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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pr 18. 2023

파로호와 배꼽마을

파로호, 박수근 미술관으로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밤부터 내렸는지 바깥은 비가 오며 흐리다. 봉화 산불이 진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도감이 든다. 걸핏하면 산불이 나고 크고 작은 화재가 일어나 산천이 메마르고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아침은 엊저녁부터  향숙씨의 수고로운 손길로 먹기 좋은 오트밀에 견과류를 넣어 맛이 일품, 건강식으로 흡족하다, 어제 남은 응개, 머위잎으로 조금씩 통밀빵과 함께 향긋함을 누리며 과일까지 넉넉하게 먹는다.

휴대용 그라인더까지 챙겨 와 우리에게 신선한 커피를 내려 주는 정아 씨의 정성, 커피 향에 잠시 취해도 보며 드디어 양구로 향한다.  양구에 있는 정중앙 천문대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파로호를 보기 위해 출발한다.

 이곳에서 벚꽃이 만개하는 풍경을 보니 확실히 멀리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부산에서 올라온 글벗들은 한참 전에 저버린 진달래와 벚꽃을 보며 신기해하면서 예쁘다, 예쁘다며 즐거워한다.

"역시 북쪽이네."

"난 오면서 진달래도 못 봤어." 경숙언니의 하소연에 진달래가 산모퉁이에 나올 때마다

"언니, 진달래!"를 외쳤다.

아마도 '언니, 진달래'를 열 번도 넘게 외쳤던 것 같다.

나중에는 도 많이 보아서 이제 안 봐도 되겠다고 말할 때까지...

천문대는 오후 2시부터 입장이 가능해 발길을 돌렸다.

천문대 광장에서 잠시 둘러보며 양구가 국토 정중앙점 동경 128도 02초, 국토 정중앙점 북위 38도 03초이며 한반도의 배꼽이라는 표적을 확인한다. 마을의 아주 작은 로터리 길 중앙에 배꼽을  내놓고 웃는 배꼬미라는 인형상이 있었는데  양구의 상징인 캐릭터였다. 그래서 천문대를 향해 마을을 지나올 때 배꼽이 들어간 상호가 많았나 보다.

이곳에서 강원도의 별미인 메밀과 감자로 만든 음식을 골고루 주문해  점심 식사를 한 뒤에 한반도 섬이 있는 파로호를 보기 위해 차를 몰아갔다.

예전 다수의 문학작품에 나오던 파로호를 일생일대 볼 기회가 생겨 가슴은 두근두근 쿵쾅쿵쾅 거렸다.

근처 근현대사 마당에 차를 주차해 놓고 전시실을 둘러보며 근현대사를 한눈에 담는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나온 우리의 어린 시절의 추억 어린 물품들을 눈여겨보는데 마음은 어서 파로호로 향하라고 재촉한다.

버드나무 도시답게 버드나무가 둘레길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 길 이름도 버들길이라고 붙여졌다. 꽃섬은 아직 철이 일러 꽃이 조성되지 않았고, 오랜 가뭄으로 다리를 건너는 한반도섬 오른쪽은 호수의 바닥을 드러내 보일 정도로 낮게 시냇물처럼 흐르고 바윗돌에 앉은 새 한 마리 조차 외롭게 보인다.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파로호 가기 전의 꽃섬. 아직 철이 일러 꽃이 없다.

오래전에는 낚싯배도 많았고 주변에 민물고기 요리식당도 많았다고 20대 시절을 회상하는 향숙씨의 말속에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아무렴요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는데요. 여기라고 변화가 없겠어요? 서쪽 편엔 물이 깊어 오리배를 많이 띄워 놓았다. 한반도 섬은 호수 가운데는 한반도 지형으로 만들어 꽃과 나무로 가꾸어 놓아 둘레길 한 바퀴 돌면서 태백, 지리산, 안동 등 지역표시와 하회탈 모양으로 꾸며 어디쯤 걷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위로 북쪽 끝까지 걸어도 본다. 여기가 만주로 통했던 길이었을 것이며, 이 쪽은 유라시아 길이라니 유럽과 러시아로 통하는 길인가 보다. 그 에 우리나라를 지켜 준다는 늠름한 해치상이 있고 무궁화동산도 작지만 조성되어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니 제주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울릉도, 태극기가 꽂혀 있는 독도도 보인다.

섬 안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출입이 통제되어 한반도 멀리 있는 전망대로 발길을 돌려야 다.

전망대로 가기 전에 박수근 미술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미술관은 5월 초까지 한 달여 휴관이다. 홈페이지를 열람하지 않은 불찰로 관람은 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모퉁이 카페에 들어가 우선 커피로 몸과 마음을 쉬어 준 다음에 곁불 쬐듯 미디어 아트로 만들어 전시 중인 작품을 감상하고 박수근 그림과 관련된 굳즈 샵에서 몇 가지 기념품을 사고, 하율이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드로잉북과 미술 연필등 여러 가지 선물도 받는다.  (다음 기회에 미디어 아트 관람을 얘기할게요.) 다시 차에 올라 어디론가 위로위로 달리는 느낌이 드는데 <평화의 댐> 이정표도 휙휙 지나간다. 바로 전망대로 향하는 향숙씨의 노련한 드라이빙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나무 계단길을 구불구불 오른 끝에 정자가 아득히 보이는데 그곳이 전망대!

무릎이 걱정인 경숙 언니와 나는 잠시 망설임도 없이 안 보고 가면 후회 막급일 것 같아 살살 다리를 달래 가며 계단을 오르고 정자까지 가서 한반도 섬을 내려다본다.

전망대에서는 물이 깊어 오리배도 띄워 놓은 서쪽 지형을 볼 수 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정확한 한반도 지형은 망원경으로도 제대로 볼 수가 없다.(아마도 제대로 볼 줄은 모르기 때문?) 높은 곳에서 우리나라 전체 모양을 볼 수 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한반도 섬.

파로호는 1944년 건설된 화천 댐이 완공되면서 형성된 최대 인공호수.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과 화천읍 인근에 있다. 유역면적 3,901㎢. 원래 명칭은 대붕호(大鵬湖), 혹은 화천호(華川湖)였으나, 6·25 전쟁 중이었던 1951년 5월 인근에서 한국군과 미국군이 중국군을 격파한 곳이라고 하여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破虜湖)'라는 이름을 붙이고 친필 휘호를 내린 이후, 파로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6,25 전쟁 화천 전투 때 중공군 수만 명을 수장하여 파로호(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주변은 일산(1,190m), 월명봉 (719m) 등의 높은 산지에 둘려 있어 여름에 오면 경관이 수려할 것 같다. 깊은 물에는 담수어가 풍부해 낚시터로도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다음참조)

민족상잔의 전쟁 속에 피지도 못한 수많은 생명이 수장된 아픔을 함께 해서 파로호는 이름처럼 더욱 특별한 호수로 인식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남과 북의 경계에 있는 양구의 파로호는 산허리를 감은듯한 운무의 아름다움 속에 굽이굽이 서린 한과 아픔으로 바라보는 경치가 애잔하고 산속의 진달래마저 처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 사진; 글벗님들,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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