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Feb 02. 2019

Cavern Diver 교육

다이빙 여행 | 칸쿤-05

본격적인 동굴 다이빙 교육이 시작되었다. PADI의 동굴 다이빙 교육 과정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Cavern Diver, Introductory Cave Diver, Full Cave Diver이다. 캐번(Cavern)이란 바깥으로부터 들어온 빛이 닿는 부분까지를 캐번이라고 한다. 자연광이 비치는 곳이기 때문에 출구가 어디인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동굴의 입구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곳이다.


교육은 오전 이론 교육부터 시작이다. 영어 교재에 영어 대화였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다. 영어 공부 꾸준히 해 두길 잘했지.


동굴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특성과 그로 인한 위험성, 동굴 다이빙의 장비, 다이버 간 대화 방식, 다이빙의 계획과 순서, 비상시 행동 요령 등을 교실에서 배웠다. 교실 수업만으론 대충은 알 것 같지만 실제 다이빙은 어떨지 호기심과 함께 걱정도 생겨난다. 어제의 맛보기 다이빙은 절차 같은 건 거의 생략하고 한 거라, 실제 교육과는 따로 생각해야 했다.


점심을 먹고 첫 교육 다이빙 장소로 왔다. 오늘의 다이빙 장소는 Chikin-ha. "Ha"는 마야어로 물이란 뜻이랬는데. "Chikin"은? 설마 치킨? (역시 치느님의 위엄... 나중에 듣기로 Hidden이란 뜻이란다.)



동굴 다이빙은 항상 인위적으로 설치된 라인을 따라 진행한다. 이것이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만일의 경우에 출구로 안내하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어쩌면 공기탱크보다 더 중요한 필수 요소이다. 이 라인이 동굴 속에서 어떤 식으로 설치가 되어 있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하는지를 물밖에서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다.


오라일리언이 나무를 동굴의 종유석과 석순 삼아 실습용 라인을 설치하는 동안 주변에는 작지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모기들이 겉으로 드러난 피부는 어디든 가려움을 안겨준다. 모기 기피제가 필수품이라는데, 아무리 뿌려도 모기들의 공격을 완벽히 막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날이 더우니 옷을 더 껴 입을 수도 없고...


라인 설치가 끝나고 오라일리언의 설명을 들으며 동굴을 어떤 식으로 탐험하는지 시뮬레이션 했다. 입구부터 이어진 라인은 단순히 길을 이어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중간에 교차점으로 갈리기도 하고, 두 개의 라인이 이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표식과 방향을 구별해야 하고, 같이 다이빙하는 버디와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공기가 떨어졌을 때, 라이트가 고장 나거나 먼지로 시야를 잃어버렸을 때, 버디와 헤어졌을 때 등의 비상시의 행동 요령도 연습했다. 복잡한 내용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고,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지금껏 이 길을 개척해 온 많은 사람들이 정착시켜 둔 방식일 테니, 믿고 따라가는 게 최선일 테지.


굳이 구석에 연습용 라인을 설치하는 오라일리언 강사. 동굴 환경에 비슷하게 하려는 걸까?
이 동네 들짐승인 코아티(너구리처럼 생긴)의 꼬리를 누가 매달아 놓은 기괴한 풍경. 오라일리언 말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데...


장비를 동굴 다이빙용으로 세팅을 했다. 어제는 다이브 숍의 장비를 빌렸었지만, 오늘부터는 내 장비를 쓴다. ... 라고 생각했는데, 오라일리언이 내 장비를 막 분해하더니 공기탱크 고정용 벨트만 떼어다 다이브 숍 장비에 다시 조립했다. 호흡기랑 게이지도 내 걸 쓰려고 했지만, 장비 조립의 호환성 문제 때문에 BCD와 호흡기, 게이지는 모두 다이브 숍 장비다. 내것은 달랑 공기탱크 고정용 벨트 하나.


이렇게 장비를 새로 맞추는 이유는 내가 쓰는 재킷용 BCD 대신에 수평 자세를 맞추기 좋은 윙(백플레이트라고도 한다.) BCD를 사용하는 것과, 보조호흡기가 일반 다이빙에 비해서 매우 길어지기 때문이다.


세노테 입구에 차를 대고 장비 세팅을 한다.


물밖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동굴 속에서 하나하나 실습했다. 라인 설치부터 돌발 상황, 보조 호흡기 사용, 먼지로 인한 시야 상실 등. 이것들을 다 연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이빙 시간이 무려 114분! 수온 24도인 물에서 이렇게 오래 있으니 5mm 수트로는 추위를 막을 수가 없다.


첫 교육 다이빙부터 기진맥진. 두 번째 다이빙도 첫 다이빙에 이어 여러 가지 훈련이 이어졌다. 이번엔 내가 앞장서서 다이빙을 하는 연습도 했다. 그래도 두 번째 다이빙에서는 동굴을 탐험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눈이 없는 장님 물고기를 보기도 하고, 말로만 듣던 "헤일로클라인(Halocline, 염분약층)"도 봤다. 


헤일로클라인이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경계가 생기는 현상이다. 내가 뒤따라 갈 때는 눈 앞에 마치 진한 설탕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시야가 어지러워져서 바짝 따라가지 않으면 앞 다이버를 놓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욱 놀란 것은 내가 앞장설 때였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헤일로클라인은 아주 평온하게 층이 진 상태 그대로였는데, 아니?! 이... 이건 뭐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과 공기가 만나 있는, 그냥 우리가 흔히 보는 물 위를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위쪽도 물이고 아래쪽도 물인 것인데! 마스크 쓴 눈을 그 경계 위로,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두 개로 나뉜 물속을 보며 혼란스러운 환상을 느꼈다.


후아~ 동굴 다이빙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군. 오래간만에 교육받으면서 힘들어하는 교육생의 심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 똑같은 걸 말하고 말하고 말해줘도 계속 틀리는 건지 그 이유야 아직도 알 수 없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에서 너그러이 받아들여야 함을 알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노테 첫 다이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