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상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Aug 31. 2022

고라니가 왔어요~♡

큰 비 끝에 보이지 않던 고라니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고라니는 주로 오후의 산책길에  만났기 때문에 휴무일이지만 모처럼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 잠깐 남대문 시장 재료상에 나가 액세서리 재료 몇 가지 구입하고 돌아와 그냥 쉬었다.

마음속은 이른 아침부터 탄천에 고라니가 돌아왔는지 얼른 나가 보고 싶지만 한낮은 너무 뜨거워 해질 무렵까지 멍 때리기도 하며 굼뜬 행동을 나무라지도 않으면서 해거름에 슬슬 나갔다.

눈은 너른 풀숲을 뒤지면서 얼른 고라니가 보였으면 했지만 약 1km를 걸어가는 내내 기척이 없다.

황톳물이 가득했던 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강물로 돌아왔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긴 다리로 우아하게 걷는 백로와 왜가리,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그림같이 평화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큰 비로 불어난 강물이 다 빠지기 전에도 나와 봤지만 그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직도 제 놀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어디서 헤매고 있을까?

생각 저 생각으로 발길을 옮기며 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둑 아래 풀밭을 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인다.

혹시 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아래쪽을 보니 고라니 한 녀석이 풀을 뜯고 있다.

"고라니가 무사히 돌아왔네요. 안 보여서 걱정했는데."

"오다가 두 개 봤어요."

"(두 개라니?) 어민 가요?" 

"새끼예요."

몇 주 전에 어린 아기 고라니였는데 벌써 어미만치 커 보인다. 고라니는 풀을 뜯다가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슬렸는지 뜯던 풀을 제치고 자리를 옮긴다. 몇 걸음 가다가 돌아서서 아저씨와 내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본다.

"뭘 쳐다보냐?"며 아저씨는 고라니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고라니가 풀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발길을 돌린다. 어미랑 다른 녀석은 어디에 있을까  먼데 가지 둘러보며 찾아본다.

다시 고라니 가족을 볼 수 있을 것을 희망하며 더 걸어 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당한 지점에서 다시 돌아온다.

지난번 비가 얼마나 많이 왔었는지 탄천 1교의 다리 중간 높이에 쓰레기 더미가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더욱 실감이 난다.

큰 비에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매년 반복되는 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되돌아오면서도 눈은 둘레길 아래 풀숲을 쫓는다.

그 녀석들이 보고 싶다. 아기 고라니 둘이 통통통 뛰다가 어미와 함께  풀더미 속으로 들어가던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7월의 그날도 비가 제법 많이 와서 풀숲은 물에 흥건하게 잠겨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몇 배의 폭우로 탄천은 넘실대었고 나무들도 쓰러지고 물에 잠겼었다.

저 멀리 오리, 왜가리, 가마우지, 백로 한두 마리는 눈에도 잘 들어오건만 이 아이들은 왜 안보이지? 하면서 걷는데 모래톱 근처에서 고라니 가족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스마트 폰을 들었지만 너무 멀어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제 됐다. 어미와 새끼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고라니 가족을 걱정했던 것은 아기 고라니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 있는 생명이기도 했고 어미와 새끼들이 다정하게 놀던 모습이 가슴에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인데 농작물을 파헤치고 해를 끼친다고 해서 농부들이 싫어하는 동물이라서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지만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탄천 주변엔 농사짓는 분들이 안 계셔서 다행이기도 하다.

까치가 날자 깜짝 놀라 도망가는 고라니.

탄천 주변엔 많은 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탄천은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사람들을 손짓하고, 강물엔 잉어, 붕어, 버들치, 이름도 생소한 얼룩동사리라는 물고기까지 있는 것을 보면 역시 1급 수라는 말에 어울리게 물고기들 종류도 다양한 모양이다.

천엔 수십 종의 새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물에서 헤엄치며 노니는 오리들 말고도 말똥가리, 청딱따구리, 물총새, 어치, 오목눈이 새 등 많은 종류가 있어 놀랐다. 오목눈이 참새보다 작다. 떼로 몰려다니면서 참새보다도 경계심이 심해 인기척만 있어도 금세 날아 달아난다.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몸이 작은만치 행동도 재빨라서.

작은 바람은 더 이상 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생태환경 서식지라고 지정해 둔 곳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기를 바라본다. 

몇 년째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으로 팬데믹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익숙해지고 아직까지 마음 놓고 벗어던지지 못하는 마스크를 한 채로 불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이상 기후로 홍수가 나고 산불로 인해 고통을 받는 지역도 많다.

우리도 이번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업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하루속히 회복되길 소망하면서 이제라도 더욱 절실하게 자연을 온전하게 잘 쓰고 가꾸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고라니 가족도 힘든 시간을 견뎌 냈듯이 더욱 꿋꿋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라고 응원해  본다.

누군가의 손길은 꽃씨를 뿌려 예쁜 꽃을 피워낸다.
풀을 뜯는 아기 고라니.

*photo by you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휴일을 진정 휴일처럼 지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