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짐을 최소한으로 풀었다가 그대로 다시 싸서 1층에 모였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부탁하니 금방 불러 주겠단다. 금방 도착한 택시는 작지는 않았지만 우리 네 명에다 이 많은 짐을 싣기도 작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운전석에서 큰 키의 택시기사 내리니 차는 급기야 경차처럼 보였다.
이 짐이 다 들어갈까?라고 묻는 우리에게 괜찮다는 몸짓을 하던 택시기사는 능숙하게 짐을 꽉꽉 채워 실었고, 이른 아침의 로마를 천천히 움직였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렌트카 사무소였지만, 혹시나 싶어 구글맵을 켜고 우리가 가는 길을 되짚었다. 아하... 일방통행 길을 잘못 들어 괜히 한 바퀴 돌게 생겼네? 잘못 들어와서 미안하다는 기사에게 우리는 괜찮다고는 하면서도 큰 목소리의 한국말로 "아, 역시 이 동네는 벌써부터 덤터기 씌우나?"라며 투덜댔다. 느낌상 우리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들었겠지?
한 바퀴를 돌아 적당한 곳에 세우면 걸어가겠다고 하며 내렸다. 그래도 이 많은 짐을 싣고 사람도 꽉 채워 온 것이 고마워 팁을 적당히 얹어서 택시비를 냈다. 어랏? 그랬더니 이 덩치 큰 택시기사는, (이탈리아 사람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티를 내는 것이 아닌가? 투덜댔던 우리가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드네.
흠... 이런 건물 사이 골목에 렌트카 사무소라니. 간판도 안 보이고 사무실도 아주 작았다. 예약한 사항을 같이 체크하고, 운전자 한 명을 더 등록하려면 돈을 더 내야 된다 그래서 어차피 나만 운전할 것 같아 말았다. 반납 장소와 일정이랑 보험 확인을 하고 나니 금방 끝나 버렸다. 명랑해 보이는 젊은 여성 직원은 "나가서 왼쪽으로 가면 차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 거야."라고 얘기하고는 '왜 안나가? 응?' 하는 눈빛으로 나를 생글생글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 바퀴 돌았지만, 그래도 주소 찾아서 오면 찾을 수 있었던 렌트카 사무소
흠. 그래서 나왔는데... 뭐가 보이는 게 없는데? 분명 금방 있을 거랬는데. 뭐가 보여야 하는 거지? 그렇게 우리 네 명이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우리 같은 렌트카 손님인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렌트카 차고는 저기에 있다며 알려줬다. 역시나 간판이 작은 데다 사람이 내려갈만한 길을 찾을 수가 없어 차가 들어가는 램프를 따라 지하차고로 걸어 내려갔다. 그래, 여긴 이탈리아니까...
사무소와 100m 떨어져 있던 지하주차장. 알고 보니 보이는 거지, 찾느라 한참 헤맸다.
아래위로 주황색 옷을 입은 직원에게 예약 서류를 보여 주니, 쓰윽 보(는 척 하)더니 (아마도) "이게 니 차야"라고 알려주더니 다른 곳으로 가려는 게 아닌가. 아니, 잠깐. 가려는 사람을 소심하게 붙잡고는 다른 거 확인할 건 없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어? 아직 안 갔어?'라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같이 차를 한 바퀴 돌아 보(는 척 하)고는 (아마도) "문제없지?"라고 말하고는 다시 자기 일로 돌아갔다. 그래, 여긴 이탈리아잖아..
거의 처음 몰아 보는 밴이지만, 새 차라 그런지 부드럽고 옵션도 좋아 느낌이 나쁘지 않군. 지하 차고에서 올라와 짐을 싣고 일행을 태우고 처음 몰아보는 차의 조작 장치들, 라이트, 핸드브레이크, 주유구, 깜빡이, 변속기, 비상등, 에어컨 등등을 체크하고는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자동차 여행 준비를 했다.
처음 운전하는 차에 익숙해질 시간을 충분히 가지자.
블랙박스 대용으로 아이폰 동영상 촬영을 했다. 이거 꽤 유용하던걸?
일단 내비게이션을 켰다. 내비게이션은 WAZE와 구글맵, 거기다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의 공포의 대상인 ZTL을 대비한 ZTL radar도 켰다.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를 대비해 블랙박스용으로 가져온 여분의 아이폰을 거치대에 끼우고 동영상을 켰다. Sophy는 언제 급히 필요할지 모르는 이 차의 매뉴얼을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하였다. 매뉴얼은 차에 책자가 있지만, 디지털이 검색에 있어선 훨씬 유용하다.
WAZE의 화면. 실시간 정보도 잘 나오고 주변에 WAZE 쓰는 차가 있으면 귀여운 아이콘으로 나오기도 한다.
자, 이제 출발! 조수석에 앉은 Sophy는 마치 랠리 경주의 보조 드라이버처럼 "직진! 직진!", "횡단보도!", "저 앞에서 우회전" 같은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WAZE와 구글맵의 안내가 눈과 귀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Sophy의 말을 먼저 듣는 게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선택임은 틀림없지.
화창한 날씨, 처음 달려 보는 로마 근교의 도로. 기분이 새롭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 익숙지 않아서인지, 이탈리아 운전에 대한 명성을 들어와서인지 계속 긴장하며 운전하느라 거북목 증상이 심해질 지경이다.
놀라운 것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널 준비를 하고 있어도 차들이 서지 않는다. 지금까지 봐 왔던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보행자인 내가 머쓱할 정도로 차들이 잘 서 줬는데, 여긴 전혀 그렇지 않다. 이건 전혀 낯설지 않은데? 마치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과 차이가 없잖아? 그래, 여긴 이탈리아잖아.
조심조심 운전해서 무사히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Summary
로마의 택시 기사는 친절하고 순박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렌트카 사무소의 위치를 구글맵 스트리트뷰로 미리 확인하고 갔더라면 더 좋았었겠다.
추가 운전자를 등록하려면 똑같이 국제면허증과 한국 면허증을 준비해야 하고 비용도 추가된다.
보험은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우리는 Full-Cover (Super Cover) 보험을 들었다.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처음 차를 운전하기 전에 이것저것 잘 살펴보자. 매뉴얼은 다운로드해 두는 것이 좋다.
짐은 출발할 때 트렁크에 잘 정리해야 한다. 도착해서 정리하면 빈차털이의 표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