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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용 Dec 07. 2020

무뎌지지 않는 날

sharpen

칼을 갈기 위해 꺼냈다. 오래되진 않았지만 험하게 다룬 탓인지 칼이 오래되어 보인다.


경력의 상징이나 실력을 상징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대단한 척을 했는지 부끄럽다. 오로지 허영과 오만이 가득 묻어나 있던 칼의 표면.


어렸을 땐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나중에는 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위해 아침 일찍 주방에 나와 칼을 갈던 내가 생각이 난다.


지금은 휴일에 항상 집안일을 마치고 온전히 편한 마음으로 칼을 정비한다. 날에 집중하는 척을 하기 위해 여러 잡념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많은 반성과 지난날을 회상하며 칼을 간다.


수많은 수련과 단련을 반복하지만 단 한 번의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내는 날.


이제 한 걸음 물러나서 냉정하게 바라보며 예리한 칼날을 항상 유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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