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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r 18. 2017

프리다이빙을 배우러 보홀로

프리다이빙-02 | 드디어 배울 곳을 찾았다. | 2014년 10월

지난 겨울에 수영장에서 처음 프리다이빙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접하고 나서, 금방이라도 프리다이빙을 배우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금방 그렇게 내 맘대로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먼저 인터넷으로 여기저기를 알아봤다. 인터넷 카페에 프리다이빙 동호회가 있었다. 역시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는 것인가. 그동안 나만 몰랐던 것이었는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이빙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터넷 카페에는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을 한 동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동영상을 틀자 몸에 쫙 달라붙는 수트를 입은 동호회원들이 마치 하늘을 배경으로 에어쇼를 하는 전투기들 마냥 줄지어 수심이 깊은 다이빙 수영장을 가로질러 핀킥을 하며 가다가, 수영장 한가운데에 이르자 급강하 폭격기처럼 수영장 바닥을 향해 쭈욱 몸을 뻗어 내려갔다. 아주 유려하고 아름답게. 그러더니 바닥을 한 번 살짝 손으로 짚고는 수중에서 그대로 유유히 수영장 끝으로 헤엄쳐 갔다. 마치 어뢰처럼. 검은 옷과 긴 핀으로 무장한 프리다이버들이 모두 전투기처럼, 어뢰처럼, 혹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디멘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영상은 내게 인상적이었다. 꼭 그렇게 두려운 존재로의 대입까지야 필요 없겠지만, 해외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다른 세계에 있는 줄만 알았던 사람들이 내 주변에 이미 많이들 있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놀랍고도 경외로웠던 것이다.


경외심 가득하던 나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 그 인터넷 카페에 가입 신청을 했다. 가입 신청은 일련의 기초적인 프리다이빙 지식에 대한 서술형 문제를 풀어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문제들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용어와 영어 약자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부분의 답들을 찾아 옮겨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써낸 답안이 내게는 가입 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다른 의미가 없었다. 인터넷 카페 가입 승인을 받긴 했지만 결국 그 이후로 그 인터넷 카페에 발을 들이지는 않았다. 맞지 않는 단추를 억지로 꿰어서 가는 느낌이 싫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프리다이빙의 저변이 얕은 시절에 차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겠으나,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초보자에게 전달되는 폐단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권할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다시 프리다이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만 하던 상태로 돌아왔다. 이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몇몇 다이빙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는데, 이때 답을 준 사람이 Angela 강사님이었다. 자기도 프리다이빙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언젠가 혹등고래를 보러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혹등고래를 볼 때는 보호의 이유로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프리다이빙을 배워서 혹등고래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좀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하였다. 그 후 Angela 강사님은 한두 번 어디를 가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더라는 얘기를 전해 줬고, 또다시 기다려 보라고 그랬다. 그리고 곧 다시 소식이 왔다. "찾았어!"라고.


그곳은 우리나라가 아닌 필리핀의 보홀. 이미 몇 번 다녀오면서 정들기 시작한 아름다운 곳이다.




프리다이빙은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프리다이빙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 또는 한두 번 시도해 봤다가 그만둔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의문은 도대체 프리다이빙을 왜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프리다이빙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은 대부분 순수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입니다. "프리다이빙은 왜 하는 거야?", "프리다이빙 재밌어?", "프리다이빙 하면 뭐가 좋아?" 등,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 혹은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세계에 대한 자연스런 질문입니다. 한편, 이미 프리다이빙을 한 번쯤 경험해 봤다가 더 이상 나아가기를 포기한 사람들도 제 주위에는 있는데, "프리다이빙은 나랑 안 맞아."를 넘어서 가끔은 "프리다이빙은 도대체 왜 하는 거야?" 또는 "굳이 왜 그렇게 숨을 참아 가면서 힘들어야 돼?"라는 시니컬한 푸념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은 따 먹지 못한 신포도를 남들은 잘 먹는 것에 대한 질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질문은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거나 지속해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목표나 목적, 근본적인 이유 같은 것이 존재합니다. 그런 것도 없이 스스로도 이유를 말하지 못한 체 무언가를 하는 것을 우리는 "맹목적"이라고 하지요. 프리다이빙에 흠뻑 빠져서 하루 종일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은 열망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프리다이빙은 왜 하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목조목 이유를 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냥 재밌어요."라든가, 아니면 좀 더 추상적이지만 "물에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해요."라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열성적인 분들이 맹목적인 사람들은 아니겠죠. 분명히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무언가에 빠져 드는 거죠. 그것은 비단 프리다이빙뿐만 아니라 많은 취미 생활에 해당되는 일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비생산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프리다이빙은 처음 시작에서도 약간의 장애물이 있지만, 중급, 고급으로 나아가면서 그 장애물들이 더 크고 극복하는 데 더 큰 노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아, 나는 프리다이빙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다면 장애물을 극복하기도 힘들어지거니와, 이후로의 프리다이빙이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Angela 강사님이 프리다이빙을 배우려는 목적은 간단했습니다. 혹등고래를 좀 더 가까이 보고 싶다는 바람이었지요. 저의 경우에는 처음엔 단순히 멋있어 보이고 경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호기심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레벨이 올라가면서 장애물이 피부에 와 닿을 때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물어보게 되더군요. 내가 도대체 왜 프리다이빙을 하는 것일까? 하고. 주변에는 기록 경신을 목표로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저는 기록이나 자아 성찰 같은 거창한 목표가 있지는 않습니다. 만일 제가 목적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프리다이빙에 흥미도 잃고 훈련도 힘들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세노떼에 가서 근사한 사진을 한 번 찍어 보자는 것과, Angela 강사님과 마찬가지로 혹등고래를 만나러 갔을 때 더 가까이 보고, 또 눈 속을 들여다 보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계속 프리다이빙 훈련을 하다 보면 새로운 목표가 만들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프리다이빙 배워두길 잘했어!" 라고 느꼈던 순간. 만타가오리가 나타났다는 얘기에 스노클링 장비만 챙기고 뛰어들어 환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세노떼(Cenote)는 멕시코 칸쿤 근처에 있는 수중 동굴을 말합니다. 세계에서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환상적이고도 신비로운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프리다이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왜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기를 권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굳이 심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처럼 호기심으로 시작하더라도 배우는 과정에서 좀 더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도대체" 프리다이빙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는 가볍게나마 체험해 보기를 권합니다. 단지 바다에 놀러 나갔을 때만이라도 프리다이빙을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이 물에서 노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훨씬 더 바다를 가까이, 온전히 즐기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보기보다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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