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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28. 2021

지중해의 보석이 된 오렌지색 지붕의 마을

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15. 크로아티아두브로브닉1/2

새벽의 로마를 뒤로 한 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으로 향했다.


Sophy가 Paris에 있는 동안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가, 나랑 꼭 다시 함께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첫 번째 장소라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된다.


애초에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귀족과 부호들이 즐겨 찾는 아드리아해의 보석과 같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TV에도 많이 소개가 되고,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Sophy가 왔었던 때에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만나기 어려웠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다시 갔을 때는 마침, 꽃보다 누나에서 소개된 직후라 한국인 관광객들이 넘쳐흐르던 때였다...)


흐리고 어둡고 축축한 날씨의 두브로브닉 공항에 내렸다. 쿠나(KUNA)라는 생소한 화폐 단위를 체크하며 구시가지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관광 안내 팜플렛들을 훑어보다 보니, 이런 게 나왔다. 오옷?! 크로아티아에서의 스쿠버다이빙이라니?! 늘 상상 속에서만 있던 "지중해 다이빙" 아닌가?


그래서 다이브숍의 팜플렛을 챙겨가긴 했지만, 홈페이지의 안내들도 찾아보고, 이 동네에서의 다이빙이 어떤지를 찾아보고는 단념하기로 했다. 시야도, 볼거리도 그리 좋지 않아 보이고, 수온도 낮아서 동해 다이빙이랑 비슷한 풍경일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다이빙을 하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시간을 할애해야 할 텐데,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그렇게 쪼개 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일 것 같다. 아쉽지만 지중해 다이빙은 여전히 상상 속에 두기로 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지만 왼쪽으로는 아드리아해가 펼쳐져 있었고, 하늘은 간간히 파란, 새-파란 하늘의 조각들이 보이기 시작하여,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Sophy는 함께 오고 싶었던 그 열망 때문인지,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아마도 두브로브닉에서 제일 비싼) 숙소로 잡아뒀다. 과연! 딱 봐도 비싸 보이는군!


호텔이 아무리 고급스럽고 아늑하더라도, 우리의 시간은 두브로브닉을 느끼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두브로브닉에 도착했을 때 삐죽 모습을 보이던 쌔~파란 하늘이 이제 구름을 몰아내고 있다. 구시가지를 들어서는 성벽 게이트 앞의 제일 밝은 곳에는 따땃한 햇살을 맞으며 고양이들이 지키고 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큰 성문 앞의 동네 고양이
성문을 지날 때마다 보면 항상 따뜻한 곳엔 고양이들이 자릴 지키고 있었다. 너희 안 덥니?


성문을 지나고 보니, 여기가 사진에서 자주 보던 그 거리구나.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이, 일부러 닦아 둔다고 해도 이렇게는 쉽지 않을 텐데, 이제 막 파랗게 변한 하늘이 바닥까지도 번졌구나.


쌔~ 파란 하늘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문제는 햇빛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는 거...
지난 여행지인 로마에 비하면 소박한 두브로브닉의 성당


여기도 소박한(?) 성당


구시가지를 돌아다녔다. 예쁜 동네. 많은 관광객들. 줄지어 늘어선 식당과 상점들. 로마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소박한 성당들. 미리 공부를 하거나 특별히 알고 볼 생각을 안 해서 그저 예쁘고 평온한 분위기만 느끼며 돌아다녔다. 애초에 여기서는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성당을 일일이 들르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또 언제 오겠나 싶어 잠시 성당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거리 중간에 동네 시장이 서 있었다.
그냥 재미로 돌아다녔는데, 첨에 봤던 걸 다음날 사려고 봤더니 시장이 안 서더라. 5일장 같은 거였나 보다.
앵무새 사진 모델
산처럼 쌓아 둔 아이스크림. 날이 너무 더우니 이거라도 좀 먹어보자...




두브로브닉의 구 시가지를 품고 있는 성벽을 구경하기로 했다. 여기는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출입이 가능하다. 대략 2만 원 정도이니, 그냥 들어만 가서 돌아다니는 것 치고는 조금 비싼 가격인 것 같다. 


성벽 투어 입장권. 구입 다음날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4번 지역은 우연히 들르지 않았더라면 아쉬움도 몰랐을 뻔 한 멋진 곳이었다.


따가운 햇빛을 헤치고 올라선 성벽. 안 그래도 파란색이 돋보이던 두브로브닉의 하늘이 구시가지의 오렌지색 지붕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는군. 여유를 갖고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기로 했다. 


가파른 오르막 계단으로 시작. 뜨거운 햇빛이 야속했지만, 방금 입장권을 사놓고 안 올라갈 수도 없다.
성벽을 올라오니 풍경이 파란 하늘과 오렌지색 지붕으로 뒤덮였다.
구시가지의 전경을 보기에 더없이 좋은 전망이다.


유난히 크게 펄럭거리던 크로아티아의 국기


이곳은 전쟁도 많이 겪고, 지진도 많이 겪어서 유심히 보면 그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오렌지색 기와 중에서도 마치 크레파스로 그린 것처럼 매끈한 기와가 새로 얹은 기와이다. 햇빛이 아무리 뜨거울지라도 이 성벽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었을 곳인 것에 비하면 지금의 우리는 복 받은 시간임을 실감한다.


먼 옛날에는 군인들이 들여다봤을 성벽의 창
성벽에서 보는 풍경이 다른 어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멋질 것 같다.
꽃보다 누나에 등장했던 부자카페. 정작 카페에서 보는 풍경은 바다밖에 보이지 않아서 이것보다는 덜 근사한 듯.
해가 높아지면 오렌지 빛의 지붕이 더 짙어 보인다.
높이 오르는 건 힘들지만 더 멋진 풍경이 있으니까...
여기가 구시가지의 메인 스트릿
성문을 들어오는 입구의 커다란 분수. 구시가지의 랜드마크인데, 우리가 갔을 땐 저 위쪽에 한식당이 있던가 그랬지.


그렇게 생각해도 열심히 걸어 다니다 보니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가게에서 물 한 병을 사서 원샷하고는 두브로브닉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러 가자. 기력이 넘치는 사람은 걸어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시간도 체력도 아쉬운 우리는 그런 옵션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케이블카의 낭만도 있잖은가?


산 꼭대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티켓. 이것도 비싸네...
이런 풍경을 봐야 하니 안 올라올 수 없지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흑백의 사진들이 붙어 있다. 두브로브닉을 굽어보는 십자가가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십자가인 줄 알았는데, 이미 옛날의 전쟁 사진에도 나와 있는 걸 보니 그전부터 있었던 건가 보다. 알고 보니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군. 


다 올라와서 구시가지의 반대편을 보니 황량한 풍경만 덜렁 펼쳐져 있는 것이 대조적이었다.
곰돌이도 사진 한 방
소를 여기까지 데려 와서 풀을 먹이는 것인가?
구시가지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보이는 곳이 신시가지. 저기엔 뭐가 있을지 궁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내려다보는 풍경이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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