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111.... 1자가 4개나 되는 날입니다.
저녁에 산책을 나갔다가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한 보따리씩 들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엄청난 분량의 빼빼로라는 과자가 들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득 남자 친구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 생각이 났습니다. 격려차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곳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슈퍼에서 간단하게 기다랗게 생긴 과자와 빼빼로 , 무지개떡 한팩을 사들고 둘째 딸에게 갔습니다. 일을 하고 있던 우리 앙아. 엄마가 그곳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겠죠.
두 눈이 휘둥그래 져
"엄마~..... "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런데 돌아오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앙아(둘째 이름은 아영인데 아기 때 자신을 가리키며 '앙아'라고 해서 그때부터 둘째 별명이 앙아가 되었다.) 는 백설기를 좋아하는데 무지개떡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하고 무지개떡을 사들고 찾아갔으니....
무지개떡은 막내딸 유정이가 좋아하거든요.
"너 좋아하는 무지개떡이야" 하니까
"이따 가면서 먹어야지."라고만 말할 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는 했습니다.
좋아하는 게 백설기라고 그 자리에서 말을 한다면 엄마가 얼마나 실망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기에 어정쩡한 눈빛을 했던 것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아!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데이, 살아가면서 무슨 데이가 왜 그리도 많은지 그런 것 다 기억해 내고 선물까지 챙기면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과하지만 않다면 생활에 여유와 잠깐의 애교 섞인 행동으로 감칠맛이 날 것 같은데..
이 시대를 살면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등의 날이면 백화점, 대형 할인 마트, 제과점, 하다못해 동네의 작은 수퍼에서조차 그날에 온 사활을 건 듯이 그 데이에 맞는 상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상술의 일환으로 과자회사에서 부추기는 현란한 광고에 그대로 물들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씁쓸함이 깃듭니다.
특히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연인에게 줄 그 날의 선물이 화려하게 포장되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초콜릿만 한 개 전해줘도 되는 날인데 온갖 리본과 화려한 레이스로 치장된 크기가 각양각색인 바구니 안에는 초콜릿과 와인과 인형, 속옷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과한 선물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배달되곤 합니다.
오늘도 혼자 들고 가기엔 너무 큰 과자 보따리를, 과자 바구니를 몇몇 젊은이들이 들고 가는 것이 보입니다. 빼빼로를 펑튀기 하여 몽둥이 만하게 만든 과자에 꽃을 달고 예쁜 리본으로 포장한 것은 애교로 보아지고 웃음이 감돕니다. 그렇게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픈 사람들이기에 이뻐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큰 바구니를 들고 그 바구니에 들은 만큼 혹시 사랑의 크기도 같을 거라고 생각할까 봐 마음은 씁쓰레지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사랑은 결코 상업적이어서는 안 되니까요.
우리 딸들이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사탕이라던가 초콜릿 등을 한아름씩 들고 들어오기도 했고 친구에게만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에게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선물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몇 날 며칠씩 온 가족이 사탕을 먹고 초콜릿에 물들기도 했었죠. 시어머님께서는 손녀가 받아 온 사탕이 마음에 드셨는지 맛이 좋으시다며 입에 달고 사셨는데 안타깝게도 당뇨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이 저녁, 가을바람 쌀쌀하게 불어오는 고즈넉한 시간에 둘째에게 다녀오는 이 길이 어찌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앙아 감기 얼른 다 나아서 언제나 해맑은 모습으로 좋은 나날들을 보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며칠 전부터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거든요.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