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미슐랭 식당

후쿠오카 미식여행 - 1/3

by 탱강사

예전에 비해 여행 가는 빈도가 줄었던 어느 해의 끝자락, Sophy는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여행을 제안했다. 이렇게 여행이 아쉽지만 휴가 쓸 여유도 충분치 않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러울 때는 후쿠오카를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돈을 좀 더 쓰더라도 특별한 경험을 해 보자고 했다.


바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가 보자는 것. 돈이 꽤 들겠다 싶은 생각에 주춤하긴 했지만, 마누라 말은 일단 듣고 봐야 한다는 오랜 경험적 깨달음으로 그러마고 했다. 그런데, 미슐랭 레스토랑이 가고 싶다고 맘대로 갈 수 있는 그런 곳은 또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가 보자."라는 것 외에 다른 계획이나 정보는 전혀 준비도 되지 않았다.


서점에서 후쿠오카 맛집 소개 책들을 훑어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은 일반적인 여행객들을 위한 트렌디한 식당과 카페들을 소개해 두었을 뿐, 파인다이닝이나 미슐랭 레스토랑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었다. 차라리 미슐랭 가이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까 하고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오옷?! 상당히 잘 되어 있구나? 지역과 상세한 지도, 음식의 종류, 비용, 분위기, 드레스 코드, 영업시간 등 웬만큼 필요한 정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미슐랭 가이드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간 일본 안내 사이트. 한글로 검색하면 안 되고 영문으로 검색해서 들어가야 한다.


몇 개의 음식점들을 보다가, 3스타 스시집이 있었다. 일본에서 3스타 스시집이라니. 이런 곳을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돈도 돈이고, 뭔진 모르겠지만 무섭단 말이야... ㅠㅠ


한 달 굶고 살면서 돈 모으면 된다는(?) Sophy의 얘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물어나 보기로 했다. 소개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영어 문의 가능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영어 대화는 그리 매끄럽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지, 메일로만 예약을 받으니 메일을 보내란다. 불러준 메일 주소로 간단히 예약 가능한지 영어로 메일을 썼다. 이때가 11월 말, 불과 한 달 후의 크리스마스가 겹친 주말의 저녁 예약이라니, 이건 여느 좋은 음식점에서도 잡기 힘든 예약 아닌가?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예약이 찼다는 답장이 왔다. 실망보다는 담담했다. 그나마 Sophy가 알아보고 예약해 둔 2스타 덴뿌라집을 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자리가 없다는 메일이 왔고, 기대도 없었으니 실망도 크지 않았다.

12월 중순쯤 메일을 확인하다 보니 3스타 스시집 교텐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12월 24일 저녁에 두 명 자리가 났는데 오겠느냐고. 누군가 취소한 자리가 우리에게 온 모양인데, 그렇게라도 기회가 온 것이 조금 신기할 따름. 그런데 벌써 메일이 온 지 3일이 지났잖아? 어떻게 온 기회인데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갔으면 아까워서 어쩌지? 역시 간결하게 아직 자리가 남았는지 물어보는 메일을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예약이 가능하지만 신용카드 디파짓이 필요하고 취소나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마치 땡처리 항공권 느낌의 답장이 왔다.


다행히 덴뿌라집의 예약은 23일 저녁으로 잡아뒀으니 일정이 딱 맞아 떨어진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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