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길을 걷는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마음과 몸을 새봄에 산을 향했다.
마을의 뒷산은 무리하지 않고 산책 삼아 걸을 수 있는 곳이라서 좋다.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유연하지 못하고 뚝뚝 거리는 몸을 느낀다.
몇 년째 운동도 하지 않은 채 지내다 보니 허리도 쉽게 삐끗하고, 어깨의 통증이 자꾸만 심해진다.
월요일부터 결심을 하고 산에 올라 걷는다.
맹위를 떨치던 겨울 추위가 어느새 봄눈 녹듯 사라지고 날마다 포근하다. 아침에 팔이 당기고 아파 스트레칭할 때마다 눈물이 찔끔거릴 정도다. 첫날은 오후에 몸살 기운까지 있었다. 갑자기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사용하며 운동을 하니 몸이 놀랬는가 보다. 6년 넘게 수영을 할 때에는 어깨, 팔등이 아프지 않았는데... 한 오 년을 운동도 하지 않은 채 게으름을 떨어 요즘은 구석구석 아프다.
이 결심이 사나흘로 그만두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본다.
보통 오전에 산에 간다.
봄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길을 씩씩하게 걸어 건널목을 건너고 나면 산에 오르는 돌계단이 나온다. 헛둘헛둘 속으로 구령을 세며 힘차게 산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돌아 걸으며 더 멀리 많이 걷기 위해 여러 갈래 길 중에 완만한 갈래의 둥근 길을 택해서 걷는다. 곧장 산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아닌 옆으로 돌아 멀리 도는 길이다. 언 땅이 녹기 시작해서 그늘졌던 길은 질퍽거린다. 길 중에도 햇볕이 많이 들었던 곳은 이미 녹고 말라서 뽀송뽀송한 길이 되어 걷기가 편하다. 겨울의 낙엽들이 길 위를 덮어 어떤 길은 스펀지 같은 푹신한 감촉이 발 끝에 전해져 온다.
세브란스 병원 뒤편까지 가면 배드민턴 장이 나온다. 산의 중간에도 배드민턴 장은 두 곳이 더 있다. 병원 뒤편이 산을 오르기 시작된 곳에서 가장 먼 곳이라 그곳에서 숨을 고른다. 한 20여분이 지난다. 거기서 둥근 원을 돌기 시작한다. 원 안에는 배드민턴도 칠 수 있고, 간단하게나마 체조를 할 수 있는 운동 기구들이 있다. 요즘 교회는 나가진 않지만 주기도문을 외우며 걷는다. 보통 사람들은 친구끼리 짝을 지어 운동을 오기 때문에 얘기를 나누며 운동을 하지만 혼자인 나는 맨숭맨숭 걷기 싫어 주기도문을 외우는데 한 바퀴 돌 때마다 3번을 외우게 된다. 한 바퀴 도는데 1분이 걸리고 열 번을 돌고 나면 숨을 고르고 선다. 남쪽 방향으로 서면 도곡 펠리스가 천공의 섬처럼 눈앞을 가로막는다. 허리에 손을 얻고 제대로 돌지 않는 허리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생각이 많으나 정리는 되지 않는다.
땅속은 이미 봄을 시작하며 머잖아 새싹이 온 산을 덮을 것이다.
화로 뭉쳤던 마음이 풀리면 봄눈 녹듯 한다라는 말을 사람들은 쓴다.
지난번에 내렸던 눈은 이미 다 녹았다. 눈이 다 녹고 나니 얼었던 땅이 녹느라 몇 군데 길은 질척거리는데.... 이제는 언 땅 녹듯 한다는 말도 써야 하지 않을까?
그 길에 까치 두 마리.
언 땅이 녹느라 아주 조금 흐르는 그 물을 찍어 먹으며 하늘 한번 올려다 보고 다시 흙 위의 물을 콕 찍어 삼키느라 고갤 들어 하늘을 본다. 봄 햇살에 비치는 물줄기를 알았을까? 졸졸졸 흐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의 발자국에 고일 정도의 물도 아닌 그 물을 까치는 불평도 없이 아주 맛나게 먹고 있다.
비탈길의 외진 길이라 까치를 피해서 갈 수도 없어 까치에게 미안해하며 한 참을 서 있어 본다. 그 조금의 물을 더 마시고 가라고 기다려 본다. 그러나 사람의 인기척을 알고 그들은 찍어 먹던 물을 그만 먹고 후드득 날아가 버린다.
까치야 미안해.
그들은 욕심도 없다.
길바닥에 아주 조금 흐르는 그 물을 어쩜 그토록 예쁜 모습으로 먹을 수 있을까? 까치의 개체수가 많아져 농사에 피해를 준다고 말들이 많지만, 이 봄날 언 땅이 녹아 흐르는 길 위에서 만난 까치 두 마리는 아직도 눈 앞에서 한가로운 모습으로 어른거린다.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