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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an 24. 2017

프리다이빙이란 거... 해 보고 싶어!

그렇게 생각만 하던 날들이 하염없이 흘러만 갔다. ~ 2013년 12월

시간 순서대로 쓰자니 프리다이빙 얘기는 백만 년 후에나 나올 것 같아서 따로 써 본다...

고요하고도 아찔하면서 또한 황홀했다. 그는 맨몸으로, 아주 편안히 바닷속을 내려가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상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의연히 바닥에 서 있는 그의 주변으로, 상어들은 원래 있었던 무언가의 주위를 돌듯 아무렇지도 않게 부드럽게 흘러 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근사해서 거의 눈도 깜빡이지 않고 TV 화면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EBS에서 방영한 "상어와 나"(원제 SHARKWATER)라는, 인간 때문에 위기에 직면한 상어와 이를 보호하자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이다. 상어와 함께 유영하던 그는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으로, 상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연과 일체화되는 본인 자신으로 담담하게 시청자들에 전달하고 있었다. 그 장면은 나에게 상어의 아름다움을 일깨움과 동시에 프리다이빙이란 것에 대한 거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폭발시켜 주었다.


상어와 노는 것도 멋있었지만 단지 프리다이빙이란 것에 더 매력을 느꼈다. (출처: YouTube)


어쩜 저렇게 편안할 수 있는지 감탄하면서 동경의 마음을 키워 갔다. (출처: Vimeo)


프리다이빙이란 것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위의 다큐멘터리를 TV에서 본 때가 2008년 5월이었는데, 그 이전에도 프리다이빙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고, 또 이미 프리다이빙, 아니 그때는 그냥 "맨몸 잠수" 정도로 생각하던 것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을 것이다. 스쿠버다이빙하다가 쉬던 막간의 시간에 자맥질을 하다가 맨몸으로 물 밑을 헤엄쳐 내려가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던 적도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이빙을 처음 알게 되는, 또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계기가 동영상이 아닐까 싶다. 프리다이빙에 관한 동영상으로 가장 유명한 동영상은 아마도 기욤 네리 (Guillaume Nery)의 동영상일 것이다. 


이 영상은 여전히 가장 인기 많은 프리다이빙 동영상이다. 기욤 네리는 한 때 세계 기록을 보유했던 실력자이고, 기록 면에서는 이미 신흥 강자들이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기록 면에서나, 신비롭고 놀라운 영상을 만들어 내는 활동에 있어서나 현존 최고의 프리다이버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Blue Hole 아래로 떨어지는 기욤 네리의 동영상. 촬영자는 그의 여자친구이고 역시 프리다이버이다.


나에게 프리다이빙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또 하나의 동영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던 비행기 안에서 본 다큐멘터리였다. 긴 비행시간에 시차 적응을 생각하면 마냥 잠만 자기도 부담스러웠다. 


기내용 엔터테인먼트 편성표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하나의 소개 이미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미지에는 돌고래가 있었고 제목은 아마도 돌고래와 다이빙 정도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여성 프리다이버였는데, 당시에는 프리다이빙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름을 눈여겨보거나 하지 않아 지금은 누군지 기억을 해 내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던 수트나 장비들 역시 평범하지 않았고 광활한 바닷속을 혼자만의 런웨이로 삼은 듯 스타일리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큐멘터리는 그녀의 유려한 몸짓과 마치 그녀의 친구인 듯한 야생 돌고래들이 주변을 맴돌며 같이 노니는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돌고래와 친구처럼 움직이는 것도 놀라웠고, 숨을 참으면서도 하나 흐트러짐 없이 편안하게 물속을 활보하는 그녀의 모습이 한편 부럽기도 했다. 지금은 그 다큐멘터리의 이름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에게 프리다이빙에 대한 열망이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르게 한 또 하나의 영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렇게 외국의 매체들을 통해 프리다이빙에 대한 호기심만 키우고 있을 때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프리다이빙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태동기였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것을 시작해 볼 수 있을까 고민만 하던 날들이 정처 없이 흘러만 갔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우리나라에도 하나둘씩 프리다이빙 전문가가 생기기 시작했고,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스쿠버다이빙 강사 코스를 가르쳐 주셨던 Noma 코스디렉터 강사님의 소개로 프리다이빙을 처음 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코스디렉터 (Course Director)란 강사 중에서도 최고 레벨의 강사로, 강사를 양성하는 강사이다. 일반적으로 "트레이너"라고 통용되기도 한다.


Noma 강사님의 고교 동창이기도 한 JT 강사님이 (현 SSI 프리다이빙 트레이너) 스쿠버다이빙 강사들을 대상으로 가볍게 기초 과정을 맛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동영상으로만 보고, 그저 머리 속에서 상상 속으로만, 이제나 저제나 바람만 갖고 있던 프리다이빙이라는 세계에 한 발을 내딛게 된 순간이었다.


프리다이빙의 첫 체험은 잠수풀에서만 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 교육의 수강생은 모두 스쿠버다이빙 강사였지만,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과는 일면 비슷해 보여도 다른 부분이 많아서 처음부터 배워야 하였다.


나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으러 온 나의 동료 스쿠버다이빙 강사들 역시 프리다이빙에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고, 우리를 가르치러 오신 강사님과는 달리 스쿠버다이빙용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니, 스쿠버다이빙 강사의 위용은 간 데 없이 마치 등산복을 입고 스키장에 온 사람처럼 어색하고 모양이 빠져 보이는 게 아닌가. 마치 스키와 스노보드의 차이처럼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은 "쿨함"에 있어서 프리다이빙이 스타일이 사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긴 하다. 


장비가 무슨 대수겠는가 애써 자기 합리화를 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비교가 되니 언젠가는 나도 쭉쭉 잘 빠진 프리다이빙용 장비를 마련하겠노라는 의지가 프리다이빙을 해 보겠다는 생각보다 더 앞서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루 동안의 짧은 교육이긴 했지만, 막연하게나마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프리다이빙의 모습을 직접 느껴보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수영장 수업이었기 때문에 물론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그리고 그날의 교육에서 나의 숨참기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도 확인해 볼 수 있어서 살짝 우쭐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제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프리다이빙에 본격적으로 빠져들 준비를 하게 되었다.




프리다이빙이란?


프리다이빙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국내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분들이나 동호회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기 상승 속도가 무섭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도 프리다이빙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동양권에서 새로운 익스트림 스포츠를 찾는 모험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프리다이빙 (Freediving)은 호흡기 없이 숨을 참고 물속을 누비는 다이빙을 말합니다. 스노클링 하다가 잠깐 잠수하면 그것도 프리다이빙이고, 제주도 해녀들의 해산물 채집 활동도 일종의 프리다이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프리다이빙"이라고 말하면 이론과 실습의 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고 안전 수칙과 경기 룰이 있는 정형적인 스포츠의 형태를 말합니다.


프리다이빙의 교육 과정에는 가장 중요한 프리다이빙의 안전 수칙과 잠수에 따른 신체적 변화, 숨을 오래 참고 물속에서 안정을 취하는 방법, 그리고 국제적인 기록경기의 룰과 그에 따른 다이빙 실습을 배웁니다. 


프리다이빙을 가르치는 국제적인 교육단체로는 AIDA와 SSI가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스쿠버다이빙 교육 단체로 가장 큰 PADI에서도 프리다이빙의 인기를 실감하고 교육 환경 조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프리다이빙을 배우기 위해서는 프리다이빙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다이브 샵을 알아보거나, 프리다이빙 강사에게 개인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만 투자하면 체험 수업에서 프리다이빙의 기본 기술을 배우고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러면, "프리다이빙 자격증"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증명인가? 자격증이 없으면 프리다이빙을 할 수 없는 걸까요?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장비도 있어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공기탱크가 필요합니다. 공기탱크를 다루고 빌려주는 다이브 샵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확인합니다. 물론 누군가 개인적으로 공기탱크를 장만해서 스쿠버다이빙을 한다면 어쩔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요. 


프리다이빙은 어떨까요? 맨몸으로 하는 다이빙이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처럼 확인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자격증과 상관없이 그냥 앞바다에 나가서 프리다이빙을 한다고 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프리다이빙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프리다이빙의 교육 과정과 자격증은 "스포츠"로서의 프리다이빙을 위한 기술과 안전 등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프리다이빙 전문 다이브 샵이나 훈련을 위한 동호회에서는 자격 여부를 분명히 따져서 참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속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이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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