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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Sep 03. 2022

나팔꽃 천지

9월 둘째 날, 날이 참 좋다.

새벽 5시.

눈이 떠졌다.

9월 첫 휴무일,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창문을 보니 어둡다.

계절은 김없다.

여름엔 아보다 이른 시간에도 밖이 훤했는데

가을이 되었다고 날은 꾸물거려 새지 않는다.

브런치에 들어가 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6시.

발걸음은 자동으로 둘레길로 향한다.

이 아침 늘 가던 탄천 길이 아닌 장지천길로 들어선다.

잠꾸러기 고라니는 보일 리 만무하니 반대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장지천 길은 지대가 낮아서 강이 풀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왼쪽의 둑에는 온통 나팔꽃이 피어 오가는 이들을 반긴다.

이 아침 감사한 하루가 시작되었다며 일제히 기상나팔을 불어 대는 듯하다.

천지가 나팔꽃!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이롭게 바라본다. 한 옆엔 나팔꽃의 기세에도 눌리지 않고 쪼그만 주황색 유홍초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피어 있다.

아직 해는 세수가 늦어 보이지 않고 하늘이 환히 보인다.

가까운 웅덩이에서 오리 두 마리.

아침 식사를 하느라 연신 물속을 저어댄다. 열중하는 모습이 귀엽다.

탄천교를 지나 광평교까지 걸으니 1시간 정도 지난다.

점점 날은 밝아 오며 산책과 조깅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말갛게 밝아지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한다.

이 아침을 걷는 것으로 시작을 하고 나니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마음속은 뿌듯하고

브런치 *공감의 기술 작가님께서 하늘을 바라보자던 글이 떠올라 하늘도 열심히 바라본다.

역시 광활한 하늘을 바라보니 속이 시원하다.

흰구름은 드넓은 마당을 쓸듯 지나가기도 하고 부지런한 까치와 강물의 물새는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비록 자동차 도로가 가까워 온전한 고요함은 아닐지라도 강가의 아침은 평화롭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열고 축복의 날로 받아들이는 이 시간이 말할 수 없이 좋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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