간에 입장 완료. 들어와서도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투어 상품을 이용하면 설명을 많이 듣는다. 이 복잡하고 성스러운 곳에서 안 덥고 눈치 안 보이는 곳 찾아 사람들 앉히는 것도 여행사와 가이드의 노하우겠지. 그리고 그 설명을 듣고 미술품들을 보면 '우웅... 그림이네. 조각이네.'하고 지나치던 것들도 좀 더 의미 있게 알고, 기억하고, 그리고 또 나중에 아는 체 (이거 중요하다구!) 할 수 있게 된다.
바티칸 투어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게 있는데, 바로 점심 식사. 여기는 음식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고, 사 먹어야 하는데, ... 별로 내키지 않는 와중에 고른 음식들이 영... 뭐, 성령이 임하신 음식인데 내가 신심이 부족해서 그런 거려나? 어제의 바티칸 옆 식당에 이어 바티칸 안의 식당도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이랑은 거리가 멀군!
바티칸은 크기나, 소장품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나, 수에 있어서도 지구 최고의 박물관이다. 그러다 보니 관람객도 어마어마해서 관람을 더 힘들게 한다.
그래도 투어 상품으로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니 다들 본다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라파엘로의 방, 라오콘, 아폴론, 지도의 방, 그리고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최후의 심판, 천지창조 등이 있는)를 다 보고, 그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도 기억에 남길 수 있었다.
투어 시간은 하루 종일 꼬박 걸렸다. 돈 쓴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런 곳은 며칠에 나눠서 봐야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럴 사람들은 아니지.)
오늘도 알차게 다녔으니 본토의 음식으로 저녁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자. ... 라며 들어온 그럴싸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생면 파스타에 와인도 한 잔 시켰는데... 왜 별로 맘에 안 드는 맛인 거니...
로마에 와서 어디 제대로 맛난 음식을 먹지를 못하는구나.
결국 돌아오는 길에 어제의 그 상점에서 또다시 체리 한 봉지 사서 아쉬운 입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