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사하고 얼떨결에 집들이 같지 않은 집들이로 작가님을 맞이 했었기에, 생일달에라도 만나서 선물을 하고 싶은데 날이 여의치 않았다.
작가님 남편이 당직 서는 토요일에 만날 수 있는데 토요일 휴무를 일부러 받지 않으면 토요일 휴무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의지의 한국인인 우린 결국 만나게 됐다.
인천에서 오는 길이 멀어 다시 오라고 하기엔 미안하다. 하여 오이도역으로 가는 것으로 한다. 그러면 작가님은 인천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마음이 덜 부담스럽고 훨씬 좋다.
지난 2월에 만나고 4개월 만의 만남은 유쾌한 웃음과 수다로 풀어내기 시작한다.무거워서 많이 챙기지 못해 작가님 좋아하는 색깔의 보라색 원피스와 여인들에게 필수인 바디워시, 샴푸, 폼 클렌징으로 생일 선물을 증정한다. 후후. 주는 즐거움은 크다. 그런데 작가님도 만만치 않다. 아담한 쇼핑백을 건네주는데 개복숭아를 따서 담근 차와 화장품과 수세미가 들어있다. 복숭아차는 9월 6일에 거르라는 메모도 있다. 수세미는 너무 예뻐 구경만 하겠다고 했다.ㅎㅎㅎ~
작가님은 소탈하고 퍽 유쾌한 사람이다.그리고 올곧아서 좋다. 일본이 싫어서 일본 여행도 안 하겠다. 중국도 마찬가지. 역사관이 확고하다. 고집이 있기에 아들 둘을 훌륭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길러 냈을 것이다.
딸만 있는 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요즘 어린이집 연장반 근무도 안 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쁜 생활이다. 서예도 배우고 있으며 곧 텔레 그라피 수강도 하게 된다고 한다. 인천시 객원기자로 활동도 하게 된다.
브런치를 쉬고 있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다.
주말과 휴일이면 남편과 섬 투어도 하며 글을 쓰고, 온갖 숲, 공원을 샅샅이 발품을 팔고 곤충이며 동식물 이야기가 풍성한 글을 매일 블로그에 올리는 부지런한 분이다.
난 게을러서 발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
겨울에 남편과 갔던 곰솔 누리 숲에 철쭉이 핀 봄에 꼭 한번 친구를 불러서라도 오고 싶은 곳인데 나와 오게 되었다며 기쁘단다. 철쭉이 엄청 예뻤을 거라며 여름은 여름대로 푸르러서 좋은 것을 만끽하며 걷는다.
왜 곰솔 숲인가 했더니 누리길 양옆으로 소나무가 많다. 그런데 비가 흡족하게 내리지 않아서인지 늘 푸른 꼴이 못되고 많이 말라 삭정이가 태반을 이루고 있다. 사이사이에 아까시나무와 닮은 회화나무와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하는 모감주나무도 많다. 왕복 5km가 조금 넘는데 시흥시에 있으며 오른쪽엔 반월공단이 자리하고 왼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다. 하천의 물은 기름기가 뜨는 검은빛이라 물새도 한 마리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숲 속 도서관이라며 책장 위에 청설모 인형과 나침반을 올려놓아 귀여운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정사 얘기, 친구 얘기, 블로그 얘기 등 끝이 없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 웃음 대목에서는 염치 불고하고 고개를 젖히고 웃어도 본다. 까르르 넘어 갈듯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 몇 개월 만인가.실제 청설모가 놀라 소나무를 타고 달아난다.
작가님과 좀 더 가까운 곳에 산다면 난 아마도 더 재미난 나날을 보내지 않을까?
작년 봄에 수원화성에서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작가님 남편과 함께 둘레길을 걷고 점심식사도 했는데, 내가 뭐라고, 나이만 조금 더 많을 뿐 내세울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글만 보고 거리낌 없이 만남을 허락하고 깍듯하게 대해줘서 식당에서음식도 배려해주고 내심 부끄러웠다.
이사했다고 친구와 제일 먼저 찾아와 주기도 한 격의 없이 소탈하게동기간처럼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
함께 하는 시간엔 꽃과 나무에 해박한 작가님이라서 소통과 공감의 폭이 남달라서 더욱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무조건 믿고 좋아해 주는 진심이 보여서 무장해제가 된다.
" 오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요?"
"8시에 나왔으니 딱 2시간 걸리네요. 환승하는 시간까지..."
"전, 시간 오래 걸리는 곳엔 못 다니겠어요. 남편이 운전하면 따라다니는 일밖에. 이제 장거리 운전이 힘들 더라고요. "
"나야 뚜벅이라, 어디든 괜찮아요. 부산보다 가까운데?"
"하하하하하하"
수레국화를 만났는데 갑자기 내가
"수레바퀴닷!"하고 소리 지르고 또 웃었다. 수레국화를 수레바퀴라니. 에휴... 그러자 작가님은
"그래도 기억력이 저보다 더 좋아요." 한다.
글을 쓰다 가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애를 먹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나 할 것 없이 겪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퇴근하면서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사 와 씻어 냉장고에 넣으면서 <잊지 말고 가져 가자>를 다짐했건만 전철역에 나와 서야 두고 온 것이 생각나는 나였다.
주변에 식당이 없다며 배낭에 가득 도시락과 과일을 담아온 작가님 덕에 염치없이 융숭하게 점심, 후식, 간식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정말 맛나게, 많이 먹었어요.
숲 속에서 먹는 집밥!
여행하며 산에서 주운 밤을 넣어 지은 찰밥이 양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여름 아삭한 김장김치와 아침에 만든 반찬들과 맛나게 먹었다. 오늘 특별히 계란말이가 예쁘게 잘됐다며 좋아하는 작가님.
나보다 한참 연배도 어린데 통마늘 사다 직접 까고(남편이 투덜거리면서도 다 까줬다고 함.) 배추도 절여서 집에서 김장을 담그는 슬로푸드를 실천하는 분이라서 입맛대로 주문해서 먹는 시대에 경이롭기까지 하다.
알뜰살뜰 살아가는 살림 솜씨와 각종 백일장, 여성시대에 투고해서 받은 상금, 상품도 만만치 않다.
정말 진심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훌륭해서 귀감이 되는 분이다. 내 미래를 걱정해서인지 저축은 얼마 큼은 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기에 나도 그럴 생각이지만 겉은 멀쩡한데 아픈 데가 사실 많다. 그래서 우선 안 아프려고 집중하느라 좋은 치료받고 있어서 저축은 못하고 있다. 통증이 심해서 걸음 걷기가 불편한 것이 가장 괴로운데 병원에서는 진통제밖에 없고 근본 치료가 안되더라. 침도 많이 맞았지만 전혀 차도가 없고... 지난번 한 열흘 아프면서 깨달은 게 있다. 혼자 있다가 아픈 것도 자식들에게 민폐고, 친구들에게도 얼굴 들지 못할 일이다. 내가 편해야 주위 사람들이 편한 것, 그래서 우선 건강만 하기로 마음먹고 우선 그렇게 살고 있다.
다 듣고 나더니 맞다고 수긍해준다.
어린이집 차릴 때 1억 대출받은 것을 3년 만에 갚은 얘기를 해준다. 놀랍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대단한 여인이다.
모감주 나무 꽃이 피어난다. 숲길.
모감주나무를 보자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단다.
"열매로 염주 만드는 나문데..."
"모감주나무 "
"맞아요. 요샌 생각이 잘 안 나요. 작가님은 기억력 진짜 좋아요."
"나도 잘 까먹어요. 작년에 용산 가족공원에서 작가님이 말해준 건데?ㅎㅎㅎ~"
길에서 애벌레 무더기를 만나 꺄악! 소리치며 혼비백산으로 뛰어 달아나고, 돌아올 때는 그 구간만치 아랫길로 걸었다.
둘 모두 시골 출신이지만 벌레는 싫다. 무섭다기보다 징그러워서 그런가 보다. 나야 시골애서 지낸 유년 시절이 짧았지만 작가님은 오래 살았는데도 지렁이, 거머리, 애벌레들이 지금도 소름 끼치게 싫은 모양이다.
몰래 찍힌 뒷모습
둘 다 과일을 좋아해서인지 참외도 한통, 토마토, 포도, 방울토마토를 또 한통(먹는데 바빠서 사진을 못 남겼다.) 거기에 보온도시락 밥은 나를 먹으라며 숟가락 젓가락도 내게 준다. 본인은 나무젓가락으로 먹으면서. 암말도 못하고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서도 그냥 편안한 것이 그만큼 우리가 글로 만난 사이라서 그런가 보다. 서로가 서로의 글을 처음 글부터 모두 읽어 보고 인지하며 공감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아쉬움이 모감주나무 꽃처럼 몽글몽글 피어나는지 작가님 애마가 주차된 주차장과 가까운
"옥구공원도 좋은데 안 걸으실래요?"묻지만 갈길이 먼 나는 "다음 기회로..." 하며 미루고 가까운 시일 내 다시 만날 것을 암묵적으로 인식하며 서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