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May 27. 2018

레스큐 다이버 실습 in Bohol

스쿠버다이빙-34 | 저절로 필요해진 레스큐 능력 | 2013년 4월

이무렵, 우리 회사에는 이미 스쿠버 강사 자격이 있으신 분과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분 두 분이 주축이 되어 사내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동호회 설립에 필요한 회원 모집을 위해 찾아와 진심 열과 성의를 다해 스쿠버다이빙 예찬을 하시던 동호회장님의 열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이빙 얘기를 끊임없이 하시니, 경험도 많고 배울 점도 많을 터, 그래도 호기심에 혹시 다이빙을 얼마나 하신 것인지 여쭤보니,


"지난달에 오픈워터 했어요. ... 동해에서."


네? 아니, 그런데 어찌 그리 말하는 모습은 베테랑이십니까?! 아무튼 열정적인 운영진들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회사 동호회를 할 수 있다니, 이것도 신나는 일이 되겠구나.


나의 레스큐 다이버 코스의 바다 실습은 이 회사 동호회 투어와 같이 하게 되었다. 회사 동호회는 열성 운영진들 덕분에 금방 인원이 채워졌고, 첫 다이빙 여행을 무려 보홀로 떠나기로 하였다. 적지 않은 멤버들이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었고, 초빙 강사들과 친구들까지 모아서 30명이라는 대 인원이 보홀로 다이빙 여행을 떠났다.


새 동호회 설립의 열정 때문인지 동호회장님과 총무를 맡은 김프로 강사님이 열심히 계획을 짜 놔서 대인원이 움직이는데도 별 탈이 없다. 소나기 속에 짐을 옮겨도 처음 가는 회사 동호회 여행의 낯선 설렘 때문인지 모두들 재밌기만 했다.


집에서 아침부터 나서서 국제선, 국내선을 갈아타면서 리조트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먼 길 오느라 힘들고 피곤했지만 도착하고 나니 마음이 들뜨면서 어디선가 다시 힘이 솟는 기분이다. 대식구가 움직이니 방배정도, 짐 정리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동호회 운영진들과 이번 투어를 계획해 주신 노마다이브 강사님 팀은 리조트 도착해서도 일하느라 분주하다. 그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준비해 주는 대로 받아먹기만(?) 했는데, 레스큐 다이버 교육의 일환으로 처음 준비 과정부터 눈여겨보니 역시 그렇게 편한 여행의 이면에는 누군가 대신 열심히 일해주기 때문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우리의 숙소 디퍼다이브. 지금은 훨씬 좋아졌지만 그때도 꽤 훌륭한 시설을 자랑하던 리조트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남쪽 나라 왔다고 해는 아침부터 머리 꼭대기에서 불을 뿜고 있고, 아침밥도 먹기 전에 멤버들은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30명의 인원들은 적절히 팀이 나눠졌다. 이번이 스쿠버다이빙이 처음인 오픈워터 교육생들과 초빙 강사, 그리고 강사와 다이브마스터 지망생들이 교육 참관을 위해 한 팀을 이루고,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교육을 받는 다이버들과 나를 포함한 레스큐 다이버 교육을 받는 다이버들이 한 팀, 이미 충분히 경력이 있고 자유로이 다이빙을 즐기고 싶어 하는 펀 다이버들이 또 한 팀을 이뤘다. 


내가 속한 팀은 첫날은 적당히 적응하고 즐기기로 했다.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교육도, 레스큐 다이버 교육도 내일부터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아 뒀다. 동호회의 김프로 강사님이 팀을 인솔하면 내가 그나마 다른 다이버들에 비해서는 경험이 제일 많은 다이버라, 레스큐 다이버 교육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다른 다이버들을 챙겨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동안은 손님으로서 따라만 다녔는데, 이제는 다른 이들을 도와주고 문제없는지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준비할 때도, 물속에서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 팀의 많은 다이버들이 오픈워터 다이버만 마치고 별다른 경험이 없다 보니, 혼자 몸을 가누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였다. 편안히 즐기고 적응이나 하자던 다이빙 계획이 첫날부터 신경 쓰이게 되어 버렸다. 뭐, 어차피 나의 여행 목적은 레스큐 다이버 과정이었고, 보홀 바다야 물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곳이니까 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갖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만으로는 첫날의 다이빙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까딱하면 위험에 빠질만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다이빙 중반 무렵, 조류가 느껴졌다. 이 정도 조류라면 빨리 이동해서 다른 곳으로 가도, 아니면 조류에 몸을 맡기고 그대로 떠내려 가도 별 문제는 없을 만한 조류다. 하지만 문제는 팀 구성이었다. 조류가 없는 곳에서도 여기저기서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다이버들을 챙겨가며 이 조류를 벗어나기도, 같이 가기도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무지 약한 조류지만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속수무책이란 말이 딱! 이런 다이버들을 데리고 휘몰아치는 조류를 타야 한다면?


김프로 강사님은 다 같이 뭉쳐서 조류에 몸을 맡기자고 손짓을 보냈고, 다들 강사님을 따라 떠내려갔다. 그 와중에 강사님이랑 나는 혹시라도 떠오르는 사람이 안 생기도록 잡아주면서.


눈앞에 무어링 라인이 나타났다. 강사님이 이 로프를 잡고 올라가자는 손짓을 했고, 모두들 로프를 잡고 버텼다. 그런데 점점 더 세 지는 조류에 한 다이버가 로프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게 보였고, 어찌어찌 내가 챙겨줘서 그 다이버는 제대로 로프를 잡았지만 나는 결국 혼자 조류에 떠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태평하게 김프로 강사님에게 손을 흔들면서, 위에서 보자는 손짓을 보냈다.


무어링 라인(Mooring line)은 배를 묶어두기 위한 로프를 말하는데, 다이빙 때 얘기하는 무어링 라인은 바다의 한 지점에 배가 묶어서 머무를 수 있도록 부표를 달아 물속 바닥에 고정해 둔 로프를 말한다.


혼자가 되었다.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만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나 다른 다이버들이나 서로 어디 있는지 알고 있고, 어차피 수면으로 올라가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 한가운데에 혼자 떨어져 있는 상황은 적지 않은 불안과 공포를 몰고 왔다. 이럴 때 쓰라고 그랬는지, 어제 김프로 강사님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쏘세지를 내게 준 것이 있다. 지난번 수영장 연습 때 어떻게 쓰는지도 가르쳐 줬었다. 매번 다이빙을 마칠 때 가이드들이 쓰던 모습을 한 두 번 봐 온 것이 아니었으니 나도 문제없이 쓸 수 있겠지. 머리 속으로 수영장 연습 때를 떠올렸다.


'쏘세지를 꺼내서... 펼치고... 스풀을... 스냅링은 빼서 고리에... 고리에 끼워... 끼워 두고... 아... 뭐가 이리 번잡하지?'


여기서 쏘세지란 SMB(Surface Marker Buoy)를 일컫는 말로, 정확히는 세이프티 쏘세지(Safety Sausage)라고 한다. 색깔이나 생긴 게 꼭 쏘세지 같아서 흔히 쓰이는데, 은어처럼 들리겠지만 정식 용어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풀(Spool)이란 가는 로프를 감는 줄감개를 얘기하며, 릴(Reel)이라고도 한다.


수영장과 조류에 떠내려가는 바다와는 또 다른 것 같다. 왠지 손이 한두 개 더 있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금껏 내가 봐 왔던 가이드들이 펼치던 모습은 엄청 간단하고 쉬웠는데. 뭔가 다른 게 있나? 그래도 여차저차 하면 되지 않을까? 쏘세지를 로프에 묶어서 보조호흡기로 공기를 후루룩 넣으면!


어라? 이게 뭐야? 왜 난 벌써 수면에 올라와 있는 거지? 쏘세지 쏘기에 정신이 팔려 몸이 떠오르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고, 고개를 들어 수면을 보려 했을 때 이미 몸은 둥둥 떠 있었다. 당혹스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대했던 대로라면 쏘세지에 매달려 팽팽하게 뻗어있어야 할 로프가 수면에서 사방팔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이 가느다란 로프들이 지금은 내 몸을 휘감고 있다. 하아... 일단 수면에 떠 버렸으니, 침착히 줄부터 풀어 보자. 더 허우적 댔다가는 정말 곤란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차근차근히 엉킨 줄을 풀었다.


다행히 엉켰던 줄은 거의 다 풀려서 남은 부분을 스풀에 감기만 하면 되는 상태가 되었고, 때마침 우리 팀이 탄 배가 나를 구하러(?) 건지러(?) 오고 있었다. 남은 줄을 스풀에 감으며 능청스레 "조류가 여기서 멈춰서 아쉽구먼!"이라고 얘기했지만 이때의 쏘세지 사용 첫 경험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귓볼이 쏘세지보다 더 빨개지는 것만 같다.


그렇게 쉬워 보이던 숙련자의 쏘세지 쏘기. 니모는 집 지키겠다고 공격하면서 여기까지 쫓아왔다.


김프로 강사님은 그 조류에서 그 많은 초보 아닌 초보 다이버들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가운데 누가 하나 떠내려 가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게 나인 줄 알고 다행이다(?)라고 안심했다고... 내가 떠내려가기 직전에 잡아드린 그 다이버는 새로 장만한 BCD에 익숙지 않아 계속 힘들어 보였지만, 매 다이빙마다 "너무 신나고 재밌다"고 얘기하며 즐거워하는 걸 보니 한편으론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레벨 다이버의 관문 Rescue Div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