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맥도날드도 다르군!

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4/18

by 탱강사

로마를 떠난 첫 목적지는 티볼리(Tivoli). 언젠가 하늘에서 본 세계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티볼리의 전경을 보고 궁금하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가 보게 되는군.


티볼리를 가는 길은 기대보다는 검소(?)했다. 그다지 깔끔하게 개발되지는 않은 듯한 도시 근교의 시골길인 것 같은 분위기이다. 간혹 휴양지스러운 숙소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 티볼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운전에만 신경 써도 될 정도로 시선을 뺏는 것은 없다. 뭔가 아쉬운 걸?


티볼리에 도착하니 그래도 크고 오래된 건물이 보이는 것이 어딘가 오긴 온 것 같다.


티볼리에 도착. 뭔가 있긴 있는 모양.


ZTL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으니, 그냥 봐도 뻔히 차가 다닐 수 있게 생긴 데만 다니자. 그리고 동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안전해 보이는 주차장에다 차를 대자.


이번 여행 첫 관광의 시작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선선한 공기에 새파란 하늘이 근거 없는 기대감을 준다.


주차하고 나와 처음 만난 광장


우리가 찾아가야 할 곳은 빌라 데스테(Villa d'Este). Ippolito d'Este 2세라는 추기경이 교황이 되지 못한 한을 담아 만든 곳이라는데, 수많은 호화 별장과 정원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분수가 많고 시원해 16세기 건축 이후로 주로 귀족들의 여름 휴양지로 쓰이던 곳이라 한다. 역시, 시원한 느낌이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모양.


금방 눈앞에 나타난 빌라 데스테. 아직 들어가기 전인데도 주변의 풍경 역시 눈길을 끈다.


보정 따위 필요치 않은 파란 하늘이 기분을 북돋았다. 하지만 해가 높아질수록...
빌라 데스테의 입구


낮이 되자 햇빛이 뜨거워진다. 그늘에 있으면 덥지는 않다. 이 높은 곳에서 넓디넓게 펼쳐진 평원을 보고 있으니, 마치 하릴없이 휴양 온 귀족이라도 된 기분이다. 정원은 잘 꾸며져 있고, 곳곳에 분수와 조각상들도 있는 것이 역시 귀족들의 휴양 별장. 하지만 한낱 짧은 시간 여행 온 비루한 여행객들에겐 이런 짧은 시간도 사치인가, 아니면 가만있는 것은 지루한 우리들의 성격 때문인가. 사진 포인트를 열심히 잡아 인증샷들을 찍으러 다녔다.


별장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귀족의 기분.
나무 그늘에서 분수만 보고 있어도 시원하구나.
여기가 "티볼리" 하면 늘 나오는 그곳이로군!
곳곳에 물이 흘러 여름 휴양지임을 상기시킨다.
귀족의 기분, 한 번 더


시간도 얼추 점심시간이 되었다. 여기서 갈증도 해소할 겸 점심을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에어컨이 있다는 친절한 삐끼 점원의 유혹에 들어와 앉았건만, 시원하긴 하지만, 서버들은 매우 퉁명스럽다. 너무 터프해서 우리가 주눅이 들 정도. 평이해 보이는 메뉴를 시켰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별 감흥이 없다. 분위기 탓인가...


맛있긴 했는데 점원들이 너무 터프해서 기분이 안 산 듯...ㅠㅠ




다음 목적지는 치비타 디 바뇨레조(Civita di Bagnoregio).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 영감을 준 곳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겠지.)


역시 ZTL이 두려워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조금 걷더라도 안전한 곳에 주차하자 하여 노변의 코인 주차장에 적당한 시간을 잡아 주차를 했다. 근데 그러고 걸어가 보니 웬걸, 우리가 가려고 했던 전망대 코 앞에 널널한 주차장이 있더라.


"우와앗!" 이런 곳이! 천공의 성 라퓨타에 영감을 줬다는 말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신기하게 생긴 곳이로군?! 멀리 보이지만, 열심히 걸어가면 저 다리를 걸어올라 도시를 볼 수 있을 거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뜨거운 햇빛을 받아가며 저 그늘 하나 없는 길을 걸을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시원한 것. 옆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아이스바 하나씩 물고 인증샷에 만족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와아~ 이런 풍경이 있을 거라곤 진짜 상상도 못 했었는데




오늘의 숙소에 전화를 걸어 예약 확인도 하고 도착 시간도 알려주고 저녁을 먹을 수 있는지도 물어봐야 하는데 도통 전화가 걸리지를 않는다. 숙소 주변에 딱히 저녁을 먹을 수 있을만한 곳이 없다는 Sophy의 연구 결과에, 우리는 근처 마트에 들러 이탈리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저녁거리를 사서 가기로 했다.


일단 허기가 지고 기운이 떨어져 뭘 먹기로 했는데, 여기 마트는 먹을 것이 많지도 않고 가성비도 그리 훌륭해 보이지가 않는다. 이럴 때 선택하는 것이 역시 글로벌 프랜차이즈인가. 맥도날드로 전원 의견 일치. 신기한 건 샐러드에는 조그만 병의 올리브 오일을 준다. 와우~


계속되는 소박한 식사로 우울해질 뻔했는데, 이 작은 올리브 오일 병이 그래도 맘을 달래준다.


그래도 해외여행의 마트 순례는 재미난 일이다. 치즈와 올리브를 사고 싶어 점원 아주머니한테 얘기했더니 주문은 받지 않고 뭐라뭐라 하신다. 알고 보니 옆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번호표를 뽑아 와서 주문해야 하는 것. 이런 시스템은 또 처음 보네. 대신 자기 차례인 사람은 느긋하게 물건을 고르는 모양.


이거 달라, 이거 달라 열심히 얘기했건만 헛수고. 알고 보니?
이 아저씨가 여기서 번호표(?)를 뽑아 가서 주문해야 한다고 알려 줬다.
이거야 이거! 우리나라에선 못 먹는 주황색 칸탈루프 멜론! 게다가 엄청 싸!


달달해 보이는 와인도 사고, 부라따 치즈와 주황색 칸탈루프 멜론, 납작 복숭아, 프로슈토 등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해선 사 먹기 힘든 음식들을 싸고 싼 값에 마구 담았다. 이걸 한국까지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스름 저녁이다. 평온하고 적막한 시골의 저녁 풍경이 마치 기억의 어느 한켠에 접혀 있는 어릴 적 고향 동네 같은 느낌이다. 아담하지만 깔끔한 방과 주인의 친절한 안내가 길고 긴 오늘 하루에 충분히 쉴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오늘의 숙소, 아그리투리스모 아시시움
멀리 언덕 위에 보이는 곳이 바로 아시시. 내일 갈 거야.
방에서도 보이는 아시시. 이름하여 "아시시뷰"
저녁 어스름이 운치 있다. 이제야 여행 온 것 같네.


앞마당에서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주인의 안내에 우리는 마트에서 사 온 음식들을 펼쳤다. 비록 잘 차려진 정찬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바로 그 이탈리아 음식들이니 기쁘기 그지없다. 한국에서 이걸 먹는다면 돈을 얼마나 써야 할까를 얘기하면서 먹으니 기쁨이 두 배, 세 배가 된다.


비록 차림새는 소박하지만 바로 이런 것들이 이탈리에서 기대했던 음식들 중 하나




Summary

아무리 이탈리아라지만 고속도로 운전은 추월차선을 잘 지키는 편이라 한국의 고속도로에 비해서 훠어~~~얼씬 편하다.

흔한 우리나라 고속도로 추월차선의 풍경. 그렇다고 빨리 가는 것도 아님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전망대 코 앞에 주차장이 있더라. 끝까지 들어가도 된다.


뜨거운 햇빛에 치비타 디 바뇨레조의 다리를 올라갈 엄두가 안 나더라.


이탈리아의 맥도날드에서는 샐러드에 올리브 오일 병을 같이 준다.


마트에서 치즈와 올리브를 사는 곳에서는 번호표 같은 걸 먼저 뽑고 주문한다.


첫날의 드라이빙 영상

https://youtu.be/VMvbPKL_9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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