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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Sep 06. 2022

힐링의 시간

이제야 씁니다. 오래 두고 생각할수록 행복한 만남.

8월의 글벗 모임 날짜에 맞춰 휴무를 신청했다.

지난 5월 모임을 다녀와서 언제쯤 또 올 수 있냐는 벗들의 문자에 휴무날짜를 회답했더니

"신영씨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얘기해요."

"너무 더워서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러게 더워서 몸 상할까 걱정, 우쨋거나 섭생에 신경 쓰시고 활기찬 모습으로 만나게 되길~♡"

장소 섭외의 최강자 향숙님의 톡은 배려심으로 가득하다.

향숙님 뿐이랴.

"신영씨 잘  지내시죠

8월 만남 눈 빠지게 기다릴게요

아차~또 눈 빠지면 안 되는데^^ㅎㅎ" 경숙 언니의 톡.

"신영언니도 대충 일하시고 만날 때 건강한 모습 보여주세요~^^ 신영언니 주인공 날 좋겠네요. 기다려요." 막내 정아 씨의 톡.

기장의 동백리 바닷가

손녀 하율이와 둘째 딸도 보고 싶고, 순전히 내 편인 글벗들도 보고  다. 습하고 더운 8월의 서울 날씨를 피해 시원한 바닷바람 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로 심신도 알맞게 지쳐 있다.

지난 5월에 다녀왔으니 3개월 만에 만나는 글벗들을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 날아서라도 가고 싶다.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의 마음이 찐해서 더욱 편안하고 어서 만나 바다를 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비릿한 바다 내음을 마음껏 맡아보고 싶다.

오랜만에 만나니 선물을 하고 싶은데 일을 다니다 보니 생각(퀼트 작업인 천조각을 이어 붙여 미완성인 지갑 겸 파우치 세 개를 완성해야 하는데... )과는 다르게 시간이 모자란다고 한옆으로 미뤄 놓은 작품들을 보다가  이것은 가을 여행 때 선물로 해야겠다고 다시 옆으로 미룬다.

짧은 시간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올여름 새로 나온 물방울 크리스털로 마스크 줄을 만들어 동료들에게 선물해서 인기가 있었던 스크 줄로 낙찰을 본다.

벗들 한 명 한 명에게 어울릴 컬러를 머릿속에 그리며 만든다.

꽃을 좋아하는 경숙 언니는 알록달록 멀티 크리스털로 조합을 하고, 모노톤의 줄은 심플함의 멋이 있는 향숙 씨로 정한다. 에메랄드 빛의 비즈를 넣어 투명 물방울 크리스털은 귀여운 막내 정아 씨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

향숙씨의 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겐 더운데 걷지 말라며 지하철역 앞에 가만히 서 있으라 다. 목적지로 가며 태워 갈 테니 힘들게 올라오지 말라고 했지만 일찍 도착해서 운동 삼아 걸어간다. 어디쯤이냐고 정아씨의 전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데 무릎 수술한 언니가 서 계신 것 아닌가?

"언니, 다리 아프신데 왜 서 계세요?"

"신영 언니 근처라고 하니까 앉지도 않고 저리 서 계세요." 화단가에 앉아 있는 정아씨가 웃으면서 전한다.

내가 어디쯤 오나 서 계셨단다. 모두의 환영을 받는 나는 이미 행복감에 풍덩 빠져든다.


기장의 바닷가 동백리.

뷰가 좋은 바운티 그릴에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벗들.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와  설명하는 가운데

"신영 씨 먹고 싶은 거로 해요." 기회는 이때다 싶어

"파스타랑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피자는 엊저녁 딸하고 먹었어요. 혼자 있으니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

한치 파스타와 새우명란 파스타.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마스크 줄을 꺼내 선물한다.

"알록 달록은 언니 꺼..." 하며 건네는데 정아 씨가

"난, 이거." 애메랄드 빛 비즈로 만든 줄을 고르고 나서

"언니  어떻게 각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어 왔어요? "

벗들의 취향에 딱 맞게 만들었다고 좋아한다. 오랜 세월 함께 했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향숙 씨가

"이게 다 관심이지. 정아 씨가 검은색 줄 고를까 봐 엄청 마음 졸였네"

맞다, 내가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만드는 것이 관심으로 무장했기에 그런 것은 맞다. 관심이라는 말로 정의 내려진다. 옷이든 마스크 줄을 만들던 그것을 착용할 사람을 머리에 그리면서 무슨 색이 어울릴까, 좋아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곧 관심인 것이다.


온전한 내 편의 글벗들을 만나 자그마한 선물로도 함께 기뻐하고 웃으며, 많이 먹으라고 내 접시에 새우와 스테이크도 더 얹어 주는 마음씨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서울에 지내면서 보고 싶던 푸른 바다.

통창에 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스테이크도 입에 살살 녹아 맛있다. 먹고 싶던 파스타를 두 가지 다 맛보며 먹는 행복에 겨워 염치도 없이 먹는 일에 열중한다.

무얼 먹은 들 맛이 없으랴만 이런 분위기라면 몇 배로 더 맛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매월 만나 시 암송도 하고, 하모니카도 불면서 얼마나 멋진 나날들을 보냈었나. 혼자 뚝 떨어져 있어 자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요즘의 형편, 매월 만나도 우린 즐겁고 힐링의 시간으로 충만했다.

커피 맛이 좋은 동백리 바닷가의 동백 카페는 넷이 앉을자리가 없어 , 결국 전에 가 보았던 빵이 맛있는 타워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곳의 맛집, 맛 카페는 향숙씨가 잘 아서 우리를 안내한다. 그 수고에 우린 늘 고마워하며 맛과 멋을 즐긴다.

카페 입구의 화단에 핀 강 달리아가 유년의 기억을 부른다. 우린 한결같이 어렸을 때 많이 보던 꽃들이 사라지고 외국의 꽃과 개량종이 많이 나와 있는 시대에 살면서 옛날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경숙 언니는 또 다른 빨간색 꽃을 가리키며

"신영씨 저 꽃이 호야 꽃인가요,"

"아뇨, 호야랑 다른데요. 검색해 볼게요."

만데빌라 산데리(디플라대니아), 다알리아.

"언니, 만데빌라 산 데리"라고 하네요.

커피와 빵을 먹으며 꽃 이름이 어렵다고 하자 정아씨가

"만데 빌라에 산데요. 하면 외우기 쉽겠어요."

역시 막내인 정아씨는 젊으니 순발력이 있다. 그 말에 우린 또 다 함께 웃는다.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가을에 함께 할 여행이 마음 설레게 한다. 지난봄엔 사정상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가을 여행엔 꼭 참석할 거라고 다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여행지의 코스를 향숙씨가 도맡아서 계획한다. 벌써 10월 말까지 웬만한 데는 예약이 다 찼더란다. 넷이서 무리 없이 다니며 자연을 만끽하고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이 우리의 주목적인데, 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이곳저곳 알아볼 재주가 없어 고마워하며 그냥 따라만 다닌다.

경숙 언니가 써 온 시를 서로 읽어 본다. 브런치 작가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는 작가의 일상을 바라보며 쓴 시를 마음이 무거워 합평도 하지 못한 채 한 참을 침묵으로 보내기도 한다. 언니는 그 작가에게 후원금도 보냈다고 한다.


웃고 떠들며 얘기하는 가운데 시간은 살처럼 흘러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그래도 가을엔 함께 여행할 계획이 서 있어서 마음은 뜬구름처럼 둥둥 떠 다녀 기분이 좋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몸성히 잘 지내라는 말을 서로에게 한다. 이럴 때 홀로 지내고 있는 난 책임감을 느낀다.

나 자신이 건강하게 잘 지내야 날 걱정하는 부분이 적어질 거라는, 나의 안위를 염려하지 않도록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야 하는 것이 딸들에게나 글벗들님들에게나 나의 찐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또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나는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한다.

이번 만남으로 한동안 잘 지낼 수 있는, 하나하나 모든 것이 즐겁고 감사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바닷가 햇살은 따가웠고 놀러 나온 아이들은 신났다. 나도 덩달아 신났지요 .


;  만데빌라 산데리는 브라질 자스민이며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고유종이라 한다.(다음 참조)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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