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이 트렌디한 형태로 거듭났다.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화장품을 사시며 받아오시던 샘플이 생각난다. 평소 알뜰함을 강조하셨던 어머니는 그 샘플을 모아두고 필요할 때 쓰시거나 여행가실 때 가져가시곤 했다. 그걸 보고 자란 필자도 샘플을 그렇게 활용했다.
이런 기억을 남긴 샘플 마케팅은 단순한 "배포" 를 넘어 한 단계 진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진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CJ올리브영이다. CJ올리브영은 1월부터 매달 초 엄선한 주요 인기 브랜드의 대표 상품 체험분을 증정하는 '올리브 키트' 정기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정기적인 키트 프로모션을 통해 제품을 사용해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일명 '트라이슈머'(Trysumer) 공략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경험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리브 키트'는 CJ올리브영이 시즌 및 트렌드 변화를 고려해 선정하는 이달의 브랜드인 '올영픽' 상품들로 구성한 체험분 키트다. 매월 바뀌는 올영픽 브랜드와 키트 구성을 연계, 헬스앤뷰티 시장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월은 주로 피부 보습 장벽을 강화해주는 제품과 최신 헬스앤뷰티 브랜드가 포함됐다.
사실상 샘플 마케팅이다. 하지만 트렌디하게 달라졌다.
먼저 "경험" 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샘플을 통한 경험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한정적이었던 경험을 키트의 형태로 바꾸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과거보다 현재의 트렌드에서 '트라이슈머' 의 존재감은 무척 중요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라이슈머들이 사용해보고 좋으면 구매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각종 뉴미디어에 인증을 하며 능동적 바이럴에 나서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제품 같은 경우도 쉽게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고, 체험형 매장도 사진의 형태로 인증하기 쉽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행위 자체도 편해졌지만, 올릴 곳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지금 같은 트렌드에서 트라이슈머의 존재감은 더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샘플 마케팅이 단순히 무언가를 더주는 형태였다면, 올리브영의 샘플 마케팅은 좀 더 폭넓은 경험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고 뉴미디어 최적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즉 훨씬 트렌디해 진 것이다.
트라이슈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건 올리브영 뿐만이 아니다. 롯데하이마트, 한샘, 에이스침대 등 사례를 찾으려면 끝도 없다. 이렇게 기업들이 트라이슈머를 잡기 위해 애를 쓰는 건 위에서 언급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대중들의 행동 패턴 변화 때문이다. 각자의 관점에서 "경험" 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다른 하나는 "큐레이션" 이다. 과거의 샘플은 "준다" 는 행위 자체에 의의를 뒀다. 따라서 주제가 정해져 있다거나, 명확한 의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브 키트는 주제가 존재한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라 첫 키트는 피부 보습 장벽이라는 주제가 들어갔다. 그리고 최신 헬스앤뷰티 트렌드 경험이라는 주제 또한 함께 들어갔다. 이게 바로 큐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큐레이션은 정보를 모아 기준에 맞게 정리해서 제공하는 일이다. 음원이나 영상 서비스에서 우리의 사용 패턴을 읽고 다음에 즐길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도 큐레이션이지만, 이렇게 주제를 정해 대중에게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큐레이션의 범주안에 들어간다.
대중들은 이런 큐레이션을 통해 정보를 정리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한다. 그리고 시의성, 혹은 상황에 맞춘 주제에 따라 정리된 정보를 보며 좀 더 빠르게 소비를 위한 판단 기준을 확정한다. 큐레이션은 소비를 결정하는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꽤 근사한 방법이다.
올리브 키트는 샘플 마케팅에 큐레이션을 더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러하듯, 바쁜 일상속에서 정보 과잉을 마주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큐레이션은 반드시 필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마케팅 과정에서 정보를 한 차례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늘어놓기만 하는 정보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주제를 정해 세팅하고,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샘플도 트렌디해졌다. 당신은 어느 지점에서 트렌디해질 것인가?
올리브 키트의 사례를 보며 경험과 큐레이션을 고민해 보기 바란다.
사진/올리브영, 롯데하이마트, 한샘, 에이스침대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