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했다.
깊은 가을의 날씨 포근하니 안개로 자욱하다.
평소에 늘 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던 곳에 이른 아침부터 출발한다.
영주 부석사 국보 18호.
사천왕 문에서 안양 문까지 군데군데 밟고 올라선 계단이 108개란다.
계단이 그만큼의 숫자로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무량수전까지 오르고 또 올랐다.
불가에서 사람이 당하는 고통을 눈, 코, 입, 귀(이목구비), 마음, 몸의 6개가 6가지를 과거, 현재, 미래가 겪는 것을 108가지라고 해서 108계단이라고...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 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은 국보 제18호로 고려 중기의 작품이다. 신라 문무왕, 16년 왕명을 받고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사찰의 대표적인 건물 무량수전은 매우 안정적인 팔작지붕에 화려한 단청도 없이 포근하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4개의 문설주가 처마를 바치고 있는 매우 특이한 형태이며 이중 서까래를 하였고 기둥은 아래위의 폭은 좁고 가운데는 둥근 배처럼 만든 배흘림기둥이라는 독특한 건축 기법의 매우 아름다운 목조 건물이다.
창건 당시에는 단청이 되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 지워지고 지금은 고색창연한 나무 결 그대로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오랜 세월에도 나무가 썩지 않도록 좋은 칠을 했다고 문화 해설사는 전한다.
부석사 천왕문 입구 오른쪽에 잎사귀 다 떨구어버린 오래된 철쭉나무 한 그루.
고목이어서인지 가지를 무수히 치고 있어 마치 소담스러운 꽃다발처럼 보였다.
그런데 분홍빛 꽃 몇 송이 꽃잎을 틔우고 있었다. 포근한 날씨에 깊은 산중인데도 따뜻하다고 꽃을 피워 내고 있는 것이다.
깊은 가을 봄꽃을 보니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것도 여행의 한 묘미인가 보다고 잠시 생각하는 중에 뒤에서 어떤 분의 툭 던지는 한마디
"정신없는 애 여기도 있네. 계절을 착각했나 봐"
그래요.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면 정신없는 일 많이 겪습니다.
요즘 같이 안팎으로 힘든 때에 반쯤은 정신이 빠진 채로 살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일탈을 하여 문화 답사도 하고 계절을 잊은 꽃과의 만남이 얼마나 좋은지 자주 이런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2004)
* 팔작지붕이 궁금해서 백과사전을 들춰보니 이런 설명과 그림이 있네요.
한국 목조 기와지붕 중에서 우진각 지붕과 같이 사방으로 지붕면이 있으나 양측 지붕면 위에 삼각형의 합각(合閣)이 있어서, 우진각 지붕 상부를 수평으로 잘라 그 위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것 같은 복합형 지붕 형식이다. 가장 완비된 지붕 형식으로 기와지붕의 구성에 아주 적절하다. 가구가 맞배지붕이나 우진각 지붕보다 복잡하나 외관상 위용이 궁궐 건축과 사찰 건축에 있어 정전(正殿), 금당(金堂) 같은 중심이 되는 건축에 즐겨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이 있다.
*photo by young.( 어느 해 겨울 화단의 철쭉이 한 송이 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