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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Sep 24. 2022

한가로운 오후

유홍초 씨앗은 언제 맺을까?

난 토요일, 휴무일이지만 약속도 잡지 않아

한 번씩 통째로 하루가 주어지면

뭐를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나를 발견한다.

머릿속에 운 계획은 많은데

몸은 하릴없이 안을 서성댄다.

어질러진 작업대를 치우면서

저것으로는 뭐를 만들고 이것으로는 뭘 만들어야 좋을까?


뒹굴뒹굴 거리다가  숙제는  풀어야지

면서 둘레길로 나간다.

지난번에 올린 나팔꽃 천지에

유홍초 사진을 곁들였더니

글벗 경숙 언니의 부탁이 댓글에

씨앗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하신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유홍초.

언제 씨앗을 맺을지 궁금

내 손이 닿을 거리에 있는 아이들이 있을지

알아봐야 한다.

지난번 장지천 쪽은 손에 닿지 않아

반대쪽 탄천 1,2교 방향으로 걸으면서

눈을 크게 뜨고 샅샅이 훑어본다.


오른쪽 둔덕으로 온 천지에

나팔꽃 향연이 펼쳐진 가운데

가끔 유홍초가 눈에 띄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너무 먼 자리의 유홍초.

손을 뻗어 닿아야 하는데 그림의 떡이다.

키 높이 반의 둘레 담장을 올라야만 겨우 닿을 것

같은데 작은 키로 담장을 올러서긴 무리다.

천 1,2교를 지나며 담장 없이

유홍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계속 걷는다.

걷다 보니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미소를 띠고

날 바라보는 유홍초!

둥근잎 유홍초가 저를 반겼어요~^^

래, 널 찜하겠어.  유홍초 Pick!

눈여겨 두고는 이미 나선 길

성교까지 걸어 보리라 마음먹는다.

오래전 서울에 올라와 지정 구역이라는 곳에

차를 주차했다가 끌려간 탄천 주차장이 보인다.(그 당시 부산엔 지정 주차 구역이 없었다.)

큰 딸이 택시비와 벌금을 왕창 물었다고

툴툴대던 일이 좋은 일이 아님에도 떠오른다.

그런 것도 추억이려나.

나팔꽃은 계절이 바뀌어 가는데도

떠나는 여름 붙잡으려는 듯 정열의 빛으로

가는 걸음 유혹하는 손짓, 아쉬움이 묻어 난다.

어느새 삼성교로 올라서니 아시아 공원이 보인다.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자 들려오는 음악소리.

귀에 익은 추억의 팝 음악이 울려와 어디 연주회라도 열렸나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옮겨 본다.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한 거리와 나뭇잎새들로

맑아지는 기분 위로 연주 음악이라니 천상이 따로 없다.

팝 음악을 반주 삼아 색소폰을 불고 있는 어느 애호가.

공원 안에 송파문화원이 곁에 있어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계단식 객석이 있지만 젖어 있어

앉아서 들을 수는 없어도 산책을 하며 듣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은가.

요즘 걷기를 하다 보면 호젓한 곳에서 간단한 기기들을

펼쳐놓고 반주를 틀어 놓고 색소폰 연주를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난 삼송에 있을 때에도 창릉천을 걷다  그런 분을 만나 걸음을 멈추고 한 참씩 연주를 듣곤 했는데, 서울, 여기서도 연주하는 분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가까이서 촬영할 수는 없어 잠시 딴 청을 부리는 듯하며 들은 지 오래되어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음악을 담아 보았다.

그렇게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며 걸은 길은 5km 내외.

10000보 이상을 걷고 돌아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 것에 가끔 죄의식을 느끼는 자신을 강박증에 메인다고 진단하면서도,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오늘 비로소 이렇듯 한가로운 오후도 내게는 음식의 맛을 내는  양념처럼 필요한 것이라고 깨닫는다.

탄천 주변엔 벌써 갈대꽃이 피었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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