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2/18
"이 트렁크는 크기도 작은데 많이 들어가서 좋아. 근데 왜 그동안 안 쓰고 있었지?"
라는 Sophy의 얘기에, 공돌이 특유의 솔직함과 논리력 눈치 없음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무인양품 트렁크를 사고부터 외면받았지."라고 반사적으로 말을 내뱉었더니 왜인지 Sophy는 삐져버렸다.
아차차! 보통은 여행 돌아오는 길에 괴상한 이유로 싸웠는데 이번엔 출발부터 이상한 걸로 싸우게 생겼네. 예방주사라고 생각하자. 항상 한 박자 생각하고 "응? 그래?"로 대답을 시작해야지.
다른 때보다 조금 한산한 듯한 인천 공항. 일찌감치 와서 티켓도 짐도 셀프로 처리하니 부산 가는 고속버스 타는 것처럼 금방 면세구역에 와 버렸다. 떠나기 전의 이 시간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꼭 금요일 저녁의 기분이랄까.
비행기는 두 시간이나 활주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이 시작되는 길이라 조금은 관대해진다. 그러고 벌써 밥이 나오네? 어허... 새로운 시도가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닐 텐데, 기내식이 쌈밥이라니?!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라 지연 출발의 불만도 좀 사라졌다.
출발은 늦었지만 기장님이 애써 주셨는지 그리 늦지 않게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이 이탈리아임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 보였다.
입국심사관이 무려 담배를 피우고 있잖아!? 역시 이탈리아!!! ㅋㅋㅋ
저녁의 공항에서 테르미니역으로 기차를 타고 가려고 한다. 기차표는 키오스크에서 살 수 있었는데, 두 대의 키오스크에 각각 2-3팀이 줄을 서 있다. 어디를 서도 줄 길이는 비슷. 그런데 이거 원, 그 짧은 줄이 줄지를 않는다. 기다리다 못한 Sophy가 잠깐 있으라더니 계단을 내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 몇 분 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아오면서 "쳇, 좀 더 가면 티켓 박스가 분명히 있을 텐데 안보이잖아."라며 분해했다.
분한 마음 가라앉히고 긴 시간 기다려 티켓을 끊었다. 과연! 유럽 살이 물을 먹은 공순이 Sophy는 다른 여행객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금방 우리 표를 들고 키오스크를 벗어났다. '으이그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못하다니!'라는 불평이 쏟아지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게다가 Sophy 말대로 탑승구 근처엔 널널한 티켓 박스가 있었다. 이러니 나는 여행 오면 늘 따라만 다녀도 된다니깐.
한밤의 테르미니역. 이 혼란스럽고 음습한 동네는 그다지 유쾌하진 않지만, 로마는 오늘 하룻밤만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거라, 움직이는 거리를 최소화하고자 역 바로 앞에 숙소를 잡았다. 로마를 이렇게만 만나고 떠나는 것도 처음이라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또 새로운 곳을 보러 가려는 길이니.
체크인을 하고, 내일 아침 렌트카를 호텔 앞에 대고 짐을 싣고 출발하는 게 어떨지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다. 근처에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라는데, 그냥 다 같이 렌트카 사무소로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다.
옛 기억과는 다르게 주변 밤거리 풍경이 그럴싸해 보이긴 했지만, 굳이 모험은 하지 않고 호텔 1층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우리는 굳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진짜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거니까 지금 먹는 건 그냥 끼니일 뿐이야.'라는 생각에 텔레파시로 만장일치를 이루었을 거다.
Summary
입국심사관이 담배를 피우는 이곳은 이탈리아. 역시!
공항에서 기차 티켓을 사려할 때 사람들 줄 서 있는 곳 너머 개찰구 앞에 널널한 티켓박스가 있더라.
테르미니역 주변은 여전히 뭔가 으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