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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예히 Aug 10. 2024

내겐 너무 어려웠던 스페인어

역시 동기는 내재적 동기가 최고다!


나는 지금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 페루에 와 있다. 단순히 여행으로 온 것이라면 스페인어를 몰라도 파파고 어플을 써서 어찌어찌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1년을 살아야 한다. 그 말인즉슨, 스페인어를 못 해도 열심히 공부해서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페루로 오기 전, 한국에서 미리 스페인어 공부를 하려고 책도 사고, 강의도 들어봤다. 영어랑 비슷한 듯하면서도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스페인어는 3강 정도만에 나의 흥미를 잃게 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스페인어보다 재밌는 게 더 많았다. 그래서 도무지 공부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는 게 나의 핑계다. 또, 할 일이 많기도 했다. 당분간 못 볼 사람들을 만나 인사도 해야 하고, 짐도 싸야 하고, 출국 준비도 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비행기를 탔고, 남미에 와 있다. 


참 신기한 것이 한국에서는 그렇게 외워지지 않던 단어도, 표현도 여기에서는 너무 쉽게 느껴진다. 매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 때문일까. 'Tengo Hambre(배고파)', Mucho Calor(엄청 덥다)와 같은 표현, 다양한 인사법, 숫자표현 등 생활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표현들이 금방 익혀졌다. 딱히 외우려는 노력도 없었는데 말이다. 사실 스페인어 인사 같은 경우에는 할 말이 많다. 아침, 점심, 저녁에 하는 인사말이 다른데 아래와 같다.

아침 Buenos dia

점심 Buenas tardes

저녁 Buenas noches

한국에서 글자로만 볼 때는 황당했다. 왜 시간대별로 인사말을 다르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외워지지도 않는 인사말을 입으로 중얼거렸던 거 같다. 나는 이제 이 인사말을 완벽히 외웠는데 그건 홈스테이를 했던 집 경비원아저씨 덕분이다. 아침에 어학원에 수업 들으러 갈 때,  점심쯤 집으로 돌아올 때, 그리고 저녁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서 나는 매일 마주치는 경비원 아저씨와 인사를 했다. 몇 번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다. 


또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페인어 책을 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의를 듣는다. 연달아서 3개를! 심지어 이 과정이 재밌게 느껴진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아서, 메뉴를 주문하고 싶은데 메뉴판을 읽을 수 없어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소통을 하고 싶은데 알아듣지 못해서, 이런 답답한 상황들이 나를 스스로 공부하게 했고, 빨리 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했다. 한국에서는 일부러 하루 계획표에도 넣어보고, 눈에 보이는 곳에 놔둬봐도 펴기 싫던 스페인어 책을 여기서는 일부러 찾아서 편다. 


나의 스페인어 실력이 얼른 늘어서 나도 능숙하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어떤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이라곤 'Gracias(감사합니다)'뿐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대체 뭐가 그리 감사했던 건지. 길거리나 상점에서는 어떤 단어도 해석할 수 없었다. 나의 스페인어 실력이 정말 늘 수 있을까 참 막막했고, 스페인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옆 친구가 대단해 보였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페루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나도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는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참 많이 늘었다. 어라? 엄청난 발전인데! 싶다. 식당에서 주문을 할 수도 있고, 계산서를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숫자를 말하며 툭툭비용을 흥정할 수도 있다. 어설프지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말을 어렴풋이 알아들을 수도 있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계속 노력하고, 하루하루를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1년 뒤의 나는 더 발전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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