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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ug 12. 2022

휴일을 진정 휴일처럼 지냈다.

고라니 가족은 괜찮을까?

밤에도 내리던 비가 그쳤는지

창밖이 조용하다.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 천은 어떨지 궁금함에

길을 나선다.

둘레길 입구 출입을 통제했던 흔적이 있지만

몇몇은 이미 둘레길로 내려가 걷고, 뛰고 한다.

어제부터 고라니 가족이 눈에 밟혔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뒤의 풍경에도

강물은 엄청나다.

둘레길 조성 후에 심은 조경수는 대부분 물속에 누워 있다.

자연의 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우리.

사람도 죽고, 실종되는 마당에 고라니 가족을

걱정하는 것이 마땅한지 모를 일이다.

오리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물 이랑을 길게 끌며

헤엄을 즐기는듯하다.

까치 한 마리 길 위를 폴짝폴짝 더니 잠 길듯 말듯한 나무 꼭대기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게 뭔 일 이래? 하는 듯이 머리를 갸웃댄다.

서울의 여러 지역이 침수되어 재해가 속출하니 안부를

묻는 연락이 많이 온다.

마침  동네는 괜찮다. 출퇴근 길이 발이 잠기는 정도에서 그쳐서 다행이다.

그런 중에 이천 쪽에 계시는 작가님의 안부 인사에

고라니 가족 얘기를 드렸더니

알아서 방법을  찾았을 거라는 말씀에

그렇게 믿고 싶다는 대답을 하고, 철없는 난 언제나 철이 들라나 하는 생각을 한다.

중부와 강원도는 소강상태.

충청도 지역이 또 폭우가 내린다고 한다.

막내가 오기로 했는데 걱정되어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양시는 햇볕이 났다며 오후에 출발한다고 한다.

막내딸이 오랜만에 온다.

마음은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함께 싶지만

덥고 습한 날씨에 딸은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시원한 막국수나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다며 과일만 조금 준비해 놓는다.

오전에 필요한 부자재가 있어서 동대문 시장에 가서 재료 몇 가지를 사 오고서는 쉬면서 딸을 기다린다.

뉴스를 보다가 서울이 물난리가 난 것을 알았다며

딸이 사는 곳은 고층아파트 특성상 빗소리만 들릴 뿐  집안에 있으면 밖의 상황을 모른단다.

그래서 급히 엄마는 괜찮은지 일을 마치자 염려되어 달려온 것이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과일을 먹으면서 그동안 서로가 어땠는지 얘기를 나눈다. 자식은 부모의 건강이 가장 염려되는 것,  아니, 부모도 마찬가지 자식의 안위가 가장 염려된다.  서로 건강관리 잘해서 아프지 말고 잘 살자는 말을 하며 그 어느 것도 필요치 않음을 안다.

"엄마를 차에 태워 바람도 쐴 겸 어디라도 갈 생각하고 왔어. 맛있는 도 먹고."

"그래, 오늘은 사 먹자. 석촌에 막국수 잘하는 집 있어."

딸은 엄마가 좋아하면 만사 오케이다.

시원하게 막국수 한 그릇씩 먹고 돌아와 딸은 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 사 온다며

"혼자 갈게요, 엄만 커피 내리세요."

딸이 온 김에 노트북을 봐 달라고 했다. 내가 하면 잘 안되던 부분을 일일이  손 보고 나서, 자동으로 잘 되는지 확인하고 마우스에 건전지가 다 됐다며 전지도 사고, 집이 습하다며 물먹는 *마도 몇 개 있어야겠다고 하더니 잔뜩 사들고 들어 온다.

어느덧, 이제는 딸이 엄마를 보살펴 주는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연세 드셔서 어린아이 같던 엄마를 보살피던 순간이 떠 오른다. 아직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세상의 순리는 이렇게 작은 것에서도 깨달음이 오는가 보.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 가야 할 시간, 하늘이 빗방울을 다시 던지니 딸이 가는 길이 걱정스럽다. 그래도 안전하게 집에 잘 갈거라 생각하며 시장에서 사 온 인견 원단을 펼쳐 놓고 재단하면서 마음속에 그려 놓았던 속치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엊그제 만든 원피스에 맞춰 입을 수 있는 속치마 완성!

그렇게 꿀맛 같은 휴일이 다음 휴일을 예약하고 떠났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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