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의 강바람

by 안신영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온 도시가 들떠 있는 듯이 보였다.
늦은 밤 이천의 친구들은 전화를 했다.
다들 모여서 술 한잔들을 하고 있는지 친구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바꿔 놀러 오라고 야단이다.
행여 혼자 쓸쓸히 지낼 것을 염려했는가 그들은 자꾸만 오라고 한다.
늦잠도 물리치고 이른 아침 호야를 산책시키고 집을 나섰다. 소양강의 겨울 나무라도 보러 길을 나섰을 날이기에 친구들이 부르는 이천으로 향했다. 다행히 차도 막히지 않고 일찍 도착해 터미널에 마중 나온 친구의 차에 오른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대나. 송년회 한다고 5인방들이 모여 곤드레가 되었다나.


그래도 오전에 산에 다녀왔다고 한다. 다들 부지런도 하지. 점심을 먹으러 다시 길을 나섰다. 산수유 마을에 있는 그림같이 예쁜 집 카시오페아에서 맛있는 점심과 차를 마셨다. 봄날 산수유 축제가 있으니 그때 오면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볼 거라는 설명과 함께 여주에 있는 신륵사로 향했다.
신륵사로 향하면서 철인 3종 경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친구들의 싸이클링 코스를 따라 차가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영릉(세종대왕릉)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며 영릉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너무 늦어 입장이 안돼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신륵사로 향했다.
저물어 가는 해를 보며 어스름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을 끼고 차는 달렸다. 다행히 신륵사는 들어갈 수 있었다.


신륵사는 남한강변을 내려다보며 노을에 반사되는 여린 빛을 내려다보며 고즈넉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모처럼 겨울다운 날씨는 손을 시리게 하고 얼굴을 얼게 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층 석탑이며 강변 널찍한 바위 위에 서 있는 강월헌의 정자는 길손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이 보였다.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 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나옹선사가 입적하면서 더욱 유명한 절이 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500여 명의 승군이 왜적과 싸웠고, 역사가 깊고 웅장하며 경내엔 화려한 극락전, 조사당 명부전, 다층석탑, 다층 전탑, 석등, 대장 각기 비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8점을 보유하고 있다.
신륵사라는 절 이름의 유래는 고려 고종 때 건너 마을에 있는 사나운 용마가 나타났는데 이곳의 큰 스님이 신력으로 사나운 말에게 굴레를 씌웠다고 한다. 신륵사의 '륵'자거 바로 말을 통제하고 다스린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한다.


강월헌에 올라 강물을 내려다보니 저 아래 청둥오리들이 무리 지어 저녁잠을 재촉하는지 모두들 머리를 숙여 부리를 귓속에 품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리들이 전부 자나 보다고 말했더니 이 친구 하는 말
"예쁜 아줌마가 와서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드는 거야."
"으하하!"


힘들었던 올 한 해가 친구의 한마디로 강바람과 함께 날아간다.


다층 전탑은 보수 공사를 하는지 거푸집에 둘러 쌓여 있다. 겨울 강바람은 여름에 다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친구는 아까부터 수영복 챙겨 여름에 놀러 오라고 성화다. 봄에는 산수유 축제, 여름엔 강가에서 바람 쐬고 수영하고 놀다 가란다.
참 좋은 곳에서 사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다음 해를 기약해 본다. 내년엔 도자기 엑스포가 열리고, 세계 10대 기업 명품전이 열린다는 현수막을 본다. 전에부터 보고 싶어 하던 전시회를 몇 달만 지나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잠시 행복해한다.
신륵사의 강바람에 꽁꽁 얼어가는 얼굴을 두 손으로 비벼가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내년 유월이 금세 올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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