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H의 감성매매일지 (7월 21일)
주식 이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시작이 좋지 않다. 드림시큐리티와 라온시큐어가 마이너스로 시작했다. 전날 장 마감 직전 급등한 보안주에 베팅한 게 문제였다. 대기업 사이버 보안 이슈로 치솟은 건데, 이 정도면 다음날 장대 양봉을 그릴 큰 재료라 생각했다. 그간 보안주가 외면받은 만큼, 시세를 제대로 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기대와 달리 사이버 보안 문제는 밤새 이슈화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코로나주, 그리고 전일 미장에서 반등한 언택트주에 있다. 그래서 시초에 보안주를 잘라냈다. 전일 높이 올랐던 드림시큐리티는 4% 손해를 봤다. 아프다. 그래도 위안 삼을 건 보안주가 종일 하락세였다는 거다.
손절한 만큼 먹잇감을 신중히 골라야 한다. 그래서 고른 건 익숙한 맛의 씨젠과 랩지노믹스였다. 두 주식에 이미 많은 비중을 주고 있지만, 오늘도 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며칠간 떠들썩했던 모더나 주식이 밤새 급락했기 때문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또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진단키트주의 실적이 기대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다른 급등주에 올라타기엔 오전 업무가 너무 많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거면 안전하게 가야 한다.
문제는 생각보다 일이 더 많았다는 데 있다. 오전 미팅으로 불려간 사이 씨젠과 랩지노믹스는 당일 최고가를 찍었다. 확인했을 땐 이미 흘러내린 뒤다.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다시 잡았으면 더 좋았을 거다.
친구가 카톡으로 두산을 외쳤다. 물려있던 두산중공업이 20% 이상 급등한 거다. 정부의 그린뉴딜 수혜로 두산중공업에 수급이 제대로 쏠렸다. 순간적으로 매수 버튼을 누를 뻔했지만 참았다. 곧 흘러내릴 거 같았다. 수주 공시가 난 것도 아니고, 아직 실체가 없다. 하지만 주식은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는다. 고민하는 사이 두산중공업은 상한가를 쳤다.
아쉬워할 새도 없다. 다른 두산 관련주도 많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두산이 주인공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심상치 않다. 이놈은 매각 이슈가 있어 항상 두산중공업과 같이 움직인다. 최근 매각이 가까워졌다는 뉴스도 봤고, 중국 홍수로 굴착기가 더 많이 판매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17% 정도에서 예수금 삼 분의 일을 꽂았다. 역시 더 간다. 상한가의 냄새가 난다. 그래도 안전 제일. 4% 정도 발라 먹고 다시 들어갔다. 이번에는 판을 키웠다. 씨젠 절반 익절, 랩지노믹스 약손절한 예수금까지 몽땅 두산인프라코어에 넣었다.
매수를 너무 급하게 했다. 사자마자 떨어진다. 순식간에 -4%를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이럴 때는 담배 한 대 태우는 게 최고다. 하늘을 보며 점심 몇 번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역대급 거래량을 보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누가 뭐래도 거래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약속의 2시, 장 마감이 다가오자 주포가 시동을 거는 게 보인다. 주가가 출렁이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 난 여기 5% 먹자고 들어온 게 아니다. 크게 먹으려면 그만큼 잃을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5.35%로 마감했다. 상한가를 못 간 건 아쉽다. 과연 이게 내일까지 갈 재료인지 의심이 든다. 그래도 모처럼 괜찮은 수익을 냈으니 만족스럽다. 장투용으로 산 LG화학의 부활, 매일 신고가를 노리는 씨젠의 존재도 든든하다. 더 이상의 고민은 의미 없다. 죽이 될지 밥이 될지는 내일 장이 열려야 아는 거니까. 잠이나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