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Oct 12. 2020

이탈리아 남부 일일 투어 (1/2. 폼페이)

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11. 폼페이

로마에서 3일째, 세 번째 따릉이 나라 일일 투어. 짧은 시간을 알차게 쓰려니,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니  또 어쩔 수 없이 아침 일찍부터 한산한 로마 시내를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오늘의 모임 장소로 이동. 이때 시간이 오전 6시 10분이니, 여행이 일상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한국 관광객들이 유난히 부지런한 건가? 성당 앞 광장은 투어를 같이 갈 우리나라 관광객들, 비둘기, 그리고 비둘기 먹이가 되어 주고 있는 어젯밤의 흔적만 잔뜩이다.


깨끗한 공기와 화려한 배경의 한산한 로마 시내
하지만 바닥은 어젯밤의 흔적과 이를 즐기는 비둘기들이 그득. 별로 로맨틱하지는 않아 보인다.
일행들은 그래도 아침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지만, 우리 부부는 일찌감치 버스 맨 앞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세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로 출발. 날씨가 좋아서 신났지만, 풍경은 기대보단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중간에 한 번 쉰 고속도로 휴게소는, 별 것 없었음에도, 좋은 날씨와 한산함,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들어서 좋더라. 하긴, 고속도로 휴게소야 한국에서도 좋으니까.


처음 가 본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휴게소. 별 건 없었다.
그래도 괜히 이국적인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동안인 류 가이드님의 끊임없는 지식 토크와 만담에 지루한 줄 모르고 있었더니 어느새 나폴리. 나폴리! 그 말로만 듣던 나폴리!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 하지만 이번 투어에선 그냥 차 안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멀리 경치만 바라보고 만다. 부산 같은 느낌인 나폴리의 전경. 명성에 비해 오래된 산업항의 느낌이라 조금 실망이 들긴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와서 나폴리의 피자와 커피를 꼭 한 번 먹어보리라.


멀리서 보기만 한 나폴리. 동네가 험악하단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 두렵지만, 피자랑 커피는 정말 궁금하단 말이지.


첫 목적지인 폼페이. 역시 말로만 들어왔던 폼페이. 폼페이 하면 늘, 향락으로 물들어 타락한 인간을 징벌하기 위해 신이 벌을 내린 곳이라는 얘기가 생각난다. 그런 식의 갖다 붙이는 이야기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 유명한 고대 도시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는 매우 궁금하다.


물고기 모양의 폼페이 지도.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일부라고 한다.


폼페이의 입구는 보행자용 긴 터널이 있고 웅장한 고풍스러움이 있어, 마치 고대 세계로 통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느낌이다.


폼페이로 들어가는 입구
웅장하지만 어두운 터널. 이 길이 노예와 상인을 위한 길이라던가? 저 밝은 곳엔 뭐가 있을지?


비록 폐허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2천 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면 앞에 보이는 관광객들의 복장을 그 시절로 입혀서 풍경을 상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견고하고 깔끔한 거리가 나왔다. 마차가 다녔다는 도로는 지금 자동차가 다녀도 문제없을 것처럼 보인다. 과연 로마 문명!


이것이 고대 도시!
지금도 차가 다닐 수 있을 듯한 견고한 도로. 하얀 점들은 밤에도 달빛을 받아 도로를 표시해 준다고 한다.
아폴로 신전. 저 너머에 보이는 산이 바로 폼페이를 사라지게 한 베수비오 화산




7월 이탈리아의 파랗고 투명한 하늘 아래 거리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 이러면 누구라도 어딘가 그늘진 곳에 들어가 시원한 것을 마시며 쉬고 싶을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도 이렇게 발달한 문명의 폼페이였다면 거리에 그늘을 두지는 않았을까? 그늘 길의 존재 여부는 모르겠지만, 곳곳에 있는 공공 수도와, 사우나, 술집 등등... 과연 유흥과 향락이 가득했다는 명성(?)이 생긴 이유가 있구나.


건물 내부의 벽에는 그 당시의 그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생선을 파는 가게 표시였을 거라고.
공중목욕탕. 여기는 탈의실인데 사각형 구멍들은 각자가 쓸 수 있는 개인용 락커라고 한다.
여기는 폼페이 유적 관광지 중 상징적인 판(Pan 또는 Fauno)의 집.
워낙에 화려해서 고급 룸살롱(?)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수도가 근처에 사창가를 가리키는 이런 표시도 있을 정도이니. ㅎㅎㅎ


폼페이의 역사적 가치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베수비오 화산이 터졌을 때 그 재에 뒤덮여 당시의 모습이 생생히 보존되어 있었던 것 때문이다. 굳은 화산재 틈의 빈 공간을 메웠더니 쓰러져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고 한다.


화산재의 빈 공간을 채워 재연한 당시의 희생자의 모습


고대의 유적은 당시의 화려함을 상상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투어를 온 모든 사람들의 탄성을 이끌어 낸 곳은 나무 그늘이 드리운 한적한 공원이었다. 점심 도시락을 먹기 위해 자리 잡은 곳은 유적에 있는 것은 없지만, 유적에는 없던 시원한 그늘이 있었다. 역시, 기본적인 욕구가 모두 충족된 후에야 그 이상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것이로군.


폼페이를 걸어 다니는 것은 정말 뜨겁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폼페이를 나오면서 보게 되는 원형 극장
폼페이의 기념품은 에로틱한 것들이 유난히 많다. (베네치아 무라노 글라스도 여기서 파네...)


매거진의 이전글 로마 시내 + 외곽 일일 투어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