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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pr 13. 2023

 글벗들과 함께하는 봄여행♡

 산토리니 광장이 있는 리조트

번 봄 여행은 삼척에서 만나 양구 박수근 미술관 관람이 목적이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글벗님들과 삼척 맹방 유채꽃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 서울에서 맹방으로 가는 날은 여행이 계획된 이래로 설렘이 시작되어 구름에 뜬 기분으로 땅을 밟는지 구름솜을 밟는 건지 헛발이 디뎌지는 느낌으로 완전 소풍 가는 아이의 마음이다.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부터 생각하는 것은 즐거움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봄햇살에 부셔 선글라스를 쓸 테니 안경걸이를 만들어야겠다. 내 것을 포함해 원석과 크리스털을 섞어 4개를 만든다. 돋보기에도 걸어 쓸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소품이라 좋을 거라는 생각 ~^^

또 3일 동안 필요할 이것저것 머릿속을 굴려본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니 마음만치 많이 준비는 못하고 몇 가지 장을 본다. 견과류와 부각, 종이컵 등을 사고 집에 있는 유산균등을 지마다 담는다. 또 여행 때마다 가져가 인기 있던 마스크팩은 필수. 미리 주문을 해서 도착해 있다. 향숙씨가 지난가을 여행 때처럼 먹거리를 많이 해 올 것 같기도 해서 들고 갈 수 있을 만큼만 캐리어에 담는다. 반가운 비가 온다니 걱정이 되지만 봉화 산불이 진화되지 않아 많이 내리기를 바라며 작은 우산도 넣는다.

맹방유채꽃밭은 삼척의 맹방리 벌판에 조성되었는데 코로나로 갈아엎었다가 작년에 제주도에서 씨앗을 받아와 뿌려 올해 4년 만에 19회 축제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택시 기사의 말이다. 유채꽃은 주, 부산, 창녕 남지, 경기 구리시등 각지에서 축제를 열만큼 봄의 향연에서  없는 축제 단골메뉴가 되었다.

유채꽃밭 근처 <장독> 식당에서 고등어조림, 청국장, 두부구이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맛집인 모양이다. 동네 사람들인지 '여기 반찬을 사다가 내가 한 것처럼 식탁을 차리면 신랑이 어느새 장독집 반찬이군 그러더라.' 깔깔깔깔.. ' 너도 나도 그 경험 다 있다고 깔깔 까르륵... 중년의 여인들이 신혼 시절로 돌아가 즐겁게 나누는 이야기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됨은 새색시 시절 한 번쯤은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묵은지가 맛깔나고 유독 부드러운 고사리 볶음에 부른 식사를 하고 유채꽃밭으로 향한다.

노랑꽃 행렬 속에 어지러울 정도로 꽃향기가 진동하는데 욕심 많은 사람들은 꽃밭가에 두른 줄을 제치고 들어가 유채꽃을 밟아 눕히면서까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는 사진을 찍는다.

우린 안타까워하며 어진 길 따라 꽃 속으로 들어가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어 본다.

커피가 간절해서 카페를 찾아 바닷가를 둘러보지만 그 흔한 커피 가게는 두어 곳 밖에 없고 바다 풍경이 보이지 않아 가원습지로 향한다. 그 주변엔 분명 괜찮은 카페가 있을 것이라는 바람과 함께.

원습지는 동해시 지가길 일원에 위치하는데 1970년대 시멘트 부원료인 점토를 채취하면서 흙탕물 저류 시설로 조성한 웅덩이가 오랜 세월이 흘러 다양한 동, 식물이 서식하는 자연 습지로 형성되었다.(다음 참조)

마침 습지가 내려다 보이는 좋은 카페에서 고프던 커피를 마시며 구워서 파는 미니 붕어빵과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다.

호젓한 가원 습지 둘레길엔 몇 안 되는 시민이 산책을 하고 조용하. 새잎이 돋아나는 늘씬한 키의 자작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걷는데 두꺼비 우는 릴 들어 신기하다. 조팝나무 가득한 길에서 사진도 찍으며 콩배나무며 우리 토종 하얀 민들레도 처음 본다.

작년에 함께 하지 못했던 봄 여행을 이번엔 여건이 충족되어(2월에 야간 근무로 휴무를 하루 더 받음)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만족감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바닷가에 위치한 숙소인 리조트로 향하면서 밖에서 하는 식사를 원하는 사람이 없어 작년 가을 여행 때 했던 우리들만의 특별식을 만들어 먹기로 한다. 유채밭 노상에서 싱싱한 봄나물인 엄나무 순 응개잎과 머위잎을 샀는데 데쳐서 샌드위치를 만들자는 향숙 씨의 제안에 만장일치를 본다.

이번에도 향숙 씨는 유기농 과일과 식재료를 대형 가방에 가득 실어 왔다. 지난번엔 사과를 빼놓고 왔는데 이번엔 계란 20개를 삶고도 견과류랑 잊었다면서 마침 계란과 견과류를 챙겨가서 안성맞춤이라고 좋아한다. 우리가 피곤할까 봐 영영제를 틈틈이  입에 넣어 준다. 마치 어미새처럼 세심하고 부지런한 손길에 우리들은 아기새처럼 받아먹으며 싱긋 좋아라 한다.

정아 씨는 예전처럼 통밀빵을 3일분 구워왔다(정아 씨 남편이 구워 줌). 메리골드차와 휴대용 원두커피 그라인 더까지 준비하는 철저함이 엿보이는 사랑스러운 막내다.

리조트에 들어가서 짐을  옮긴 후 바로 머윗대 껍질을 벗겨 낸 후 봄나물 데치기를 한다.

봄나물은 데치는 순간부터 향기가 진하게 올라온다. 샌드위치를 하면 무슨 맛일까? 매우 궁금하다.

식당에서 먹는 밥보다 과일과 함께 향긋한 봄나물 향에 중독되듯이 자꾸만 손이 가는 봄나물 샌드위치.  이렇게 먹는 것을 한결같이 좋아함에 모두 놀란다.

참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한 세월에(95년부터~) 서로를 생각하는 사려 깊음이 있고, 어느새 입맛까지 닮아 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고 좋아라 한다.

보냉 가방에 함께 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먹거리를 하나하나 꾸렸을 마음에 그 어떠한 찬사도 모자랄 것 같다. 아침에 먹으면 좋을 음식으로 오트밀을 두유에 부어 재워두어 아침에 부드럽고 속이 부담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날렵하게 움직이는 향숙 씨를 보며 감탄할 뿐이다.

경숙언니가 사 온 달콤한 참외까지 먹으면서 우린 희희낙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되고, 언니가 선물한 여름  덧신을 받아 들고 꼭 필요한 덧신이라며 다들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저녁 산책을 위해 산토리니 광장으로 올라간다.

리조트 옥상에 꾸며진 산토리니 광장.

무릎 때문에 많이 걷기가 두려우면서도 공기가 좋은 곳에서의 걷기는 기분이 한층 고조되어 피곤한 줄도 모른다.

정아 씨와 언니는 숙소로 돌아가고 향숙씨와 바닷가로 난 산책로를 걸어 본다.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운동으로 다져진 향숙 씨는 앞에서 걸어가며 수시로 조심히 걸으라면서 뒤돌아보며 주의를 준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로 주눅 들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것이 밀려와 눈가가 젖는다. 진정으로 염려해 주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글로 맺어져 오랜 세월 곁에서 지켜봐 준 사람들, 나의 부침(浮沈), 모든 것을 알기에 온전히 내 편인 글벗들. 이 순간까지도 나의 안위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글벗들이 곁에 있어 가장 낮은 위치여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진; 글벗들.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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