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키토스에 오기 전부터 나는 왠지 이곳에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아마 2가지 정도일 것이다. 먼저, 나는 더위에 매우 약한 사람이다. 날씨는 내가 살아감에 있어서 나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1년 내내 덥다니, 심지어 습하다니. 오기 전부터 이곳의 날씨는 나를 매우 걱정스럽게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존’이라는 그 단어가 주는 왠지 모를 두려움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벌레도 많을 것 같고, 모기도 많을 것 같고, 야생 그 자체, 날 것 그대로일 거 같은 느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키토스에 도착했고, 처음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생각보다 덥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매우 착각이었다.) 비행기에서부터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었던 나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칸막이 문을 열었는데 변기물이 누런색이었다. ‘누가 물도 안 내리고 갔네’하고 옆의 칸 문을 열었다. 같은 색이었다. 순간 생각이 잠시 멈췄다. 설마, 혹시 변기물 자체가 저런 색인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변기 물을 내려도 그 갈색물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아.. 아마존은 이런 곳이구나’ 싶어서 급한 일을 해결하고, 이번에는 손을 씻으러 세면대로 갔다. 물을 틀었는데 변기 물과 똑같은 갈색물이 콸콸콸 쏟아져 나왔다. 순간 진짜 그대로 얼어버렸다. 이게 뭐지, 이 물에 손을 씻어도 될까. 차라리 안 씻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살짝 문화충격을 받고, 공항에서 나와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차를 타고 가긴 하는데 하나도 편하지 않았다. 오래된 건지, 청소를 안 하는 건지 이상한 냄새가 났고, 에어컨을 틀었는데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을 향하는 그 바람이 너무 찝찝하게 느껴졌다.
창가 쪽에 앉아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의 풍경을 보면서 나는 점점 말을 잃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몽골 등의 여행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여행지들을 여행하면서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보며 말을 잃은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이키토스의 첫인상은 나에게 너무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닌가, 사실 비슷한 곳을 많이 봐왔지만 그때는 스쳐 지나가면 되는 여행자의 마음이라 몰랐고, 지금은 이곳에 1년을 살러 왔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걸까.
아무튼,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키토스의 첫인상은 냄새나고, 더럽고, 어둡고, 덥고,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었다. 미안하지만 온갖 부정적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자연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더라도 도시보다는 한적한 시골지역으로 떠나곤 한다. 그런데 이키토스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우선 툭툭이가 너무 많다. (현지에서는 모토택시라고 부른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툭툭이가 거리에 정말 너무 많다. 정신도 없고, 공기도 안 좋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 그래서 냄새도 심하다. 집들은 거의 오래되고 낡았으며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덥기는 또 얼마나 더운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이 더위는 나의 모든 기운을 빼앗아가는 것 같다. 더위를 먹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날씨 탓인지,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표정도 좀 어두워 보인다. 밝고 친절하다기보다 어둡고 무섭다.
한 마디로 삭막하고 깔끔하지 못한 도시의 모습. 나는 겁을 먹었다. 왜인지 숙소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 굳이 방문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아직 근처 시장도 가보지 않았고, 유명한 나나이강, 벨렌시장, 아마존 투어도 해보지 않았다. 벨렌시장에 먼저 다녀온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정말 야생 그 자체라고 한다. 피비린내도 나고, 칼을 들고 고기를 손질하다 낯선 우리를 매섭게 노려보는 현지인들의 눈빛들도 무섭다고 했다. 나는 같이 간 것도 아닌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각, 청각, 후각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들으며 더더욱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아직 이곳, 이키토스의 10분의 1도 경험하지 못했을 거다. 아직은 낯설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경험을 늘려가면서 이곳에 차차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떠날 때가 되면 정이 들어 떠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미련 없이 뒤돌아 떠나버리거나. 어쨌든, 한국이 아닌 낯선 나라에서 1년을 살게 되는 경험. 그 경험을 페루 이키토스에서 시작한다. 이 도시와 나는 어떤 운명이 있어서 여기로 오게 된 걸까. 알고 보면 좋은 점이 많을 수도 있다. 그걸 한번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