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의 진상 손님

이런 손님들 출입 금지시키면 안 될까?

by 안신영

가끔 사우나에서 근무할 때가 떠오른다.

회원이면 회원답게 회원다운 게 뭐야? 물으신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연회비를 기백만원 내고 다니는 곳이라면 스스로 인격이 가다듬어진 행동들을 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공중도덕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길에서는 함부로 침도 뱉지 마라. 휴지, 쓰레기도 버리지 마라. 껌도 뱉지 마라. 아주 사소한 개인적인 이런 일을 지켜 달라고 하는 나라는 우리 말고 또 있을까?

그런데 경범죄에 벌금을 책정하니 옛날보다는 훨씬 깨끗해졌다.


양식 있게 공동이 쓰는 공간에서 대중적으로 해야 되는 행동과 내 집 안방에서 하는 행동은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일인인지라. 버스 안에서든 지하철 안에서든 공공의 장소에서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는 여지없이 한소리를 하게 된다.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에게는 몇 분 참다가 끊을 기척이 보이지 않으면 두세 정거장 못 미쳐 옆에 가서

"목소리를 낮춰 주세요" 한다. 어느 땐 참다 참다

"몇 정거장 째 인지 아세요? 오래 걸리면 내려서 하세요."하기도 한다.

껌을 딱! 딱! 소리 내서 씹는 아줌마에겐

"운전기사님 방해될 것 같아요" 이럴 땐 최대한 목소리 낮춰 얌전히 말하는 것. 그러나 예의는 밥 말아먹은 듯이

' 따다 딱 딱' 하는 소리가 들릴 땐 여지없이 우아함은 날려 보내고는 그쪽을 향해 얼굴을 휙 돌려

"아줌마! 시끄러워요" 하며 인상 쓴다.

할머니인 내 목소리는 아직도 가늘고 연약하다. 한마디로 앳되다. 예전에 시아버지 친구는 전화 목소리만 듣고 할아버지 바꿔라. 시동생 친구들은 삼촌 바꿔라 하는 말을 듣기 일쑤였으니... 그래서 그런지 목소리로 싸움을 하면 난 여지없이 백전 백퇴다. 하지만 거슬리는 행동을 볼 때는 참지 못하는 성격을 어쩌랴.


이렇듯 정의감에 불타는 엄마를 딸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에 안 들면 염산도 뿌리고 흉기로 해치는 사람도 있기에, 폭력이 난무하며 갈수록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 외출을 하는 나에게

"엄마 좀 참으세요." 신신당부한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인 내게 타월 여인이

욕탕에서 나온 벌거벗은 쇼트커트의 눈 땡그란 젊은 여인이 서서 매점 카운터 쪽을 바라보며

"타월!" 한다.

"뭐라고? 저 여인 뭐라는 거야? 누구한테 타월을 갖다 달라는 거야? 내가 지 몸종이야?"

난 서서 모른 척한다. 절대 안 갖다 준다.

미화 담당 언니는 속도 좋지. 냉큼 갖다 준다.

"언니 왜 갖다 줘? 다른 사람들은 모자랄 때나 달라는데 우리가 몸종도 아니고 무슨 일이야?"

"아까 여기 놓고 갔어."

"다들 들고 씻으러 가는데 왜 매번 여기 두고 가는데?"

"몰라"

10년 가까이 그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모든 회원들의 습관까지도 익숙한 미화 언니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늘 갖다 준다. 그런데 미화 언니가 휴무 날 타월 여인이 와서 '타월!' 하고 소리쳤는데 어쩔 수 없이 갖다 주면서

"다음부터는 갖고 들어 가요. 일일이 가져다줄 수 없어요."

결국 데스크에 두고 간 타월이 없어졌다며 타월을 요구하길래

"그러니까 여기 두고 가면 손님들이 가져가니 들고 가세요." 그 후부터는 타월! 하고 소리치지 않는다.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기본적으로 타월 2장과 찜질복 1벌을 준다. 내 집의 물건처럼 알뜰히 아껴 쓰는 분들은 남았다며 데스크에 놓고 가기도 하는데 몇 장씩 더 달라며 떼를 쓰듯 하는 손님, 땀에 젖은 찜질복을 벗고 밖에 있는 데스크에 가서 찜질복을 갖다 달라는 손님도 많다.


" 손님 몸 닦는 타월을 왜 발로 끌고 다녀요?" 제지한다.

탈의실 바닥에 씻고 나온 발을 디디지 않겠다며 굳이 타월을 양발로 밟고 쓸며 지그재그로 걷는 여인에게

" 다른 분들 언짢아하니. 발로 밟지 마세요" 하면 별꼴 다 본다는 듯이 쌩하니 돌아선다.


'딱! 딱!'

오잉 이건 뭔 소리?

파우더 룸 평상에 앉아 발톱 깎는 나이 든 아줌마.

몇몇이 인상을 긋기 시작하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마다 만나는 사이들이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고개 숙이고 발톱 깎기에 여념이 없는 슬금슬금 눈치 보며 여인을 지나친다.

옆에 다가가서

"언니 웬만하면 집에 가서 깎으세요." 하며 주위를 고갯짓 하며 둘러본다.

저쪽 락카 앞에 앉아 수건을 깔고 손톱가는 파일로 손질하는 여인 포착!

우선 지켜본다. 제대로 치우지 않을 시 출동한다.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리라고 말하기 위해 눈에 레이저를 켜고 본다.


내 맘이야 스킨 여인 납셨다.

" 아이스커피. 커피 듬뿍! 설탕 듬뿍! 얼음 듬뿍!

많이 넣어주세요." 여기까지 양호하다.


듬뿍듬뿍 언니는 욕탕에서 나오면 내 맘이야 스킨으로 바뀐다. 아무리 입장료 내고 들어와 목욕을 하지만 (이 언니 노회원) 입에서는 찬송가를 허밍 하면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킨을 팔을 들어 등 뒤로 하고는 꽃에 물 뿌리는 자신의 등에 철철 뿌린다.

보다 못한 미화 언니가

"언니 스킨을 왜 이렇게 뿌려?"

"내 맘이야." 했다. 어느 대학 교수라던데 정말 교수 맞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교수 맞다 하더란다.

"교수 망신 혼자 다 시키고 있다"


결벽증 할머니 목요일마다 새벽 5시 30 분이면 출현.

탈의를 하기 전 가져온 물티슈로 락카 내부를 닦고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탈의해서 옷을 넣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개인위생이 철저하가고 존경해 마지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인 것을 어찌하랴.


락카 열쇠를 비누로 씻는 것은 첫 번째 순서. 샤워하는 동안 2시간여를 수돗물을 잠그지 않는 할머니라서 문제지. 옆에서 보기 안타까워 제지를 해도 쇠귀에 경 읽기. 회원들이 떼를 지어 자기를 공격한다고 항변하는데 뭐라 말할 수 있으리오. 욕탕에서 나와서는 물티슈로 기껏 목욕하고 나온 자신의 몸을 일일이 닦는다고 30여분을 쏟아붓고는 양말을 신고 파우더 룸으로 간다. 그럴 때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왜 쳐다봐요?" 신경질 섞인 목소리가 날아온다.


거울 앞에 놓여 있는 휴지를 둘둘 풀어내 해어 드라이기 손잡이에 감은 후에 머리를 말린다. 여기서도 30여분 헤어 드라이를 한다.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자그마한 키에 자신의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듯 깔끔하시다. 집에서는 어떻게 살고 게신지 모르지만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나이 들어 깔끔한 것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우스갯소리처럼 돌고 있는 말 중의 하나, 나이 들수록 몸에서 냄새 나니 매일 청결하게 씻어야 한다. 그래야 손주들도 가까이 온다며. 하지만 우리가 볼 때 저분은 곁의 가족들이 상당한 불편을 느낄 것 같다.


드라이기에 휴지를 감아 쓰는 덩치가 아주 좋은 젊은 여인이 또 있다. 일명 독사 여인(사납고 욕을 잘해서 미화 언니가 붙여준 별명) 사우나실에 물을 떠다가 바닥에 뿌리는 여인이다. 사우나는 습식 건식이 있는데 뽀송한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물을 한대야 떠다가 바닥에 뿌린다. 찬물을 부으면 사우나의 온도가 내려가 이용하는 손님들이 당연 싫어해서 대표 귀에 들어갔다. 그 후부턴 조심한다며 큰소리친다.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후에 새벽 3시 30분에 들어오는 혹시 연예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독탕을 사용하고 싶어서 그 시간에 온다. 1시간쯤 샤워를 하고 나서 파우더룸에서 메이컵이 시작된다. 메이컵은 입체 화장과 헤어 꾸미기를 고데기의 롤을 바꿔가며 하기 때문에 평균 2~3시간 소요된다. 그 회원에게 어떤 회원이 곁에 가서 살그머니 '혹시 연예인예요?'하고 물었단다. 에그 연예인이면 스텝이 옆에서 해주지 혼자 메이컵 하는데 정성을 쏟겠냐고요. 그렇게 단장을 하고 그 회원이 가는 곳은 8시에 시작하는 요가반 아니면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한다. 다들 말한다 집에 가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 가는 것도 아닌데 그처럼 열심히 꾸미냐고 다들 의아해한다. 그 회원은 새벽에 만나는 유일한 나에게 머리카락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지지 못하면 외출을 못한다고 한다. 쉰여섯에도 연예인급의 얼굴 화장과 긴 머리를 드라이기, 고데기로 번갈아가며 사용해서는 마음에 든 뒤에 멈추는 그 회원은 혹시 강박증?


여러 사람이 사용해서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에 헤어드라이기에 휴지를 감아서 써야 한다면 개인용 소지하고 목욕을 오면 간단한 문제이다.

집에서 샤워하면 아까워서 낭비하지 않을 수돗물, 스킨로션, 두루마리 화장지, 타월 등을 사우나에 와서는 펑펑 쓰다 못해 어지른다. 샤워하는 동안 수돗물을 잠그지 않고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무개념 여인들이 꽤 많다. 알뜰한 아줌마들이 곁에서 목욕하다가 스트레스받는다고 한다.


여분으로 두고 필요한 손님에게 주는 타월을 있는 대로 가져다가 욕탕 안에 군데군데 젖은 채로 두고 나온 어떤 손님 때문에 학을 띤 적이 있다. 찜질방에서 자고 탕에 들어왔는지 4시 30분 기상해서 들어 가보니 이미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탕 안에 들어 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마뜩! 을 했다.

"긴 머리는 묶던지 수건으로 감싸서 머리카락이 탕에 빠지지 않게 해 주세요." 하고 둘러보니 5개의 탕 주변에 그 손님이 지나간 곳마다 젖은 타월이 놓여 있었다. 에고!


진상을 떠는 일부 손님은 동네의 개인 목욕탕에서 거절한 손님들이란다. 그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아서인지 저 사람은 어느 탕에서 싸웠고, 이 사람은 어디서 싸웠어. 광화문과 서대문 근처 일대의 개인탕에서는 진상을 부리다가 싸움을 한 뒤에 못 간다는 것이다. 회사 차원의 이곳은 주인이 직접 여탕에 앉아서 감시를 할 수 없는 탓에 손님들이 조금 자유롭다.

스스로 해야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은 어른이다. 거의 어른들만 오는 곳, 주말에 가족이 온다면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인데 그 어린아이들이 왔다가 어른들의 성숙하지 못한 그릇된 행동을 보고 닮을까 겁부터 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무책임하게 자유롭다면 그것은 방종에 가까운 볼썽사나운 행동인 것이다. 우리 모두 조금 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 사소한 목욕탕에서의 일도 일이지만 코로나로 어려운 시절에 보여줘야 할 것은 높은 시민의식이라고 본다. 질 본청에서 주의해달라는 것을 조금 불편해도 따라주고 규정을 지켜서 더 이상 확진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간절하다.

우리 후손들이 겪어야 할 미래가 걱정인 요즘. 개인의 이기심으로 나 하나쯤이야라는 의식의 행동이 다시 확진자를 확산시키는 가슴 철렁한 뉴스를 더 이상 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나 혼자뿐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잉태되어 태어난 아기가 자라서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이런 세상에 왜 나를 낳았느냐고 따지면 너를 가졌을 때는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없었어라는 말을 해줄 수 있지만, 이런 시절에 출산율 저하가 심각해서가 아니라 형제자매를 만들어 주고 싶지만 두려워서 새로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친구 딸의 얘기를 듣고 앞이 캄캄했다. 우리는 마스크 없는 세상을 살아 봤으나 어린아이들은 이 무슨 고생인가 말이다. 물론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는 계속 써야 하지만 미세먼지 없는 날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금쪽같은 자유가 주어진다.

제발 사소한 일조차도 잘 지켜나가는 성숙한 어른이 되자!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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