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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n 17. 2018

프리다이빙 중급 레벨

프리다이빙-09 | 숨 같은 거 안 쉬어도 된다구! | 2015년 6월

프리다이빙 초급 레벨의 첫 여행은 이제야 프리다이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는 확신과 나의 바람과 상상이 결코 망상이 아니었다는 실체를 확인했다. 내가 프리다이빙에 확실히 남다른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덤이라고나 할까. ㅎㅎㅎ.


그냥 해 본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Sophy와 C에게서는 더 이상의 흥미를 기대할 순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잘하니까, (ㅎㅎㅎ;;) 그리고 Angela 강사님은 통가 혹등고래를 보기 전까지 실력을 쌓아둬야 해서 당장이라도 다음 레벨로의 교육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Angela 강사님과 나는 다음 교육을 위해 다시 보홀로 향했다. 출발하는 날 반차를 내고 일찌감치 집에서 짐을 싸서 공항버스를 타러 나갔다. 앗! 눈앞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버스가 떠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 설거지를 괜히 하고 나왔나... 놔두고 왔어도 Sophy가 알아서 했을 텐데. 뭐 아무렴 어떤가, 버스는 또 올 텐데.......??


버스가 안 온다... 이상하게 버스는 평소보다 늦게 온다. 그래, 나는 평소에는 새벽 비행기를 자주 탔었구나. 이렇게 차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에 가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군. 거의 3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지만, 이제는 퇴근 시간대가 되어버려 정체구역을 빠져나가지를 못한다. Angela 강사님은 이미 공항에서 기다린다는데. 큰일일세.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전철을 타고 눈 앞에서 놓쳤던 버스를 따라잡아 앞 버스 정류장에서 탔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번엔 꼭 그렇게 해야지) 


결국 그렇게 늦게늦게 간 버스는 놓친 버스보다 거의 1시간이나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괜찮으니 천천히 오라던 Angela 강사님은 기다리다 못해 먼저 출국심사를 끝냈다고 한다. 버스에 내려 부리나케 공항에 들어섰다. 오옷!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언제나 목요일 저녁의 인천공항은 한산했던 것 같다. 티켓팅하고 짐 부치고 보안 검색하고 출국 심사를 마치고 면세 구역으로 짠! 버스에 내린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7분이 걸렸다. ㄷㄷㄷ '인천공항 만세!' 계획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늦게 왔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했고, Angela 강사님도 별로 화난 표정은 아니니 만사 OK?


휴가를 왔는데 춥고 배고픈 와중에 그래도 반겨주는(?) 고양이들


Angela 강사님이 바다에 나가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나는 혼자 이론 수업을 시작했다. 초급 레벨에서 배운 내용으로도 충분히 많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직도 새로운 내용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특히 깊은 수심을 간다는 것이 단순히 더 깊이 간다는 것을 떠나 우리 몸에도 다른 반응을 유발하고, 더 많은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 신기했다. 역시 인간이란 뭔가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발전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낀 순간.


중급 레벨 이론 교육을 해 주신 장지훈 강사님. 2018년 6월에 무려 세 종목 (CWT, CNF,  FIM) 한국 신기록을 세우심.


중급 레벨 이론 수업의 키포인트는 "중성부력"이다. 중성부력! 그거 뭐 당연한 거잖아?! 스쿠버다이빙 강사인 나는 스쿠버다이빙 학생들에게 중성부력을 가르치는 장면을 떠올렸지만, 이번에도 스쿠버다이빙의 중성부력과 프리다이빙의 중성부력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였다. 


적정한 수심에서 중성부력을 맞추면 그 시점 이후로는 핀킥을 하지 않고 깊은 수심으로 떨어지는 프리폴(Free fall), 즉 자유낙하를 하며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대수심 다이빙의 기술이다. 


중급 레벨에서도 수영장 수업이 있었다. 구성 면에서 초급 레벨 때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그 대신 초급 때 맛보기의 느낌으로 여러 가지 수영장 종목을 배웠다면, 이번에는 그 기록을 좀 더 높여서 달성해야 한다. 처음에 좀 잘 나간다 싶은 사람들이 의욕에 가득 차 기준보다 더 나가려고 하는데, 나 역시 나 잘난 맛으로 기준을 넘어 개인적인 기록을 경신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수영장 수업 시간. 햇빛보다는 구름이 반가운 시간


초급 레벨 때도 스태틱 기록이 좋아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좋은 기록으로 우쭐해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훈련 때도 그렇지만 스태틱 역시도 "워밍업"이라고 하는 연습을 먼저 한다. 심리적으로 물에 적응하는 효과도 있지만, 신체적으로 물과 숨 참기에 적응하도록 하여 워밍업을 하고 나면 숨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첫 워밍업을 하는데 이제 막 얼굴을 물에 담그고 숨을 참기 시작하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도 불안해진다.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지만 2분을 넘기지 못하고 일어났다.


뭐가 문제일까? 역시 의욕만 앞서 서두르다 보니 그런 걸까? 성에 안차고 불안하고 조급한 나와는 달리 강사님은 "문제없어요. 천천히 하시면 돼요."라고만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다 그렇지 뭐. 아무튼 여유를 좀 가지면서 편안해지려고 노력했다. 뭔가 모순적이군. 편안해지려고 노력까지 해야 하다니...


노력 따위 없어도 편안해 보이는 수영장의 고양이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길게 가져갔다. 하지만 두 번째 워밍업도 적당한 시간을 버티고 일어났지만 잘 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욕심을 좀 더 버리자는 생각으로, 이번엔 끝까지 해보기로 하고 시도했다. 대신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지 않고 가슴에 약간은 여유를 두는 정도를 숨을 머금었다.


아까 워밍업에서 일어났던 그 타이밍은 여전히 불편한 기분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볼까 하면서 컨트랙션을 느끼기를 2분여. 결국 5분을 넘기고 개인 기록을 세웠다.


스태틱 기록 5분이 흔한 기록은 아니라 역시 우쭐해졌지만 왠지 좀 더 기록을 늘이고 싶은 욕심은 누를 수가 없구나.


그 와중에 같이 수영장 트레이닝을 오신 강사후보생 지수님은 그 어렵다는 강사 수영장 시험을 한방에 다 통과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 의욕도 생긴다. 수영 연습을 웬만큼 해서는 저 기록 못 낼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는 100m DYN 강사 시험을 가뿐히 성공하는 지수 강사님. 김동하 트레이너가 안전을 책임져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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