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가 우리 곁을 떠나 하늘로 간지 열 하루.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하고 호야 생각을 했다.
아니 호야가 생각났다.
언제나 내 곁에서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잠을 자던
호야가 없으니 허전함과 회한이 밀려와 잠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자다가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겁이 나고 놀라서 호야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어 맥을 감지하기도 했던 일이 여러 번.
예민해서 금방 그 큰 눈을 뜨고 쳐다보면 안심을 하고 다시 잠들곤 했지.
몸이 불편해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부터 짜증을 많이 내고
날 꼼짝도 못 하게 했다. 호야 곁에서 마음 헤아려 움직여 주려 노력했지만, 어디 제 마음 같았으랴.
말을 못 하니 눈빛으로, 짐작으로 시간 맞춰 밥, 물, 간식을 안아 올려 먹이고 용변을 보게 해주는 것.
호야가 제 평생 뛰고 달리던 공원 산책을 안고서라도 하는 것이 호야를 위하는 일 같아
안고서도 하루에 두세 차례 공원 산책을 하던 일.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 비가 오면 비님이 오시네. 하며 호야에게 건네던 말들. 비둘기가 날면 비둘기를 쫓아 뛰던 호야였지 하며 얘기를 해줬지.
몇 개월 전부터 걷지 못하니 밤잠을 자다가도 두세 번씩 깨어나서 울기도 많이 우는 호야를 달래려 속을 많이 태웠지. 말을 할 줄 알면 속시원히 해결될 일이지만 그 아이의 뗑깡을 알 수 없어, 피곤함에 지쳐 혼내고 화내던 일만 유독 생각나는 오늘 새벽과 아침이다.
호야랑 하던 아침 산책길에 호야가 있는 느티나무 아래서 안타까이 눈물지으며 중얼거린다.
벌써 네가 짜증 내던 모습, 뗑깡 부리며 몸부림치던 일까지도 그립다.
울리지 말걸. 야단치지 말걸. 뒤늦은 후회를 한들 무엇하랴 하면서도 엄마는 이렇게 못났단다. 때로는 바람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 위를 스치는 만월이 젖는 일없이 비껴가는 당연한 이치를 알면서도
때늦은 후회, 사람이라서 이렇듯 후회를 하는구나.
그래도 호야야.
호야 네가 생각나면 생각하고 억지로 생각 않으려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바람의 이치, 만월의 이치가 내게 무슨 소용 있으랴.
우리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네가 잘 알 거니까.
그리고 작년 가을부터는 엄마를 네 곁에만 있으라고 꼼짝 달싹도 못하게 한 욕심쟁이였잖아. 그렇지?
좋았던 일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호야! 날 용서해줘. 엄말 이해해줘 호야.
악쓰고 울던 너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람 마음으로만 널 대하며 혼냈던
내가 정말 미안해. 불편한 네가 얼마나 힘들지 잘 안다면서도 고함치고 화냈던 내가 정말 밉다.
나이가 많아서 힘이 들었을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며 우리의 바람대로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려 했던 네 심정을 뒤늦게 알았어. 네가 호흡이 가쁘고 심상치 않았을 때 데리고 간 메디컬센터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네가 그렇게 힘든 줄 알았던 거야. 밥도 잘 먹고 뗑깡도 잘 쓰며 네가 요구하는 온갖 것을 들어주며 바라본 우리는 네가 얼마나 힘든 줄을 몰랐던 거야. 그 또한 가슴 아픈 일의 한 부분이더라고. 하기사 사람의 수명으로 치면 1세기를 넘긴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했으니 기력이 다 떨어지고 힘들었을 거야. 호야가 네가 가는 날 아침밥을 안 먹었잖아. 그래도 점심에 배 고플까 봐 달래며 먹이니 또 조금 받아먹었지. 그렇지만 밥보다는 네가 좋아하는 플레인 요구르트, 드링킹 요구르트만 잘 먹었지. 엄마가 만든 특별식을 좋아했었지. 닭고기 순살 다진 것과 고구마, 단호박,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을 다져 섞은 밥을 매우 좋아했지. 그래서 한 달에 두 번씩 닭을 삶고 야채를 데치거나 찌거나 했어.
번거롭다거나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으로 만들던 너의 밥, 간식, 이제 엄마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단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아침마다 허둥지둥, 뭔가를 하려다가 멈추고 두리번거리고 들락날락했단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너를 묻은 느티나무 아래로 향한단다.
이젠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며 아프지도 말어. 너와 보낸 16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는 정말 행복했단다.
호야!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야. 특히 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하며 나의 눈물을 닦아 주던 호야야 널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잊지 않을 거야.
호야! 이젠 편안하게 지내라.
앞으론 다른 친구와는 인연을 맺지 않기로 했어.
앞으로 누나 아기 별콩이도 태어날 거고 엄마랑 누나는 바빠지겠지?
부디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 호야야~
호야! 네가 보이지 않아 누나랑 형아가 얼마나 찾았게?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이 자고 있었대.
마치 숨바꼭질하듯 쿠션 사이에서 숨듯이 자다 깨서는 왜 깨웠어? 하는 표정 너무 귀엽다.
서울에서 돌아온 뒤론 내 곁에서 떨어지는 걸 유독 싫어했지. 그래서 껌딱지라고 놀렸어.
팔베개를 하고 곤히 잠을 자기도 했지만, 몸이 불편해지고부터는 팔베개도 싫어하고 따로 누워 잤다.
겨울, 내게 안겨 다니던 호야.
2월이었지. 겨울 동안 길어진 털이 하얘졌다.
2016, 4, 25. 호야가 생각나는 울적한 하루를 이렇게 달래며 지냈다.(2016.4)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