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by 안신영

눈물은 그리움이다.


얼마 전 애지중지하던 반려견이 진돗개에 물려 죽었다. 그들이 죽은 순간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산책하던 길을 걸으며 그들의 이름이 바람결에 생각날 때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달려들던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정적만이 감돌았을 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그들의 안부를 물었을 때도, 촉촉이 젖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눈망울이 생각날 때도 그들이 곁에 없는 허전함에 눈물이 배어난다. 그렇게 한동안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내게 막내딸은 그림형제가 지은 동화의 한 구절을 얘기해주며 그만 울기를 조용히 권했다.


마을에 영특하고 귀엽기로 소문난 아이가 있었는데 그만 불의의 사고로 아들이 죽게 되자 아이의 어머니는 몇 날 며칠을 밤을 지새우며 울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들의 영혼이 어머니에게 나타나 `어머니의 눈물에 수의가 젖어 편안하게 잠들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 눈물을 뚝 그쳤다는 것이다. 나보다도 그 아이가 더욱 좋아했을 우리들의 애완견. 그 애는 나보다도 더욱 혼자서 눈물을 삼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부부싸움이 되어 논쟁을 하면 결국에는 내가 먼저 울고 만다. 나 자신이 한심스럽고 부끄럽기도 해서 눈물은 콧물 범벅까지 동반이 된다. 남편은 이럴 때 나의 눈물을 싫어한다. 남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서 싫어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무기로 사용하려고 울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멈추기도 어렵다.


남편은 계절만 바뀌면 궤양이 발생해서 위출혈을 많이 했다. 쓰러져 수술받기 전에 한 동안은 거의 습관적으로 출혈이 나타났다. 그이의 생사가 오락가락할 때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출혈이 있을 때마다 남편을 잃는 것은 아닌가 가슴 졸이고 말없이 가슴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그이가 회복하여 눈을 뜨는 순간 안도감에 휩싸여 그때서야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사실 나는 눈물이 흔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 영문도 모르면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도록 따라 울었고, 입시철에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예전에는 대학 합격자도 중계를 했다) 나와 상관이 없는데도 가슴이 벅차 눈물이 그냥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렸을 때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읽다가 하이디가 클라라네 집에서 고향에서의 이슬처럼 맑은 샘물을 구하려고 골목을 누비는 모습을, 할아버지와 지내던 산의 생활이 그리워 밤이면 몽유병 환자가 되어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을 때 안타까운 심정에 훌쩍훌쩍 눈물을 흘렸다. 어른이 되었어도 아이들이 보는 순정 만화를 읽다가 가슴이 내려앉는 뭉클함에 눈물짓기도 한다.


눈물은 마음의 보석이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TV 드라마를 본다. 가슴을 흐뭇하게 하는 장면이나, 슬픈 장면이 나오면 여지없이 콧등이 찡해지면서 나의 눈엔 눈물이 스며 올라온다. 정상에 선 가수가 상을 받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앙코르 송을 불러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들이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노력, 고생했던 무명시절이 떠올라 시큰해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느 사이 내 얼굴을 일부러 들여다보며 역시 하는 표정을 짓고 한 마디씩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엄마 또 울지요?”


“그만한 일에 또 울어요? 울지 마세요.” 하면 쑥스러우면서도 멈추지 않는 눈물 때문에 얼굴은 빨개지고 만다.


팝페라 가수 엠마 샤플린의 단아하고 애절한 목소리나 사라 브라이트만의 eden이나 timeless를 듣고 있노라면 벚꽃이 만개하여 꽃 덩어리를 만든 꽃 터널 속을 걷게 하고, 겨울밤에 하느작거리며 고요히 내리는 눈송이를 향하여 기도하게 만드는 평화를 엿보게도 한다. 그러면 나는 가슴이 찡해서 또 눈물을 찔끔거린다.(1995)


*photo by young.(기획초대 4인전을 열고 있는 김미아, 박장선, 임지민, 정선화 화가의 그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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