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May 20. 2018

고레벨 다이버의 관문 Rescue Diver

스쿠버다이빙-33 | 내 한 몸 구하기도 바쁘지만 | 2013년 4월

지금까지는 즐거이 다이빙만 하면 되는 Advanced Openwater Diver였었는데, 이제는 더 높은 곳으로 막 나가려는 중이다. 그 처음이 구조 다이버인 레스큐 다이버(Rescue Diver)이다. 이다음은 Divemaster 그리고 그다음이 강사 레벨이다. 처음엔 레스큐 다이버 과정만 먼저 신청하고 분위기 봐서 그다음 과정들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Sophy가 이런 건 한 방에 해치우는 거라며 아예 강사 레벨까지 한꺼번에 신청해 버렸다. 그것도 일시불로. 우리 집은 돈 걱정은 내가 주로 하는 편이지만, 아내라는 사람이 통이 너무 크다. Noma 강사님이 오히려 너무 급하게 하지 말고 봐 가면서 하시라고 했지만 이미 불타 오르는 지름의 배후 세력은 꿈쩍도 안 했다.


신청은 해 뒀지만 이 레스큐 다이버라는 것이 뭔지, 교육 때는 뭘 하는지 정체를 모르니 괜스레 불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봤다. 많지는 않지만 몇몇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교육을 받은 사람 것도 있었고, 교육을 한 사람이 쓴 글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불안하다. 나는 여전히 물을 무서워하는데, 교육 내용엔 극한의 물놀이(?) 같은 얘기들이 막 나와 있는 거다. 맨몸으로 5m 풀장에 뛰어들어 마스크와 오리발을 착용하고 수면으로 올라온다든지 하는 시험을 치른다는데, 말만 들어도 은근히 겁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배우던 과정에서 이런 시험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 훈련은 PADI의 교육과정 어디에도 없지만, 일부 단체나 강사는 아직도 하는 것 같다. 군부대에서나 필요한 훈련으로, 레저용 스쿠버다이빙과는 별 연관이 없는 훈련인 것 같다.


레스큐 다이버 교육의 시작은 응급구조 교육부터다. 우리가 흔히 CPR이라고 말하는 심폐소생술을 포함하여, 다이빙과 무관하게 응급 상황을 대처하는 응급 구조 지식과 기술을 배운다. 레스큐 다이버 과정 때문에 배우는 것이기는 했지만, 평소에도 이런 거 좀 배워볼 수 없을까 생각만 했던 거라, 지금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나서서 사람을 구해 주리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배웠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면서 실습을 해 본다.


우리가 비록 매일매일 무탈하게 잘 살고는 있지만, 만에 하나 심각하게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느 하나 허투루 듣고 넘길 것들이 아니었다. CPR도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걸 제대로 배우고, 실습용 인형에도 해 보면서 생각처럼 쉽게 되지만은 않아서 또 한 번 놀라고, AED라고 하는 심장충격기(?)도 사용해 보니, 언젠가는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하고 뉴스에 나올 수도 있겠다 싶다.


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ator)는 자동제세동기라고 부르는 심장박동 소생 장치로, 요즘은 큰 건물과 지하철역 등에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사용법은 아주 간단하지만, 이걸 배우고 실습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위급 상황에서 대처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AED와 CPR 실습용 더미인 "Anne"


"Anne"는 성인과 어린아이가 있어서 아기가 있는 부모들이 배우기에도 좋다.


토요일 오전을 응급 구조 교육으로 꽉 채워 보내고는 오후부터는 레스큐 다이버 과정의 이론 교육을 시작했다. 레스큐 다이버의 교육 과정에는 바다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들과 사람들의 행동 관찰, 장비의 이상 유무 점검, 비상사태 발생 시의 대처 방법 등이 있었다.


Rescue 교육을 해 주시는  Noma 강사님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다이버 교육을 받을 때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휴가를 내고 들뜬 기분으로 태국의 섬에서 작은 골방에 갇혀(?)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하듯이 반강제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머리에 욱여넣던 때와 지금의 기분은 사뭇 다르다. 이제는 스쿠버다이빙이 뭔지도 알고 강의 내용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 생각하면서 듣게 된다.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토론도 하고 강사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강의를 진행하니, 이제 내가 정말로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는구나 하는 실감도 난다.


그런데 레스큐 다이버 과정을 쭈욱 들어보니, 아하... 나는 그동안 뭣도 모르고 마냥 즐겁게만 다이빙을 하고 다녔던 거였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스쿠버다이빙이 점점 무섭게 보이는 게 아닌가... 아무것도 모를 때가 좋았으려나...


토요일 하루를 응급 구조와 레스큐 다이버 이론 수업으로 가득 채우고 다음날은 다시 수영장에서 레스큐 다이버 실습이 이어졌다. 이거 처음부터 빡세네...

매거진의 이전글 고레벨 다이버에 도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