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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y 07. 2018

말라파스쿠아 가이드

스쿠버다이빙 알아가기

말라파스쿠아 (Malapascua) 섬은 필리핀 세부 섬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입니다. 우리나라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말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세부 섬의 북쪽 끝과 멀지 않기 때문에 배를 타고 건너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지만, 배를 타러 가려면 세부에 들어오는 막탄 공항에서 3-4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야 합니다. 또 짧은 거리나마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스케줄도 잘 맞춰야 하고 짐도 여러 번 옮겨야 해서 이동이 조금 번거로운 편입니다.


말라파스쿠아 섬의 위치


말라파스쿠아는 최근에 알려진 곳입니다. 앞서 여행기의 "묻지마 투어"가 2012년이었는데, 이때 투어를 주최한 Angela 강사님이 이미 가 본 사람 있으면 환불!이라고 장담한 것처럼 우리나라 다이버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때쯤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다이버들에게뿐만 아니라, 외국의 다이버들에게 알려진 것도 1990년대라고 하니, 다른 유명 다이브 사이트에 비하면 최근에 개발된 곳이라 하겠습니다.


말라파스쿠아는 뭐니뭐니해도 환도상어(Thresher Shark)의 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이버들이 환도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고 하니, 전 세계 다이버들이 몰려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말라파스쿠아 섬은 크기가 남북으로 2.5km, 동서로 1km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하지만 환도상어라는 축복(?)이 섬에 있고, 아름다운 해변과 산호초들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이 섬을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열렬한 몰아치기(?) 습성 때문인지, 최근 말라파스쿠아가 국내 다이버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브 숍도 생겨, 국내 다이버들에게 접근성이 더 좋아졌습니다.


말라파스쿠아는 한 때 큰 재앙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2013년 11월에 발생한 역대급 태풍인 하이옌 (Haiyan. 필리핀 이름은 Yolanda)에 의해서 섬 전체가 초토화되었습니다. 이 태풍은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태풍이었는데, 정확하게 세부와 말라파스쿠아 섬을 관통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결국 폐허가 되었고, 태풍에 의한 인명, 물질적 피해는 물론, 그 후에도 기존의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빨간 타원이 불과 1년 전 우리가 머물렀던 리조트. 내가 묵었던 방, 밥먹었던 식당도 다 보이는데.


세계에서 유일한 환도상어 포인트인 이곳을 좀 더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참고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환도상어가 나타나는 곳은 수심이 30m 가까이 되는 곳으로, 다른 것은 하지 않고 환도상어가 나타나기만을 가만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공기 소모도 많고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입니다.


이때 고려해 볼 사항이 나이트록스(Nitrox)입니다. 나이트록스란 일반적인 스쿠버다이빙에 사용되는 것보다 산소 농도가 더 높은 공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30m 정도의 수심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해 주는 다이빙 방법입니다.


이름은 거창해 보이지만, 이론 교육만 수료함으로써 나이트록스 사용 자격이 주어지며, 교육에서 배우는 안전 사항만 잘 지키면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나이트록스 탱크 사용료가 10 USD 정도 추가가 되지만, 우아한 환도상어를 볼 수 있다면 그 정도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다이빙 스킬과 경험, 에티켓에 관한 점입니다. 환도상어를 보는 곳은 바닥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안 그래도 다이버들이 몰려들어 혼잡한데, 자리를 잡으려는 초보 다이버들의 오리발질 때문에 온통 먼지가 자욱해집니다.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바닥에 가만히 내려앉는 일도, 얌전히 자리를 뜨는 일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만 앞서고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걸 뭐라 할 일은 아니겠지만,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환도상어의 멋진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면 본인의 다이빙 스킬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이빙 스킬과 경험이 충분할 때 오면 훨씬 좋은 곳이 되긴 하겠지만, 말라파스쿠아 섬 정도면, 이제 막 스쿠버다이빙의 재미에 눈을 뜬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최고의 다이빙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너무 가기 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외진 곳도 아니지만, 다이버가 아닌 이들은 모르는 곳이라 환경도 평화로울 뿐만 아니라 특별한 곳에 온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남들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환도상어를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이트 다이빙에서 만나는 신기한 바다 생물들은 여느 인기 있는 다이빙 여행지에 비해 훨씬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겁니다.


남쪽의 바운티 비치. 분위기 좋은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


귀국하는 길 세부에서 들른 7D 망고 공장. 공교롭게도 휴일이었다. ㅠㅠ


말라파스쿠아 어느 골목에서 산 기념품. 품질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았다.


태풍 전의 SLAM'S Garden Resort의 식당 풍경. 새로 지은 건물도 똑같은 장식으로 꾸며서 만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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