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by 안신영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매봉산에 어제부터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여름 너무 더워서 아니면 게으름을 피우느라 산에 가지 않았습니다. 매봉산은 동네에서 가까운 곳, 영동 세브란스 병원 뒤편에 있는 산 이름입니다.
야트막하니 시작은 가파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평한 길도 나오고 산새가 우짖는 산책하기 좋은 동산입니다. 지난봄에는 자주 다녔습니다. 해가 길은 초여름에는 저녁에도 오르는 이들이 많아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운 여름 지나고 선선한 가을을 그냥 보낸 채 잊고 있었던 산에 오르고 보니 뭔가 휑하니 쓸쓸합니다.
그동안 나무들은 그 많던 잎을 다 떨구고 빈 가지로 줄지어 서 있습니다. 나뭇잎들이 무성하던 그때가 은연중에 자리하고 있었던지 이상해서 둘러보고 또 둘러보아도 눈앞에 서 있는 큰 키의 나무들이 아랫도리를 훤하게 내놓고 서 있는 것입니다.
참 우습지요? 무성한 가지들과 잎사귀에 쌓여 있을 때는 그 다리들이 안 보이고 초록의 덩이로 이루어진 숲만 보이더니, 이제는 빈 가지의 썰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와 잠시 낯설어 숨을 골라야 했습니다.
같이 산책 나선 호야는 오랜만에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는 길이라고 뒤 한번 돌아보더니 앞으로 내달립니다. 호젓한 길이 가지런히 나 있고 낙엽들은 누군가가 앞서 쓸어 놓았는지 길 양옆으로 쌓여 있습니다.


이 산엔 참나무가 가장 많습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 나무, 굴참 나무, 갈참 나무, 상수리 나무라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 참나무가 하늘 향해 말없이 서 있는 산입니다. 지난봄엔 길옆에 진달래 지고 철쭉이 따사롭게 흐드러졌고, 연보랏빛 싸리 꽃도 지천으로 피어 있어 산책 나온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곤 했었는데.... 이 겨울 어스름하니 깔린 안개 사이로 가끔씩 운동 삼아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우짖는 조용한 산이 되어 있습니다.
빛나는 햇살과 재잘거리는 나뭇잎들이 이뤄낸 숲의 수선스러움은 간데없고 갈색으로 뒤덮인 숲에서 조용히 겨울을 나고 있는 겨울나무 들만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고즈넉한 시간입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 산에 까지 산책을 나오 긴 했지만 숲의 기분처럼 왠지 적막함이 가슴으로 젖어듭니다.
고갤 들어 하늘을 보니 참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는 잎새 하나 외로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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