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by 안신영

먼저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바닷물을 찾아 눈을 빠르게 움직여 저 끝 수평선을 바라보면 멀리에 바닷물이 조용히 잠자는 듯 있다.

예전에 쉽게 찾아가던 해운대 바닷가나, 기장, 대변항의 바닷가는 우선 흰 포말을 출렁이며 달려들듯 하는 푸른빛의 바닷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쪽 서해는 매 번 가보는 곳마다 조용하다.
우선 뻘이 많다.
순간 뻘 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한다.

아!
안면도의 꽃지 바닷가는 그날 바람 때문인지 파도가 엄청 높았었다.

대부도를 지나 영흥화력 발전소가 있는 영흥도의 십리포 해수욕장은 그래도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물도 비교적 맑았다. 동해처럼 비췻빛이라던가. 파랗다던가 하는 물빛과는 거리가 멀지만.
강추위로 여러 날 웅크리고 꼼짝 못 한 사람들이 포근한 날씨에 바닷가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돌을 그 바다에 던져 물수제비를 떠볼 거라고 소용없는 몸짓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십리포엔 소사나무 군락지가 있다.
전국 유일무이한 천연림이라고 보호되고 있었는데 꽃을 달고 있을 미래의 봄을 그려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해가 질 무렵이라 바람은 싸늘했다. 아무리 포근하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니까. 그래도 머릿속이 싸아하니 시원해져 왔다. 찬바람으로 시원해질 머리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는 아이들을 데리고 꼭 겨울 바다엘 갔다. 여름엔 사람들도 많고 더위에 지치니까 겨울에 바다를 더 많이 찾았었다.
해운대 백사장은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좋았다.

같이 뛰고 파도를 쫒아 바다 쪽으로 뛰어가다가 되돌아오는 파도에 쫓겨 다시 백사장으로 달려 나오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울리는 것 같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히지 않는 것들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



그리고 겨울에 바닷가에 서면 파도소리가 엄청 컸다. 특히 2월의 바다에 서면 천둥 치듯 하는 파도 소리에 넋이 나가기도 한다.
이쪽에선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서서 하염없이 파도 소리에 넋을 잃고 계절마다 파도소리가 다름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멀리에 큰 배들이 정박해 있고도 저 쪽엔 발전소에서 나가는 송전탑이 바닷물에, 갯벌에 줄지어 서 있다. 요즘은 섬들이 전부 다리로 연결된 느낌이다. 영흥도도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를 넘고 다시 다리를 건너 도착하는 곳이다. 지난번에 강화도도 서울에서 배를 타지도 않고 갔는데 이곳 역시 배를 타지 않고도 섬으로 들어와 다시 바닷가에 도착했다.

겨울 바다. 철새, 오리들이 한가로이 물 위에 떠있고 하늘엔 갈매기들이 끼륵끼륵 대기도 하고 어떤 통통배는 갈매기들이 완전히 장악하여 사람이 손님일 듯싶은 배도 있다. 그 배는 갈매기가 주인인 갈매기 배였다. 바다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추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는가 보다. 여름은 여름대로 바다를 찾아 먼길 마다하지 않고 길을 나서지 않는가.

붉게 노을 지는 겨울 바닷가.
오리들도 물 위에서 목을 웅크리고 잠자는듯하다.
돌아가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은 아름다울 것이다.( 200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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