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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29. 2018

프리다이빙의 블랙아웃

프리다이빙 알아가기

아무리 좋은 새 자동차라도 도로를 달리는 한 사고의 가능성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프리다이빙에서도 블랙아웃은 실력자와 초보자를 가려서 생각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앞서의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블랙아웃(Blackout)이란, 산소 부족으로 인한 의식 상실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임에도 기억을 하지 못하고 전후의 상황이 단절됩니다.


수면 마취를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간접적으로나마 블랙아웃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간호사가 수면 마취제를 주입하면 의식이 흐려질 줄 알았는데, 숫자를 세는 동안에도 정신이 멀쩡합니다. '뭐야? 마취하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뿅!?? 응? 여긴 어디지?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아까와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그 신비한 경험 말이죠.


물론 수면 마취를 한 동안에 의식이 있고 얘기도 잘 한다고 합니다. 단지, 마취가 깨어나면 기억을 못 할 뿐이라죠. 하지만 블랙아웃은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의식을 잃고 몸을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프리다이빙에서의 블랙아웃이라면, 숨을 참고 있는 동안 제한된 산소가 소모되어 결국 산소 부족으로 블랙아웃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인 것은 맞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프리다이빙에서의 "산소 부족"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다이빙하는 과정을 상상해 봅시다. 다이버는 크게 숨을 머금고 물속으로 다이빙 해 들어갑니다. 숨을 계속 참은 체로 점점 깊은 수심으로 내려갑니다. 우리 몸에서는 폐에 가득 품은 공기에서 적혈구가 산소를 들고 몸속을 돌아다닙니다. 여러 신체 기관에서는 에너지를 위해 산소를 쓰죠. 그러면 결국 산소는 계속 소비가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이 계속되면 우리 몸은 산소 부족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다이빙에서는 더 극적인 장면이 이어집니다.


다이버는 숨을 참고 일정 수준의 산소를 소모해도 괜찮을 정도로 연습을 한 상태입니다. 목표했던 수심을 찍고 수면으로 방향을 돌려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프리다이빙의 블랙아웃이 눈을 뜹니다. 상승하면서 변하는 수압이 우리 몸의 산소, 정확히는 뇌에 공급되는 산소 농도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의 뇌는 일정 수준의 산소 농도를 필요로 하는데, 압력이 낮아지면 산소 농도도 낮아지고, 그것이 심해지면 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특히 수면에 가까울수록 압력이 변화하는 비율이 커지기 때문에 수면과 가까운 곳에서는 급격히 산소 농도가 낮아집니다.


그래서 앞서의 에피소드에서처럼 수면 바로 아래까지도 아무런 이상이 없던 다이버가 수면에 다다르는 순간 블랙아웃이 되는 일이 생깁니다. 이 현상은 "얕은 물 졸도"(Shallow Water Blackout. 줄여서 SWB라고 부릅니다.)라는 이름으로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 얕은 물 졸도는 초보자와 고급 다이버를 가리지 않습니다.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기까지는 다른 선택권이 없는 프리다이빙의 특성 때문일지, 더 깊은 수심을 도전하는 세계 정상급의 프리다이버들에게도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https://youtu.be/A3LL0gH1dh8

세계적인 프리다이버인 William Trubridge 선수가 자신의 CNF 101m 세계 기록을 깨기 위한 시도에서 블랙아웃을 겪은 동영상


그렇게 생각하면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조심해야 할 일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사람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안전한 범위 내에서 다이빙을 하지만, 프리다이빙이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이다 보니 때때로 한계 부근의 다이빙이나, 다이버의 컨디션 때문에, 혹은 별다른 이유를 모르는 경우에도 블랙아웃을 겪을 수 있습니다.


프리다이빙 강습이나 기록경기에서는 안전을 중요시하고 항상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마무리됩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블랙아웃을 겪었다면 그날의 다이빙은 그만두고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또, 블랙아웃의 경험은 많은 경우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도전 의욕이 두려움으로 바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조심해야 할 상황은 펀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가벼운 연습 등의 상황입니다. 재미가 안전보다 앞서는 순간부터 위험은 보이지 않게 다가옵니다. 주의가 분산되고 버디 시스템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Spear Fishing(미국 등의 지역에서는 라이선스를 얻어 법적 한도 내에서 작살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중 발생한 블랙아웃 사고가 촬영된 장면입니다. 블랙아웃을 겪은 장본인이 다른 이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기 위해 올렸습니다. 동영상을 올리면서 써 둔 코멘트를 번역해 봤습니다. (약간의 의역이 있습니다.)


(왜인지 브런치에서 바로 플레이가 안 되네요...)


https://youtu.be/uTr6OmynzSg?list=PLi35QMfevvWRVlCGUCJYHzo5Tb3gZutzp&t=98

10월 12일 일요일, 나는 스피어피싱을 하다가 블랙아웃을 겪었다. 71ft(약 21m) 다이빙에서 도미를 잡았는데,  이전 다이빙 후 휴식을 취한 시간은 4분이었고, 이 다이빙 시간은 1분 12초였다. 이날의 다이빙은 대부분 이 정도 수심에서 도미를 사냥했었다. 사고가 난 다이빙에서 나는 모든 점이 정상이라고 느꼈고, 피로를 느끼지도 않았고, 상승 역시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수면에 도착한 순간에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은 숨을 내뱉은 것이었지만, 그다음으로 남은 기억은 나의 버디가 나를 흔들어 깨운 것과 내 입은 물로 가득 차 있어서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 동영상을 올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친구들의 격려를 얻어 스피어피싱 동호인들이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동영상을 올린다. 이 동영상을 통해 다른 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는, 블랙아웃은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30m 수심의 다이빙일 필요도, 2분 동안의 다이빙일 필요도 없다. 하루 종일 반복하던 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이것을 잘 알고 있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항상 서로를 주시하는 버디와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블랙아웃을 겪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나는 늘 그다지 깊이 다이빙하지도 않고, 블랙아웃이 생길 만큼 오래 다이빙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결코 블랙아웃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구해줄 버디가 옆에 있었다. 나의 버디는 딱 이 상황에서 해야 할 버디로서의 안전 조치를 정확히 이행했고, 아주 빠르게 내 머리를 물 밖으로 들어줬다. 만일 버디가 옆에 없었거나, 우리가 버디 다이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여기서 이 얘기를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다이빙을 하더라도 블랙아웃은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다지 오래 머무르지도, 깊이 가지도 않았다. 전날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충분히 쉬었다. 평소에는 3-4마일(약 5-6km) 달리기도 하고 체력도 좋다. 나는 나오는 길에 물도 두 병 마셨고, 다이빙 시간의 4배 시간만큼 다이빙 인터벌(수면 휴식 시간)을 가졌다. 몇몇의 프리다이빙 강사의 조언으로 깨달은 것은 나의 호흡이 적절하지 않고 초과 호흡을 했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으로 스피어피싱 동호인들이 블랙아웃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버디 다이빙을 항상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 번 더 곱씹어 봤으면 한다. 특히 어린 다이버들은 꼭 명심했으면 한다. 당신은 절대로 본인이 겪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어느 순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깨달았을 때는 돌이킬 수 없다. 항상 버디를 놓치지 마라. 물고기를 사냥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경쟁하는 것도 좋지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동영상에 대해서 유익한 조언과 의견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널리 공유하여 버디 시스템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으면 한다.

소리와 같이 시청하기를 권장한다.


안전이라는 것은 천 번, 만 번을 잘 지키더라도 한 번의 방심이 이전의 안전을 뒤엎을 수 있음을 우리는 TV나 뉴스를 통해서도 많이 봐 왔습니다. 또한 안전 지침과 구조 기술은 적합한 교육과 충실한 트레이닝을 통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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