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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y 13. 2018

고레벨 다이버에 도전!

스쿠버다이빙-32 | 두근두근 새 출발 | 2013년 4월

어느 날 회사의 동료가 전해 주기를, 회사 직원 중 누군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분인데, 사내 다이빙 동호회를 만들려고 한단다. 그분을 만나 얘기해 보니, 안 그래도 스쿠버다이빙의 기쁨을 설파하고 다니고 싶은데, 회사에 동호회가 생기면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싶다. 그렇게 얘기를 계속하다가, 며칠 후 본인이 어디선가 스쿠버다이빙 관련한 세미나 발표를 하니 관심 있으면 오라며 작은 안내장을 쥐어 주었다. 관심이 돋아나기는 했지만,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 서먹한 데다, 어쩐지 열렬히 가고 싶은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았다.


그 세미나가 언제 어디서 하는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우리가 늘 여행을 따라다니던 Angela 강사님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다이브 숍이었다. 아내 Sophy의 얘기에 따르면, 심지어 그 다이브 숍의 강사님은 지난번 말라파스쿠아 투어 때 같이 갔던 팀을 인솔하신 분이라 한다. 아, 그러고 보니 그분이 내 잃어버린 선글라스를 찾아주셨던 그분이구나?


하지만 거기까지, 역시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행동으로 선뜻 옮겨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세미나가 있는 날,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게 Sophy와 나는 세미나 장소 근처인 홍대앞을 하릴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재미난 일이 없다고 투덜대던 Sophy는 별일 없이 있을 거면 세미나나 들으러 가 버리자고 했다. 여기서 더 이상의 별일이 없으면 주말 내내 Sophy의 투정을 받아줘야 한다는 두려움에, 못 이기는 척 세미나 장소로 향했다. 지나고 보니 이 순간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순간이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듯 (아내에게 떠밀려) 찾아 간 세미나 장소에는 이미 여러 분들이 와 있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오늘 발표를 할 거라는 회사 동료 김프로 강사님 뿐이라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앞에 놓인 과자 뽀시래기만 축낼 뿐이었다. "GoPro Night"라는 이름의 이 세미나 행사는 스쿠버다이빙 교육 단체인 PADI에서 지원하는 행사로, 상급 레벨의 다이버가 되기 위한 과정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액션 카메라인 Gopro랑은 전혀 관련이 없다. 물론 나이트클럽 같은 것도 전혀 아니다.)


PADI GoPro Night의 건전한 풍경. 행사 소개를 하고 계시는 PADI 한국 지부의 김부경 선생님


세미나 발표는 김프로 강사님의 강사 코스를 하기까지의 경험담 외에도 몇몇 다른 분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내용들이었다. 중요 포인트는 세미나가 끝나고 있었다. 행사를 진행한 Noma CD (코스디렉터. 강사를 가르치는 강사 위의 강사로서 최고 레벨의 강사이다.)의 안내로, 오늘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상급 레벨 다이버 교육 코스를 신청하면 적지 않은 비용 할인을 해 준다고 하는 것이다. 애초에 언젠가는 (내심 내년 정도에) 상급 레벨 다이버 교육을 시작하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교육비 할인해 준다고 덥썩 지르기에는 내 성향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게 머리 속으로만 망설이고 있는데, 강사 과정 경험을 발표했던 김프로 강사님이 와서는 강사가 되면 좋은 게 한 두 개가 아니라고 자꾸 꼬드긴다. 게다가 회사에 동호회를 만들면 우리가 새로운 다이버도 양성할 수 있으니 그것도 얼마나 꿈같은 일이겠냐는 것이다. 아아, 계속 몰린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에 마지막 결정타가 들어왔다. "어차피 하려고 했던 거 그냥 잔말 말고 해!" Sophy의 단호한 "명령"이 떨어졌다.


원래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지 않던가. 아니, 안 들으면 신상에 위기가 찾아온다. 남들은 아내 몰래 비자금 모아서 취미 생활을 한다는데, 우리집은 어찌된 일인지 아내가 남편을 돈 드는 취미 생활로 떠민다. 뭐, 본인 핑계는 그렇게 배워서 노후에 돈 벌어오라고 할 생각이라나? 하긴, 내가 스쿠버다이빙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 중에도 나이 든 할아버지가 스쿠버 장비를 메고 보트에 오르는 사진 옆에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죠'라던 보험 광고 사진이 크게 작용하긴 했다. (그런데 그 보험은 스쿠버다이빙에 대해서도 보장해 주긴 하나?)


그렇게 나의 상급 다이버로의 여정은 큰손 아내의 등떠밈과 할인 행사의 충동구매(?)로 시작되었다.


"프로" 다이버가 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안내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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