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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Sep 21. 2020

로마 시내 + 외곽 일일 투어 (2/2)

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10. 로마

다시 로마 시내로 들어왔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로마 3대(?) 젤라떼리아 중 하나인 지올리띠(Giolitti.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다.)에서 젤라또를 먹고 다시 주변 투어.


처음 맛본 본토의 젤라또. 최고였지.


고대와 중세를 통틀어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이라는 판테온. 거대한 돔이, 그것도 2천 년 동안 로마 시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원래 판테온 외관을 장식하고 있던 청동 조각들을 떼다가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을 짓는 데 쓰였다지?


로마 중심부의 랜드마크인 판테온.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높기도 하지만, 꼭 오는 이유가 입장료를 안 받아서라던가...


판테온은 우리말로 하자면 "만신전", 즉 여러 신들을 모시는 사당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신들을 모시는 것 외에 몇몇 인물들의 묘도 있는데,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묘는 라파엘로의 묘이다. 판테온을 만든 이들이 모시던 신들보다는 천상의 예술품들로 본인의 손길을 남긴 라파엘로가 지금의 우리에게는 더 성스러운 존재로 느껴지는 게 아닐지.


모두들 어떻게든 저 구멍과 판테온 내부를 함께 사진에 담아보려 애쓴다. 요즘은 카메라가 좋아져서 좀 더 쉬우려나.
판테온 안에 있는 라파엘로의 묘. 이 정도면 Demigod인가...?


판테온을 보러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카페 타짜도로(Tazza d'oro)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2유로 전후의 에스프레소 한 잔을 사 마신다. 자리에 앉을 필요도 없이 (자리에 앉으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설탕을 넣어 그 작은 스푼으로 두 세 바퀴 휘휘 저은 다음 호록~! 하고 마시면 한 모금이 채 되지 않는다. 아~! 이것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코에서 맴도는 동안, 잔 아래 남은 아삭아삭한 설탕이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타짜도로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지만 가격도 현지화된 데다, 원조와의 차이를 따지자면 뭐, 커피 그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타짜도로"라고 부른다고 그 이름 간판을 찾으면 잘 안 보인다.
이미 줄이 길지만, 모두들 저마다의 이유로 줄에 동참하게 된다.
"에스프레소"라고 딱 받은 그 잔이다. 양은 적지만 맛과 향은 그만큼 농축되어 있다.




다음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그늘. 그 바로 옆에 있는 산타마리아 막달레나 성당.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불평 중 하나가 "또 성당이야?"라는 말이란다. 그런데, 또 성당이라도, 스쳐 지나가듯 보는 시내 중심의 이 작은 성당도 내부는 정말 화려하다.


산타마리아 막달레나 성당의 화려한 내부. 조금의 여유가 있었다면 좀 더 머무르고 싶었다.
파이프 오르간 하나만 봐도 화려함이 어마어마하다.




나보나 광장은 베르니니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분수대가 대단한 광장이다. 투어는 짧게 거치듯이 지나가지만, 이 주변은 식당이나 카페, 젤라또 가게, 기념품 가게도 많고, 야외 자리에 앉아 분수대와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고 있어도 하루 반나절을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베르니니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분수대는 다른 도시에서 보는 분수대들을 아류작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웅장함과 섬세함을 자랑한다.


초점이 살짝 안 맞게 찍힌 나보나 광장. 뜨거운 햇빛에 녹아버리는 듯하다.
몇 년 전에 와서 찍었던 나보나 광장의 저녁 사진




진실의 입은 영화 로마의 휴일의 그 사랑스러운 장면 덕분에 주변에 다른 유명한 곳이 없음에도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입에 손을 넣은 채로 사진을 찍는다. 우리야 굳이 그러지는 않고 설명만 듣고 나오려는데, 마치 영화의 외전처럼, 사진을 찍으려는 가족의 어린 막내가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겁을 먹고 엉엉 울고 있다. 가족들은 재밌어서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데, 그 어린 친구는 언제 무슨 거짓말을 한 기억이 살아났는지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눈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울고 있더라.


뜨거운 날씨에 조금 움직이기도 힘든데, 주변에 별달리 볼 게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굳이 여기를 온다.
너무 긴 줄에 그 앞에서는 사진을 못 찍고, 지나가면서만 찍은 진실의 입




캄피돌리오 언덕 또는 카피톨리노 언덕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경사로를 계단으로 만들어 둔 것이 아래에서 보기에 별로 높지 않게 보이게 만들었다거나, 광장 중앙의 무늬가 하늘에서 봐야 그 모양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여기에는 여행 가이드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안 알려주는 포로로마노를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뷰포인트가 있다는데, 나중에 언젠가 시간이 여유로울 때 찾아봐야지.


캄피돌리오 계단. 경사가 안 높고 가까워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도록 설계한 거라고 한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올려다볼 때 생기는 착시를 내려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봤자...)
언덕을 올라오면 작은 광장이 있다. 말을 탄 사람은 아우렐리우스 황제.


포로로마노는 우리가 "로마제국"이라고 부르는 그 시대의 중심지이다. 모르는 눈으로 보기엔 폐허로 보일 수 있지만, 2000년 전의 행정기관, 신전, 기념 개선문 등이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은 돌무더기처럼 보이는 곳 하나하나까지 얘기하자면 로마 역사를 다 공부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이번 투어에서는 가이드의 이야기만 듣고 지나지만, 우리 부부는 예전에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어서 아쉬움은 덜하다.


포로로마노와 콜로세움 사이에 있는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
포로 로마노 안의 사투르노의 사원
언덕에서 본 포로로마노의 넓은 풍경


오늘 투어의 마지막은 콜로세움. 말이 필요 없는 로마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라지만, 또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알지 못한 역사가 숨어있다. 지금은 비록 많이 손상된 모습이지만, 원래는 훨씬 화려하고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이었다. 해전을 재연하기 위해 물을 채우기도 했었다니, 지금 들어도 "실화냐?"라는 의문이 생길 지경.


여기도 로마 일일 투어에서는 겉에서 보기만 하고 말지만, 우리 부부는 예전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미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던 Sophy가 극구 나를 데리고 들어가려 그래서 마지못해 하며 들어갔었더랬다. 그러고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지. 그냥 사진으로만 보던, 책에서만 보던 그런 것과는 너무 느낌이 달랐다. 그제야 로마의 대단함을 새삼 다시 느끼고, 데려와 준 Sophy에게 감사해했었다.


오늘 투어의 마지막은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마무리.
예전에 와서 찍었던 콜로세움의 내부. 정말 "압도당했다."




하루짜리 로마 투어를 마쳤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고 미술관인 로마를 하루에 보겠다는 생각부터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관광객들에게는 그래도 어떻게든 볼 거 한 번씩은 다 봐야겠다는 욕심으로 인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 보람을 찾는다면, 그전에 어렴풋이 아는 듯 모르는듯했던 로마와 유럽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윤곽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는 것. 아니, 사실 하루에 윤곽을 잡는다는 것도 엄청난 과장일 것 같고, 내가 모르던 문화와 역사가 얼마나 방대한지에 대한 감이라도 느꼈다면 그 걸로 나마 보람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힘도 들고, 로마의 식당들에서 아직 만족을 느끼지 못한 우리는 피렌체에서처럼 마트를 들러 프로슈토와 부라따 치즈, 그리고 토마토를 사서 호텔방으로 왔다. 우음~~~ 이 꼬리꼬리하고 쿰쿰하면서도 짭쪼름하다가 신선하고 고소한 우유의 맛이 퍼지는 이 조합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치즈 주머니 부라따 치즈. 너무너무너무 고소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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